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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통일이 미래요, 투자라더니..이제와 딴소리하는 <조선일보>와 한국당

 ⓒ KBS 화면 캡쳐


"남한과 북한에 아주 엄청난 기회들이 오고 있다. 통일하고 개방이 되면 앞으로 20년 동안 한반도가 세상에서 제일 주목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 귀재로 손꼽히는 짐 로저스는 지난 1월 23일 KBS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통일이 되면 한반도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저스는 평소 "가능하다면 내가 가진 돈을 전부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언급할 정도로 북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저스가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보유한 국내 민간 리조트 전문개발 업체인 아난티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로저스는 이날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재공하기도 했다. 그는 "남한의 자본과 경영기술, 북한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철도 연결 사업은 모두 원래 있었던 것이어서 중단됐던 사업이 재개된다면 우선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부산에서 베를린까지 철도가 연결된다면 한국에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경협이 지속적인 경제불황으로 침체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는 불씨가 될 수 있음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투자,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로저스의 전망은 오는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맞물려 특히 주목된다.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상응조치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북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의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조치로서 남북 경협을 지렛대로 사용해 달라는 의미다. 나아가 미국내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미국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은 경제적 실리를, 미국은 상응조치라는 명분을 얻게 되는 셈이니 남북경협은 양국 모두에게 나쁠 것이 없다.

주지하다시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제로 남북 경협은 완전히 멈춰선 상태다.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일 터다. 북미정상이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단계별 로드맵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꽉 막혀있는 남북 경협 역시 다시 물꼬를 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저스의 전망처럼 남북 모두에게 아주 엄청난 기회가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 조선일보


그러나, 모두가 남북 경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은 남북 경협을 '북한 퍼주기'로 규정하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조선일보>는 20일 '협상은 미북, 돈은 또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미·북 핵 협상 때처럼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에 대한 금전적 부담은 한국이 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20일 원내회의에서 "미북회담이 개최되기도 전에 북한 비핵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는 언급도 없이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완화 선물보따리를 김정은에게 안겨달라고 트럼프에게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다"며 "국민세금을 주머니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새롭지도 않지만, 대한민국이 핵을 이고 사는 상황에서 가짜 평화를 부추기고 2차 미북정상회담을 북한을 위한 회담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는 심정으로 건넨 쓴소리일지 모른다. 남북관계의 불확실성과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장미빛 환상에 젖어 있는 세태에 대안 진솔한 비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받아들이기에는 그들의 과거가 영 석연치 않다.

이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4년 초 <조선일보>가 특별기획으로 내보낸 대형 기획기사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일 대정부질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조>가 통일과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2014년 1월 1일부터 내보낸 기사만 무려 243건에 달한다.

당시 <조선일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통일이 미래다' 기획기사의 제목 중 일부를 소개해 본다.

'북 관광시설 4조 투자하면 연 40조 번다', '통일은 남북 모두 이익 68%, 연방제 지지 27%', '탈북자 90%, 통일은 북에도, 내게도 이익, 남 국민보다 긍정적', '통일되면 북과 중 동북 3성이 경제·평화 허브 될 것', '시장경제 안착한 대초원에 무지개 뜰 것', '남북통합 땐 대륙과 연결된 6000조 자원 강국', '통일 땐 5000km 세계 최대 산업벨트 탄생할 듯'

하나 같이 꿈과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제목들이다. 그러나 당시 <조선일보> 기사는 제목뿐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와 통계, 전문가 집단의 분석과 전망을 곁들인 내용으로 주목을 끌었다. 시리즈 기사가 나갈 당시 <한겨레> 등 진보매체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고,  지난해 10월 대정부질문 당시 박 의원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조선일보>의 분석이 틀리지 않았다고 평가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 경협의 경제적 효과와 이익을 집중 조명하며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조선일보>의 논조는 정권이 바뀌자 180도 달라진다. 언제는 통일이 '미래'라면서 남북교류 강화와 과감한 투자로 북한의 경제를 개발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간 경제통합을 이뤄야한다고 역설하더니 이제는 남북경협이 '퍼주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입장이 돌변하기는 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2014년 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이 되면 우리 경제는 굉장히 도약할 수 있다”며 이른바 '통일대박론'에 불을 지폈다.

이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대박론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원유철 의원은 2014년 2월 대정부질문을 통해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재검토', '5.24 조치 예외 규정 적용 필요성' 등을 거론하며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영우 의원은 "'통일 뉴딜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6월에 열린 북한정책포럼 세미나에서는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북한의 안보 번영을 보장하는 체제를 국제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나경원 의원은 “경제 교류를 할 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서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고 지금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한국당 역시 태도가 완전히 돌변했다. 통일대박을 부르짖더니 이제는 "선물보따리", "국민세금" 운운하며 남북경협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통일이 미래'라던 <조선일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행태다.

황당한 것은 5년 전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 <조선일보>와 한국당이 입장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선 일언반구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문뜩 궁금해진다. 5년 전과 달리 입장이 바뀐 이유가 뭔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근거는 무엇인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꿀 것이었다면 도대체 왜 "통일은 미래", "통일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침이 닳도록 강조한 것인가.

문 대통령 발언에 '대북 퍼주기' 공세를 펴고 있는 <조선일보>와 한국당은 답해야 한다. 국내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사라면, 원내 의석 113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라면 5년 전과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도 명색이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언론사와 공당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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