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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베일 벗은 UAE 의혹, 한국당은 책임져야 한다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자유한국당의 표현의 빌자면) 'UAE 원전 게이트'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의혹을 풀어줄 '키맨'으로 지목받던 칼둔 아부다비 UAE 행정처장이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데 이어, 양국 사이의 비밀 군사협정 의혹을 제기했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주장이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태영 전 장관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보면 UAE 논란의 얼개는 대략 이렇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12월 총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UAE 원전 사업을 따냈다. 그런데 문제는 원전 수주에 앞서 정부가 UAE와 방산기술 교류, 군 교육훈련 협력, 군사적 지원 등의 포괄적 군사교류협력 협정을 맺었다는 것. 당시 군이 UAE와 맺은 협정에는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려 한바탕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0년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항간에 떠돌던 이면계약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김 전 장관에게 UAE 파병과 관련해 양해각서(MOU) 체결 여부와 '유사시 군사적 지원', '안전보장', '상호방위', '파병' 같은 표현이 들어간 약속을 한 사실이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유 의원의 계속된 질문에 말을 얼버무리면서도 UAE와 군사적 약속을 맺은 적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명박 정부가 원전 수주의 과정에서 UAE와 별도의 군사적 협정을 체결했다는 사실은 당시 <연합뉴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서도 잇따라 보도될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됐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가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정부당국의 기밀유지 기조와 원전 수주의 경제적 성과에 가려져 이후 흐지부지되고 만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의혹이 다시 부상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UAE와 맺었던 협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다. 이명박 정부가 체결한 비밀 군사협정의 문제점을 파악한 문재인 정부가 수정을 요구하자 UAE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과 보수언론이 지난해 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행을 문제 삼고 '원전 게이트'라 맹폭할 당시 이면계약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던 김 의원은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UAE 논란의 실체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 오마이뉴스


이날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비밀 군사협정과 관련해 UAE와 각각 5건, 1건 등 총 6개의 MOU를 체결했다고 언급하며, 그 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켜 지난해 11월과 12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임 실장이 UAE에 급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장관의 경우 "이건 도저히 국내법을 위반한 양해각서이기 때문에 일부 문제되는 조항을 수정하자고 UAE에 쫓아간 것"이고, 임 실장의 경우는 "적폐청산 차원에서는 이 양해각서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데, 걸려있는 국내기업의 이익이 너무 커 이것을 수습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원의 주장은 김 전 장관의 증언으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전 장관이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원자력발전소 수주 계약을 맺으면서 유사시 한국군의 개입을 약속하는 비공개 군사협약을 주도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내가 책임을 지고 협약으로 가자고 했다. 실제 문제가 일어나면 그때 비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원전 수주 당시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헌법에 적시된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UAE와 비밀 군사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이다. 헌법은 제60조 1항에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라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밝혀진 상황을 종합해 보면 크게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원전 수주를 위해 이명박 정부가 군의 자동 개입 조항이 포함된 비밀 군사협정을 UAE와 체결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문재인 정부가 이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한국당과 보수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공세가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되었다는 사실이다. 

황당한 것은 청와대가 외교 관례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사이 '원전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라며 연일 맹공을 퍼부어 온 한국당의 행태다. 이면계약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한국당은 제대로 된 사태 파악조차 없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를 몰아세우기에 급급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자신들이 증폭시킨 UAE 의혹의 퍼즐이 거의 완성되어 가는 현재까지도 한국당은 사과는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정권이 교체된 이후 한국당은 늘 이런 식이었다.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국가와 국민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당사자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행태를 고수하고 있다. UAE 논란은 물론이고 사드 배치, 한중 정상회담, 위안부 합의, 남북 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습에 여념이 없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외려 큰소리다.

UAE 의혹이 한국당이 쏘아 올린 오발탄인 것으로 드러나자 비난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다. 방귀를 뀐 사람이 미안해 하기는커녕 불같이 성질을 낸 꼴이니 그럴 수밖에. 지난 9년 동안 국정을 운영했던 집권세력으로서의 무책임함에 대한 염증과 분노일 테다. 밑도 끝도 없는 어깃장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아니 어디까지 뻔뻔해질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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