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 개입 사건'(국정원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최순실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발령됐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윤 검사를 '최순실 특검'의 수사 실무를 책임질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달라 요청했고, 윤 검사가 이를 수락한 것이다. 이로써 윤 검사는 '최순실 특검'에 합류하는 첫번째 검사가 됐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시민들은 윤 검사의 특검 합류를 열렬히 환영하며 특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검사의 소신과 원칙이라면 특검 수사를 기대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윤 검사는 시민들 사이에 권력에 굴종하지 않는 강단있는 검사로 신망이 높다. 특히 지난 2013년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과의 공방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을만큼 유명하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윤 검사가 국정원 사건 수사에 매진하자 (결국 그는 그로 인해 수사팀에서 배제됐고, 한직으로 좌천된다) 그는 정권의 표적이 되어 온 터였다. 그리고 2013년 10월 2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은 국정원 사건 당시 수사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한 윤 검사에게 "이런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믿고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지 걱정된다. 하다못해 세간에 조폭보다 못한 조직으로, 이것이 무슨 꼴이냐. 증인은 조직을 사랑하느냐"는 공세적 질문을 한다.
이에 윤 검사가 추호의 머뭇거림없이 "대단히 사랑한다"고 밝히자, 정 의원은 이번에는 "사람(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검사로서의 원칙과 소신을 조직과 권력, 사람에 대한 충성으로 매도하는 졸렬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윤 검사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정 의원의 질문 역시 그런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모두가 윤 검사의 입을 바라보던 그 때, 윤 검사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발언으로 정 의원의 악의적인 질문을 되받아쳤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동서고금의 그 어떤 주옥같은 명언보다 빛이 나는 윤 검사의 일성에 국감장은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매섭게 윤 검사를 몰아붙이던 새누리당 역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검사의 결기 앞에 맥없이 꼬꾸라지고 말았다. 허를 찌르는 윤 검사의 통렬한 반격에 새누리당의 예봉이 급격히 무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말 한마디의 무게가 태산보다 높고 천금보다 귀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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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검사의 발언은 이내 세간의 화제가 됐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말은 사람에게 아부하고 있는 해바라기 '정치 검찰'의 가슴을 후벼팔 것이다"(안도현 시인,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석열 수사팀장의 이 말이 아침부터 마음을 울리는군요. 부정한 권력 아래에서 진정으로 당당하고 의로운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등 수많은 사람들이 윤 검사의 발언에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윤 검사가 소신과 원칙을 내세울수록 그의 앞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은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고 있는 중이다. 윤 검사는 국정원 사건 이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가 대전고검으로 발령받는 등 검찰 인사라인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국정원 사건에서 권력과 사람에 충성했던 '기타등등'의 인물들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윤 검사의 특검 합류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최순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동정범'인 권력형 비리를 파헤쳐야 하는 책무가 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메머드 특검이니만큼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낱낱히 밝혀내야만 한다. 따라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원리 원칙에 입각한 수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소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의기를 보여준 윤 검사는 '최순실 특검'에 최적화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검사의 합류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또 있다. 세간에는 박 특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최재경 현 민정수석과의 친분이 있다는 점을 들어 특검수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과는 1994년 수원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고, 최 수석과는 2005~2007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박 특검은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에 대해 박 특검은 "수사에 전혀 영향이 없다.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지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던 참이었다. 이런 가운데 박 특검이 윤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전격 발탁한 것이다. 이는 특검을 향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수사를 앞두고 있는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원칙대로 수사를 하겠다는 박 특검의 수사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국민적 신망이 높은 윤 검사의 합류로 '최순실 특검'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과 SNS에서는 윤 검사의 특검 합류를 반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권력의 낯뜨거운 치부에 진저리가 난 시민들의 분노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일 것이다.
시민들이 '최순실 특검'에 기대하는 것은 아주 단순명료하다. 검사로서의 소임에 충실하라. 그리고 국민 앞에 당당하라. 그것이면 족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하며 국민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은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다. 부디 '최순실 특검'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특검팀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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