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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세상에서 가장 슬픈 추석 차례상 ⓒ 뉴시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사람들이 어디론가 분주히 발걸음을 옮긴다. 가족을 찾아가는 것이리라. 각박하고 고단한 세상살이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이날은 다르다. 비록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아도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면 세상살이의 고충과 애환도 잠시 덜어낼 수 있을 터다. 가족이란 본디 그런 것 아닌가. 가는 길이 더디고 몸이 고단하다 할지라도 삼삼오오 둘러 앉아 굶주린 정을 나누다 보면 세상의 근심과 시름이 눈 녹듯 사라질 터. 추석은 제각기 뿔뿔히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날 아침. SNS로 한 장의 사진을 건네 받았다. '슬픈 추석 차례상'이라는 제목과 함께 덩그라니 놓여진 사진 한 장. 광화문 광장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안에 차려.. 더보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이 정부에게는, 확실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활동시한을 제멋대로 해석해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강제 종료시키더니, 29일에는 세월호를 인양한 뒤 객실 부분을 잘라내는 '객실 직립방식'으로 실종자를 찾겠다며 유족들의 가슴에 또 다시 대못을 박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방법이 실종자를 수색하는 수색자들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실종자 수습은 물론이고 세월호가 침몰한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내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당위와 집념 하나로 갖은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 온 유족들이 정부 방침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참사의 원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럼에.. 더보기
세월호 특조위 종료? 세월호의 통곡은 안들리나 해수부가 오는 6월 30일까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해수부는 21일 "특조위 조사활동기간은 6월 30일 만료될 예정으로 7월부터 9월 30일까진 종합보고서 및 백서·작성 발간 기간"이라며 "파견공무원·별정직 직원의 20%를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기관인 특조위를 해수부가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해수부는 논란을 의식한 듯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종합보고서 및 백서·작성 발간기간인 9월 30일까지는 특조위의 활동 기한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핏 특조위의 활동기한을 보장해주겠다는 뉘앙스로 비쳐지지만, 해수부는 특조위와 인원 감원에 대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6월 30일 이후 파견공무원은 원 기간으로 .. 더보기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한참을 망설였어.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어떻게 글로 옮겨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고된 일이란 걸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아. 왜 그럴까. 텅 빈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한동안 생각했어.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답을 얻었지. 미안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감정의 편린들이 지독하게 엉켜 있어서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정말 그렇단다. 너무나 미안하고 그리고 부끄러워, 너희들에게. ⓒ 경향신문 한동안 너희들 생각만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곤 했어. 그래서 남몰래 참 많이도 울었단다. 때론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또 어떨 때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며 깊은 무력감에 시달.. 더보기
▶세월호 500일◀ 지난 여름 홍대입구에서 있었던 일 지난 여름 뜨거웠던 어느 날 홍대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너무나 평온한 일상이 그 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날은 무더웠고 아주 습했으며 아스팔트 위로 뜨거운 복사열이 피어 올라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순간 바쁘게 오가는 군중들 속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한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 왔다. 한 손에는 피켓을, 다른 손에는 노란 리본을 쥔 이 남자의 표정은 어두웠고, 무거워 보였다. 나는 그가 그곳에 서 있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그 곳에 있다고. 그는 사람들을 향해 무언의 절규를 외치고 있었다. 그의 눈을 보는 순간 갑자기 코 끝이 찡해.. 더보기
정부는 세월호 인양보도를 왜 부인했을까? 어제(1일)는 만우절이었습니다. 만우절은 거짓말을 해도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는, 일년 중 유일한 날입니다. 공식적인 국가 공휴일은 아닙니다만 세계 여러나라에서 이 날을 기념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해서는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자칫 사안에 따라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우절에 119나 112로 장난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많아 경찰 관계자들이 큰 골머리를 썩기도 했습니다. 만우절에 자주 벌어졌던 이 해프닝은 이후 장난전화에 대한 처벌기준이 강화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인지 만우절 허위신고가 크게 줄었다는 소식입니다. 경찰의 지속적인 홍보와 처벌기준 강화가 크게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고, 단순한 호기심과 장난에서 비롯된 허위신고.. 더보기
교황이 우리사회에 던진 숙연한 메시지 살다보면 얼굴이 화들짝거리는 부끄러운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자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잘못을 했다거나,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거나, 망신을 당했다거나 등등 개인의 행동이나 사고가 사회의 도덕률이나 보편적 가치 등과 충돌할 때 느끼게 되는 자연스런 감정인 것이죠. 그러나 부끄러움이 꼭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자각을 통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 부끄러움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어제 필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부터 날아온, 한 사람의 질문에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필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이었습니다. 교황은 지난 9일 오전 교황청 클레멘스 8세홀에서 교황청을 정기방문 .. 더보기
세월호 인양 논란에 담긴 불편한 진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가결되었다. 참사 후 206일 만에 통과된 세월호특별법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오는 19일 공포될 예정이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우여곡절. 나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특별법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눈 앞에서 황망하게 스러져간 고귀한 생명들 앞에서조차 우리 사회는 무섭도록 비정했고 지독하게 매몰찼으며 끔찍하게 잔인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향한 망언과 망동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확대 재생산되며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보편적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가슴 속에 연일 비수를 꽂았다. 이 대열에는 정치인, 관료, 언론인, 방송인, 교수, 성직자 .. 더보기
세월호 참사, 사람들은 벌써 잊은걸까?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의 끔찍함을 벌써 다 잊은 건가. 이 사건을 바라보며 요즘 드는 생각은 '반드시 잊지 않겠다'던 어른들의 분노와 각오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아직도 SNS를 통해서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촛불시위에 참석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분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참사를 기억하고자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의문은 여전히 가지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4개월. 이 끔찍한 비극를 둘러싼 진실은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풀린 것이 없다. 세월호는 여전히 차디찬 바다속에 가라앉아 있고, 10명의 실종자는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 더보기
세 아이의 아빠가 본 세월호특별법 차가움과 뜨거움, 이성과 감정. 하루하루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머리와 가슴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가슴을 적신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이 샘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지 못하도록 꾹꾹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르는 것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작금의 대한민국은 정의는 고사하고 사회공동체를 합리적으로 기능케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황량한 볼모지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봤다. 세 아이의 아빠인 필자가 유가족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내와 몇번이나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결론은 언제나 하나였다.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라면 차갑고 냉정한 이성과의 교감을 기대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