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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후원

바람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학력고사 세대였던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야 담임선생님과 대학진학 면담이라는 걸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직업군, 이를테면 의사, 변호사 등의 소위 사회에서 알아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 특별히 무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3이 되고 나서 담임선생님과 진학상담을 하게 되었을 때 부모님이 원하시는 직업군으로 나아가기에는 제 성적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다지 실망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딱히 그쪽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 부모님께서 한 일주일 가량 심기가 편찮으셨던 걸 빼면 전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만 '뭘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이 조금 많아졌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진학상담을 했고, 어느날 문득 '그냥 선생님이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국어교육과에 원서를 쓰겠다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걸 제외하면 국어선생님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습니다만, 어쨌든 그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어느날 이런 제안을 하는 거예요.

 

"지금 네 성적이면 국문학과에 갈 수 있다. 국문과 지원해라. 국문과에 가도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국교과든 국문과든 어느 쪽이든 선생님이 될 수 있다면 이왕이면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국문학과에 턱걸이로 겨우 합격했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새내기들이 그러했듯 정말 진창 놀았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조 디마지오의 56게임 연속 안타기록을 깨보겠다며 28일 연속 술을 마시다 꼬꾸라진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무모한 객기가 오히려 그리울 정도입니다. 아무튼 전공이 전공인지라 늘 술과 한바탕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시와 소설을 습작하고 이를 여럿이서 함께 품평하고, 선배들에게 작품에 대해 처절하게 깨지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술은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그 시절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일년을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새 2학년이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황당한 일이 일어 났습니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국어국문학과를 지원한 것인데 제가 선생님이 될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사연인즉 이랬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어국문학과는 국어교육학과와는 다르게 1학년 성적 기준 상위 20%에게만 교직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겁니다. 진학상담을 해주셨던 담임선생님도, 대학교의 교수님도, 선배들도, 동기들도, 심지어 지금은 선생님이 된 가장 친했던 여자동기조차 말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되려던 저의 꿈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막상 선생님이 될 길이 막히자 그 때부터는 그냥 책만 읽었습니다. 작가가 될 소질이나 재능이 제게는 없었으니 딱히 별로 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무식하게 책만 읽었습니다. 그렇게 몇년 하다보니 어느새 졸업을 하게 되었고, 졸업 후에는 전공과는 무관한 직종에서 몇 년간 근무했습니다. 지도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고 -믿기 힘드시겠지만 서울시내 및 외곽의 부동산에 걸려 있는 벽도면의 70%는 제가 만든 겁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한 적도 있으며, 최근에는 컴퓨터 하드웨어 쪽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닌 이상 이는 모두 생계를 위한 노동입니다. 생계를 위한 노동, 이 말이 정말 처절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아마 저 말 앞에선 대부분이 비슷한 감정을 가지실 겁니다.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도대체 언제까지 생계를 위해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노동을 계속해야 하느냐에 있습니다. 선생님의 길도, 작가의 길도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렸지만 아무래도 글을 쓰는 일이 제 적성에 가장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이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저를 알고 계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다음 아고라에서 꽤 잘 팔리는 글쟁이입니다. 아고라에 글을 쓴 지는 한 3년 가량 되었고, 좀 더 체계적인 글을 쓰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는 1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지난 2년 간 거의 매일 한편의 글을 써 왔습니다. 보통 글 한 편을 작성하는데 –글의 주제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짧게는 세 네 시간, 많게는 대 여섯 시간의 팔 품을 팔아야 합니다. 다섯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 생업 이외에 너무 많은 시간에 한 눈을 팔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간에 대한 물질적 보상은 전혀 없습니다. 아, 아주 짧은 기간  DAUM VIEW의 블로그 지원금을 수령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마저도 중단되고 나니 블로그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제로입니다. 몇 군데 저의 칼럼을 싣고 있는 인터넷 신문사에서도 열악한 사정으로 고료를 지불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서 저의 고민은 점점 짙어져 갑니다. 생계에 대한 고민과 부담을 조금만 줄일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따라 다닙니다. 궁극적으로 글만 쓰면서 생계를 꾸려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곤 합니다. 물론 지금으로선 비현실적인 상상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제 글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기에 측정불가일 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할 지도 모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가려움과 묵은 체증을 뚫어주는 가치있는 글이 되기도 하겠지요. 만약 쉽게 계산해서 제 글을 읽은 분들에게 10원의 원고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아고라에 쓴 글의 총 조회수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림잡아 약 1000만은 될 겁니다. 그 정도면 지금까지 제가 써 온 글들과 투자된 시간과 열정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한 일입니다. 현실은 이와는 전혀 다르니까요.

 

여기까지 오셨으면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지 짐작하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을 저의 무모한 도전과 실험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제 글에 힘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저의 글을 관심등록해 주신 분이 약 11500명 가량 됩니다. 그 분들이  한달에 5백원씩만 정기적으로 후원해 주셔도 저의 꿈인 전업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다음 아고라와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늘 아쉬웠던 점은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에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먹고 사는 일에 소홀히 할 수 없다보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환경에 늘 제약이 따라왔던 것이죠.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시간까지 쪼개가며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늘 글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과 체력적 부담이 따라 옵니다. 그럴 때마다 늘 생각하곤 했습니다. 글만 집중해서 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난 겨울 이후 단 한번도 마음 편히 글을 써본 적이 없어요. 일과 중에는 Customer와 상담 및 제품 판매를 해야하기 때문에 글의 흐름이 끊기기 일쑤고, 이마저도 제 사정상 힘들 때도 있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글도 스마트폰으로 작성한 뒤 퇴근 후에 올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동안 글을 써 왔다는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후원이라고 생각하셔도 좋고, 원고료라고 생각하셔도 좋고, 우리나라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당분간은 이전과 같은 상황에서 글을 써가야 합니다. 무턱대고 일을 줄 일 수 없는 형편이라 이 실험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현재의 일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여러분들이 후원해주신다고 해서 제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보장할 수도 없고, 지금보다 더 많이 쓴다고 말씀드릴 수도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이전보다 더한 책임감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서 여러분의 격려와 관심을 글 속에 담아내겠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으로 암담합니다.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민주주의가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그 싹이 밣히고 잘리어 나갔습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만들어낸 최악의 경제난으로 먹고 살기는 더욱 힘들어 졌습니다. 소수의 가진자들만 떵떵거리며 득세하고, 다수의 힘없는 약자들은 하루하루 힘들게 삶을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정치가 사회적 약자들과 다수 서민들의 힘이 되어주고 희망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치인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자신들의 특권과 특혜만 누릴 뿐 다수 서민들의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과 방송은 정치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거대자본으로 무장한 주류 언론과 방송 앞에서 한계레, 경향, 오마이 뉴스 등의 신문들과 뉴스타파, 고발뉴스 등의 팟캐스트 방식의 대안방송들은 도무지 상대가 되질 않습니다. 정치권력의 폭주를 막고 사회적 부조리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방법들이 마땅치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 미디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사회의 부정과 부패, 잘못된 관행과 적폐들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일꾼들이 필요합니다. SNS가 대세를 이룬 지금 개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면 이를 기반으로 풀뿌리처럼 강인하고 질긴 사회감시 기능들이 무한 확장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언론과 방송의 본연의 역할인 사회공익적 기능들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사회가 보다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작동하기를 바란다면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각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행동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움직이지 않으면 냉정한 현실은 우리의 꿈과 미래를 조금씩 갉아 먹을 것입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우리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꿈꿔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저의 제안에 마음이 동하신다면 이 실험에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너무 많은 것을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이 내키시는 대로, 마음가시는 대로 주시면 됩니다. 은행계좌는 농협과 기업은행 두 군데, 혹시 모를 해외 후원자를 위해 PAY PAL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요청이 있을 경우 추후 다른 방법들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글은 주중에 중점적으로 작성하고 주말에는 재충전을 할 생각입니다. 물론 개인사정과 사회적 현안 등을 따라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가능하면 이 원칙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조금 긴장이 되면서 두렵기도 합니다. 저의 실험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성공하게 될지 아니면 처참하게 깨져 나갈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이 무모한 실험의 첫발을 내딛어 봅니다. 걸음마를 막 시작하는 아이의 떨리는 마음으로, 짝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년의 설레는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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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많은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어 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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