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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당 자격 의심스러운 한국당 징계안..역풍만 불렀다

ⓒ 오마이뉴스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민주화운동' 모독 논란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의 자체 징계안이 발표됐지만, '꼬리자르기'라는 비난과 함께 거센 역풍이 일고 있다. 


‘5·18 망언’ 파문 6일 만인 14일 한국당은 윤리위원회를 통해 이종명 의원을 제명하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로 징계를 유예하는 징계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5·18 망언' 인사 3인 중 이종명 의원 한 사람만 제명하고,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태극기 부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이 의문스러운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솟구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 징계안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한국당은 ‘전당대회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당선인 공고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를 유예받는다’는 당 규정을 들어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뤘다. 두 의원에 대한 징계 책임을 차기 지도부로 떠넘긴 것이다.

황당한 것은 이같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의원을 징계위에 회부했다는 점이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비판 여론이 솟구치자 징계할 것처럼 연막을 치더니 5·18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두 사람의 전당대회 출마를 용인해 준 셈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논란의 시발점이었던 8일 공청회 이후 전당대회 등록 마감일이었던 12일까지 4일 동안 한국당이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미루면서 두 사람에게 후보 등록을 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5·18 망언'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감안하면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명 처리된 이종명 의원 역시 비판 여론을 의식한 형식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제명은 당 소속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한국당의 당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제명이 된다 하더라도 탈당하지 않는 이상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말이 제명이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와중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제명 여론을 '인민재판'에 비유해 논란에 휩사였다. 그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대표인 의원에 대한 징계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따져가며 처리해야 한다"며 "여론이 이러니 빨리 잘라내라는 식의 인민재판식으로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강변했다.

이어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보수정당은 엄격한 법리 판단에 따라 신중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세 사람에 대한 징계가 당이 규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기가 차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 직전까지 갔던 당을 살리겠다며 한국당에 합류한 비대위원장의 인식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힘든 발언이다. '5·18 망언' 3인방의 반헌법적·비윤리적 행태는 사실관계가 이미 명확히 드러났다.


이종명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주장했고,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 규정했다. 공청회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 역시 북한군 개입설을 굽히지 않는 등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을 끊임없이 폄훼해왔던 대표적 인사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2일 김병준 위원장이 직접 "공청회에 대한 진상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조사 결과, 행사에서 발표된 내용은 심각했다”며 “발표된 발제 내용은 일반적으로 역사 해석에서 있을 수 있는 ‘견해의 차이’수준을 넘어 이미 ‘입증된 사실에 대한 허위 주장’임이 명백했다”고 밝힌 것 아닌가.

그랬던 그가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 여론에 대해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거론하며 '인민재판' 운운하고 있으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또 없다. 이럴 거면 "5.18 진상규명 공청회’ 문제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유가족과 광주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는 왜 숙였나.

당 지도부의 인식이 이러니 논란의 당사자들은 외려 기고만장이다.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태극기 부대의 응원에 힘이 난다. 오히려 인지도가 올랐다", "겸손하고 절제된 용어로 앞장선 여전사가 되겠다"(김순례 의원), "영상 메시지에는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없다", "홀가분해졌으므로 전당대회에 집중하겠다"(김진태 의원)며 민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대국민 기만쇼'에 대한 역풍이 만만찮다. '5·18 망언' 파문 이후 한국당 지지율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50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 포인트, 응답률은 6.7%)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2%포인트가 하락한 25.7%로 집계됐다. 한달 가까이 이어지던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은 '5·18 망언'과 지도부의 늑장 대응 등에 대한 역풍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이번 조사가 한국당의 면피용 징계안이 나오기 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18 민주화운동'은 수차례의 진상조사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역사적·법적 평가가 명확히 내려진 사안이다. 한국당이 공식 사과문을 통해 공청회에서 논란이 된 내용은 ‘입증된 사실에 대한 허위 주장'이라고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5·18 망언' 3인방은 일부세력의 망상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모독했다. 대중의 증오에 편승했다는 점에서 그 행태가 더더욱 고약하다.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배치되는 한국당의 행태에 민심이 요동치는 이유일 터다. 

한국당은 명심해야 한다. 망상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일 뿐이다.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왜곡하고, 5·18 유가족을 모독하는 세력과 결별하지 못한다는 건 그들 스스로 공당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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