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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친박 9인회'의 실토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 한겨레


새누리당 친박 의원  8~9명으로 구성된 '친박 9인회'가 지난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담화 이후 반격을 준비해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에 따르면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 최고의원, 정갑윤,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유기준, 원유철 정우택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이 정국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박 대통령과 공유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조원진 최고의원이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들은 시국수습 방안과 대책 마련을 위해 매일 회동을 갖고 그 결과를 이정현 대표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역시 '친박 9인회'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 이들은 박 대통령의 담화가 있기 전날인 11월 28일 박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청와대에 건의했고, 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법 절차에 따라 정권 이양 방안을 마련해 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가 정가를 휩쓸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면초가의 탄핵 위기를 한방에 정리하는 기막힌 '묘수'를 기획한 세력이 누구냐에 촉각이 쏠렸다. 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는 이를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름을 밝히지는 않음)으로 추론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박 대통령을 구명하기 위해 '친박 9인회'가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혼군(昏君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과 간신의 나라. 도탄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의 실상을 한 마디로 규정하자면 저렇다. 대통령은 무지하고 무능한데다가 뻔뻔하기 이를 데 없고, 그런 대통령의 주변에는 '박비어천가'를 주구장창 외쳐대는 간신들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벌써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이 꼴사나운 풍경이 대한민국의 뿌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청해온 '친박'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민의 촛불민심에 기름을 부었던 대통령의 2차 대국민담화 이후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의 저런 사과의 모습이 정말 너무 무겁고, 또 헤아릴 수 없이 송구하고, 국민 앞에 그러한 죄송함을 느끼게 그렇게 한다"면서 "솔직히 감성적으로는 속으로 펑펑 울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국민은 사과와 책임이 빠져있는 알맹이 없는 담화 내용에 진노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외려 대통령에게 송구함을 표시하며 편들기에 여념이 없다. 정작 울고 싶은 사람은 국민인데 그런 국민의 빰을 때리는 어처구니없는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절절함이라면 '친박 9인회'의 핵심 멤버인 조원진 최고의원 역시 빠질 수 없다. 그는 지난 2월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을 향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구 의원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신뢰를 받았던 사람이고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라며 "지난번 사태 때도 헌법을 들고 나오고, 또 이번에 예비후보 등록할 때도 헌법을 들고 나왔는데 헌법보다는 인간관계가 먼저"라는 반헌법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지독한 망언의 소유자는 '진박 감별사'라는 애칭이 따라 붙는다. 

어디 이들뿐이랴. 대통령을 너무도 사모한 나머지 정당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친박 연대'라는 기괴한 정당을 창당했던 서청원 의원은 또 어떨 것이며, '대통령 바라기'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최경환 의원, 사석에서 대통령을 누님이라 부른다는 막말의 달인 윤상현 의원은 또 어떨 것인가. 정갑윤, 유기준, 홍문종, 원유철, 정우택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모두는 대통령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저들의 이름 앞에 붙는 '친박'은 훈장이자 감투다. 

그래서일까. 저들의 안중에는 온통 대통령밖에는 없다. 온 나라가 헤어나기 힘든 비탄에 빠졌는데도 저들은 오직 대통령, 대통령, 대통령 타령뿐이다. 대통령을 생각하는 마음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혼군과 간신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며 나라의 근본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고 생각하니 참담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 오마이뉴스


대통령과 '친박'의 의중은 하나다. 어떻게든 국면을 전환해 탄핵을 막고 개헌을 빌미로 권력을 유지해보겠다는 심산이다. 설령 개헌이 안 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질서있는 퇴진'이라는 면죄부를 얻게 되고, 친박 역시 전열을 재정비해 재집권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된다. '친박 9인회'가 주축이 돼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에 군불을 피우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이 국회에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며 물러날 뜻을 내비치고 새누리당이 일사천리로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한 것이 그 명백한 증좌다.

대통령과 '친박 9인회'가 들고나온 '이간계'는 (지금까지는) 대성공으로 비춰진다. 탄핵에 앞장서던 비박계는 감추고 있던 시커먼 본색을 드러냈고, 야권 역시 자중지란에 빠진 모양새다. 어쩌면 몇날 몇일을 머리를 맞대며 계책을 강구해 온 '친박 9인회'와 탄핵 눈앞에서 구명줄을 쥐어 든 박 대통령은 지금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대흐름과 민의는 외면한 채 자리보전과 제 살 궁리에 골몰하는 대통령과 '친박 9인회'의 모습에 시민들의 분노가 절절 끓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이 아이디어를 취합해 이런 형태의 문장으로 만들어낸 사람들, 몇명이 만든건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들일 수 있지만 똑똑한 바보들이다. 대통령이 이 카드로 정치를 흔들었을지 모르지만 국회를 통해 해소가 안 되면 국민 대통령 직접 대결로 치닫게 된다. 대통령은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상황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썰전>의 유시민 작가는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앞으로 벌어질 국면을 이렇게 예측했다. 제도권 정치에서 시민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광장이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꽤뚫어 본 진단이리라. 이는 서릿발 같은 국민의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하며 국가를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는 '피의자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더욱 가열차질 것이란 의미다. 이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만큼이나 명징한 역사의 진리다. 

'친박 9인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에게 빌붙어 호가호위해왔던 그들은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헌법 파괴와 국정 농단을 방조하고 방기해온 공범들이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없이 여전히 딴궁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기득권 유지에 골몰한 '똑똑한 바보'들의 국민 우롱이 극에 달한 것이다. 촛불이 더욱 뜨거워지고 엄중해질 빌미를 그들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 용광로처럼 뜨거워지는 국민적 분노를 대통령과 '똑똑한 바보'들이 어떻게 감당해 내려는지 모르겠다. 촛불이 횃불로, 그리고 어쩌면 몽둥이로 탈바꿈하게 될 지 모르는 국민의 뜨거운 분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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