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집권 2년 차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5월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 여론조사의 동향을 살펴보면 최대 80% 중반에서 최저 60% 후반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몇 주째 70% 초반대의 박스권에 갖혀 있는(?) 모양새다. 임기를 통틀어 60% 중후반이 최대였던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는 건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인간적 매력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특히 권위를 찾아보기 힘든 대통령의 공감능력과 따뜻한 감성은 문재인 정부를 지탱하는 실질적인 동력이라는 평가다. '명박산성'과 '레이저빔'에 익숙해져 있던 국민들은 의전과 경호에 얽매이지 않고 격의없이 소통하는 최고통수권자의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외교안보, 경제 및 민생 문제, 정치 난맥 등 해결해야 할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와 탄식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런 저런 잡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기대 이상'이라는 일반적인 평가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가 영 못마땅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야당, 그 중에서도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그렇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법이라 했거늘, 정권을 두고 경쟁해야 할 문재인 정부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으니 어찌 아니 그럴 텐가.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진영이 붕괴되고 정권마저 빼앗긴 판국에 해가 바뀌어도 지지율이 떨어질 기미가 없으니 속이 말이 아닐 수밖에.
흥미로운 것은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정책, 국정운영 등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음에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한국당은 좌파 포퓰리즘, 경제위기, 안보불안, 민생 파탄 등 가용할 수 있는 레토릭을 총동원해 전방위적인 정권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공세의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외려 역풍에 휘말리기 일쑤다. 한국당으로서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든 뾰족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 그러나 한국당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실을 직시하기 보다는 민심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보여주는가 하면, 악담과 저주, 심지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자충수까지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상승을 한국당이 도와주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도자가 저러고 있으니 당의 미래가 깜깜하다. 한국당이 이제 태극기 세력만 남아 있는데 옛날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건전한 보수 세력을 다시 모셔와야 한다. 그런데 이 세력들은 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떠나버렸다. (한국당은) 새로운 보수로, 말은 개혁적 보수로 태어난다고 그러면서 태극기만 바라보고 있다. 이 두 사람이 만나서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냥 옛날 생각대로만 사는 것이다."
지난 3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한 정두언 전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의 쓴소리다. 정 전 의원은 4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홍 대표와 한국당이 과거의 관성에 사로잡혀 있다며 앞날이 '깜깜하다'고 쏘아 붙였다. 한국당이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낡은 방식과 관성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구태의연한 사고와 행태만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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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과 세월호 이용해서 정권잡고 문슬람 댓글 여론 조작으로 정권 유지하고 방송탈취하고 신문 압박하고 포털 장악하고 관제 여론조사기관 동원해 지지율 조작하고 참으로 대단한 정권이다. 우리가 유치한 평창 동계 올림픽을 세계스포츠 행사가 아닌 남북관계 정치쇼에 이용하고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기업 압박으로 민생은 파탄나고...(중략)...그러나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민심만 보고 간다. 대한민국 국민은 참으로 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새해에는 완전히 달라진 자유 한국당으로 국민들 앞에 서겠다."
그런 면에서 홍준표 대표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정 전 의원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방증이다. 어떠한가. 이 정도면 한국당이 탄핵 당한 이유와 정권 창출에 실패한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한국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홍 대표부터가 사실 왜곡과 물타기, 적반하장에 아전인수까지 빠짐없이 보여주고 있으니 어찌 아니 그럴 것인가.
그나저나, 참으로 대단한 홍 대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 언론 장악, 포털 장악, 관제 데모 등을 자행하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다 아는 일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남 일처럼 말하고, 전가하는 능력이 과연 '유체이탈 정권'의 대표답다. 세월호의 '세'자도 꺼낼 수 없는 처지에 또 다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기만하는 건 정치 이전에 인간의 자질과 품성 문제다. 한국당 대표의 인식이 이럴지니 세월호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망언이 당내에서 또 다시 터져나오는 것일 테다.
자기 입으로 내뱉은 공약인 최저임금 문제와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또 어떤가. 이율배반과 표리부동이 한국 정치의 저급·저렴화를 부추기는 '구태'이자 '사회악'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일 터다. 범인들의 세상에서조차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과 상종하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거늘, 대권까지 나섰던 제1야당 대표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우리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일 수밖에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지사다.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고 있기는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새해 벽두부터 '혼수성태'라는 별명을 얻으며 국민들의 장탄식을 이끌어냈던 김 원내대표는 최근 연이어 구설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지난 11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역대급 '망언'이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약대로 실천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해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김 원내대표의 용기있는 고해성사에 '뜨악'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는 6월 열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확실한 자기고백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한국당 간판을 달고 출마할 예비 정치인들을 일순간에 '멘붕'에 빠트리는 '자폭' 발언에 실소가 절로 터져 나온다. 아무리 막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한국당의 현실을 감안한다 해도, 선거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가 '커밍아웃'을 했으니 이제 한국당이 선거 때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현혹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밝힌 셈이니 왜 아니 그럴 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어느 누가 한국당이 내세운 공약을 믿을 것이며, 어느 누가 지지를 보낼 것인가. 가뜩이나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으로 지탄을 받아온 한국당이 아닌가 말이다.
최근 한국당에 잇따라 독설을 날리고 있는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대표의 막말과 언행이 정부여당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2월 13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서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꾼'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당의 구명에 앞장서야 할 두 사람이 오히려 낡은 가치관과 편협한 세계관에 사로잡혀 당의 추락을 '쌍끌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민들의 시각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갖은 정치 공세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점점 궁색해져 가고 있는 한국당의 현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속절없이 무너진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 심지어 한국당은 안방이자 텃밭인 TK 지역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게 밀리고 있다. 당의 미래를 위한 특단의 대책과 방안이 강구돼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여전히 과거에 산다. 반성도 성찰도 없이, 정치 공세로 국면을 모면하려고만 애쓰고 있다. 태극기 세력이 민심인양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시대가 변했음에도 과거의 관성대로 움직이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시쳇말로 답이 없다. 달라지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한국당은 직시해야 한다. '거짓'와 '진실'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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