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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좌파가 집권하면 망한다? 진짜 그럴까?

ⓒ 오마이뉴스


선거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진영의 '좌파 집권' 결사 저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5일 유승민 후보의 거취 문제를 두고 바른정당이 5시간의 격론 끝에 내린 결론은 국민의당·자유한국당과의 3자 단일화였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범보수 공동전선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단일화의 명분으로 그들은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 저지를 내세웠다.

소속 의원들에게 '팽'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유 후보 역시 좌파 집권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 정견발표에서 유 후보는 "좌파세력의 집권을 막아내겠다"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28일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이은재 의원. 그의 탈당 이유 역시 좌파의 집권 저지에 있다. 이 의원은 보수 개혁의 당위보다 좌파의 집권 저지가 먼저라며 슬그머니 친정으로 복귀했다.

선거 막판 보수 결집을 주도하고 있는 홍준표 한국당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홍 후보는 "좌파가 집권하면 우리는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된다(4월11일, 보수우파 대통합 대국민 호소문)", "좌파 정부가 들어오면 전시작전권도 환수하겠다. 또 사드배치도 재검토하겠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소위 미군 철수문제도 바로 거론이 될 것이다. 지금 시중에서 말하는 '코리아 패싱' 문제가 사실상 현실화되는 것이다(4월28일, BBS 불교방송 '맑고 향기로운 대담')"라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기도 좌파, 저기도 좌파, '좌파 타령' 일색이다. 사분오열된 보수진영이 유독 '좌파 집권 저지'라는 대명제 앞에서는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반대 입장 표명으로 뻘쭘해진 바른정당이 3자 단일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지금 보수세력은 오직 좌파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좌파가 집권하면 당장 나라가 절단이라도 나는 것처럼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좌파가 집권하게 되면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극심한 혼란과 불안 속에 나라가 거덜이 나게 되며, 기필코 망한다고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좌파세력의 집권은 끔찍한 악몽이자, 저주다. 


서울시와 성남시. 이 두 도시는 박원순과 이재명 두 종북 좌파 정치인이 꽤 오랫동안 시정을 운영해온 곳이다. 좌파세력의 '해방구'인 서울시와 성남시는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망해도 진작에 망했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를 쓰고 찾아봐도 아직까지 이 도시들이 망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외려 서울시와 성남시는 심각한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모범 지자체로 손꼽히고 있다.

박 시장이 취임할 당시인 2011년 10월 무렵만 하더라도 서울시와 투자기관의 채무는 약 20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2002년 당시의 채무 7조원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한 액수다. 이는 이명박·오세훈 두 전임시장의 토목 전시행정의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청개천 개발, 가든 파이브, 뉴타운 개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한강 르네상스 등 무리한 전시행정의 결과 서울시의 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무분별한 난개발과 전시행정을 줄이는 한편 투명하고 선명한 시정운영을 펼쳐 혈세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무상급식 확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서울시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반값식당, 자살예방종합계획인 '마음이음 1080', 청년수당 등 소외층과 사회적 약자, 고용절벽에 신음하고 있는 청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에 전력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박 시장은 영국 <가디언>지에 의해 세계 5대 혁신 시장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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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취임할 당시 성남시의 재정 상태는 파산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다. 한나라당(현 한국당) 소속이었던 전임 이대엽 시장이 방만하게 시정을 운영해온 탓이었다. 이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한편 강력한 예산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지출을 최소하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또한 불필요한 토목공사와 행사·축제 등의 전시성 예산을 줄이는 예산 절감책을 펼치며 시의 재정상태를 회복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이 시장은 시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상급식, 중학교 신입생을 위한 무상교복,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청년배당 등 시민들의 삶과 편의를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에 따른 계층간 불균형과 불평등, 그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의 폐혜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시장은 오히려 보편적 복지의 확대에 전력했다. 그 결과 성남시는 모라토리엄 선언 4년만인 지난 2013년 광역·기초자치단체 재정자립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시장 역시 지난 2014년 조선일보,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TV조선 2014년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지역혁신경영부분 대상을 차지했다. 


좌파가 집권하면 살림이 거덜나고, 급기야 망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과는 달리 현실은 이처럼 그와는 영 딴판이다. 오히려 불투명하고 방만한 토목 전시행정으로 시의 재정상태를 위기로 몰아넣고,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지 않게 권위주의적 시정운영을 고집했던 쪽은 보수진영이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과 이 시장이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좌파가 집권하게 되면 망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얼토당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우리나라가 진짜 폭삭 망할 뻔했던 IMF 사태 역시 우파세력이 집권했을 때 터졌다. 당시 나락에 빠진 국가경제와 서민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회복시킨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였다. 문제는 우파가 일으키고, 수습은 좌파가 한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엄청난 혼란과 혼돈 속에 빠트렸던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나쁜 짓 안 하면, 부정 부패 안 하고 예산 낭비 안 하면, 정부 살림은 엄청 좋아집니다"

좌파세력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보수진영의 궤변을 일거에 허무는, 이 시장의 통렬한 일성이다. 조직의 흥망성쇠는 이념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좌파든 우파든 상관없이, 조직의 성패는 오롯이 집권세력의 철학과 윤리, 신념과 의지에 달려있다. 도덕성과 올바른 철학을 겸비한 세력이 집권하게 되면 조직은 물론이고 구성원들의 삶의 질까지 진일보하게 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서울시와 성남시, IMF의 경우가 이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돌고 돌고 돌아 다시 '색깔론'이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보수진영의 색깔론, 종북·좌파 타령이 구습이자 구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구시대의 낡은 정치공세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낡은 것의 지배를 받는 사회는 절대로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 사회를 짖누르고 있는 낡은 것들과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 촛불민심의 강력한 요구인 적폐청산의 요체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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