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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측근들의 잇따른 배신, 사면초가에 빠진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정황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것.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수수 혐의까지 추가됐다.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밖에도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 음해와 사찰 사건, BBK 주가조작 사건, 자원 외교 의혹, 4대강 비리 의혹 등도 줄줄이 대기표를 받고 있다. 사방팔방에서 한 방향으로 이 전 대통령을 옥죄어 들어가고 있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요 첩첩산중인 곤란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벼랑끝에 서있는 이 전 대통령을 더욱 궁지에 빠트리는 것이 있다.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들의 실체를 밝혀줄 '키맨'인 측근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의혹이 불거질 당시만 해도 혐의 사실을 부인하기에 바빴던 측근들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모종의 심경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정황 증거를 제출하는가 하면, 이 전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진술과 증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우리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한 사실과 사이버사의 활동 내역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됐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국방부 댓글사건 조사TF가 확보한 'VIP 강조사항' 문건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사이버사 댓글 공작 사전 인지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단서라는 평가다. 

다스 수사와 관련해서도 측근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다스의 전 경리팀장이었던 채동영씨는 지난해 11월 17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다스 직원들한테 가서 물어봐요. 다스 실소유주 누구냐고. 그러면 이명박이라고 그러지"라고 말하며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현 다스 대표 이상은씨의 운전기사로 18년 동안 일했던 김종백씨 역시 최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다스는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1000% 확신한다"고 실토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2월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다스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다스 전현직 직원들의 폭로가 잇따르기도 했다.

다스 전 사장이었던 김성우씨 역시 최근 검찰에서 다스의 설립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이 설립됐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씨는 줄곧 다스와 이 전 대통령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해오던 참이었다. 다스 대리인으로 불리울 만큼 이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김씨가 태도를 바꿈에 따라 다스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 오마이뉴스



국정원 특활비 수사 과정에서도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의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측은 국정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이를 검찰의 '표적수사'이자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 주장을 뒤집는 '대박'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에 특활비 일부를 건넸다고 시인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공작 및 방송 장악 지시, 국정원 자금 불법 유용 등의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특활비 청와대 상납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2008년 5월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하고 국정원 특활비 상납과 관련해 대면보고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 전 실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에 전달될 경우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 전 대통령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원 전 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을 궁지에 빠트리는 내용의 진술을 한 데 이어, 이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을 보고받은 정황까지 추가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과 관련해 4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7일 전격 구속된 것도 이 전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악재다. 법원이 그만큼 특활비 상납의 불법성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기획관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자금관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흐름이 '어째'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와 흡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혐의를 입증할 단서와 정황 증거들이 실타래처럼 엮어 나오는가 하면, 관련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측근들의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 것까지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이와 관련해 특히 흥미로운 것은 최근 들어 이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서 엿보이고 있는 심경과 태도의 변화다. 지근거리에 있었던 만큼 그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만 보더라도 명확해진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이 벼랑끝으로 내 몰리게 된 데에는 측근들의 배신도 크게 한목을 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호가호위하던 측근들과 참모들은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자 책임을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그랬고,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그랬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의 수족이라 불리던 문고리 3인방조차 자신들이 곤경에 처하게 되자 가차없이 주군을 버렸다.

물론 속단할 수는 없다. 측근들이 이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고 확신할 만한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불안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불신과 균열을 잉태한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가 그 비근한 예일 터다. 언제나 그렇듯, 권력은 내부로부터 붕괴한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모종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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