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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월호의 참사를 부른 결정적 원인에 대하여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인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경 대구에서는 사상 최악의 지하철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151명이 부상을 당했고, 192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단순 방화로 발생한 화재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습니다. 그것은 당시 가연성 물질로 가득했던 열차 내부 시설로 인해 차량이 순식간에 유독가스로 뒤덮였고, 열차 안의 승객들이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유독가스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습니다. 애초 화재가 시작됐던 '1079' 열차와 반대 방향으로 운행하던 '1080' 열차가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없이 중앙로역에 정차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 열차의 기관사는 연기가 객실 내부로 들어오자 열차 문을 닫은 후 "잠시 후 출발할 것이니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을 여러차례에 걸쳐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전기가 끊긴 열차는 출발하지도, 문을 열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1079' 열차에서 옮겨붙은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1080' 열차에서 전체 사망자의 74%에 이르는 142명의 승객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구조된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안내방송으로만 10여 차례에 걸쳐 "그대로 있으라", "자리를 이동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기관사의 잘못된 상황 판단과 부적절한 지시가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세월호' 사건은 10여 년 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와 매우 흡사합니다. 이번에도 승객들은 승무원들의 "선내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지시대로 선내에 머물러 있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열차의 승객들과 여객선의 승객들이 기관사와 선장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방법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탈출 메뉴얼을 숙지하고 있는 전문가들이고,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승객들은 승무원들을 믿고 그들의 지시와 통제에 최대한 협조해야만 합니다. 만약 승객들이 승무원들의 지시와 통제를 따르지 않고 자신들의 의지대로 행동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무질서와 혼돈 속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1997년에 제작된 영화 '타이타닉'에서는 배가 침몰하는 위급상황임에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승무원들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자신들의 목숨보다 승객들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고 승객들의 탈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사건에서도 선장은 물론 1~6등 항해사, 기관사 등의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선장이었던 에드워드 존 스미스는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침몰하는 배와 함께 최후를 맞았고, 1등 항해사였던 월리엄 맥마스터 머독은 승객은 살리고 자신은 얼어 죽었으며, 5등 항해사였던 해럴드 고드프리 로우는 배가 완전히 침몰한 뒤에 구조자들을 강제로 재편성해 다른 배에 타게 하고 빈 배로 지원자들과 함께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들을 구하러 가서 4명을 더 구조했습니다. 이 밖에도 기관장이었던 조셉.G.벨은 배에 전력 공급을 위해 끝까지 배에 남아서 분투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타이타닉호의 설계자였던 토머스 앤드류스 역시 끝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흡연실에서 최후를 맞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승객들 역시 승무원들의 지시와 통제를 비교적 잘 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자와 어린아이를 우선적으로 배우 태우는 것은 기본이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 상황임에도 승무원들의 통제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가 아닌 실제상황에서 승객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필자가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쩌면 영화의 극적인 감동을 위해 조금 과장되게 미화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것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승무원들의 지시와 통제 아래에서였다면 승객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타이타익호의 침몰은 빙산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흘려 들은 승무원들의 부주의가 빚어낸 참사였지만, 사고 이후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승객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승무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은 우리 사회를 참 부끄럽게 만드는 불편한 영화입니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일사분란하게 작동해야 하는 구조 시스템 및 사고 매뉴얼 등은 반드시 구비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경우 열차 내 화재를 전혀 염두하지 않은 가연성 소재가 차내 물품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기관사의 잘못된 상황 판단과 부적절한 지시가 피해를 더욱 키우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또 어떻습니까?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기다리라"고 말하고 자신들은 배 밖으로 가장 먼저 탈출했습니다. 배가 침몰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그들은 승객들보다 자신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들에게서 타이타닉호 승무원들의 책임있는 자세와 살신성인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차라리 사치에 가깝다는 것이 이들이 목숨을 건진 이후의 모습에서 확인됩니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9시 30분부터 선실에서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달된 10시 17분까지 47분 동안 '세월호'의 침몰을 '세월아 네월아' 보고만 있었던 해경 역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경찰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밝힌 대로 해경이 사고 지역에 도착한 직후 세월호에 진입해 구조를 시도했더라면 대부분의 승객들은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경은 침몰해 가는 세월호의 깨진 창문 사이로 승객들의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명백히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승객을 구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구하지 않은 것입니다. 재난구조시스템은 고사하고 해경에게는 최소한의 직업윤리와 소명의식 조차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난맥이 여실히 들어났고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사실을 공표하고 방송과 언론을 통해 거짓말과 내용 부풀리기를 시도하는 등 여론을 호도하려는 기만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SNS를 통제하고 이를 색깔론으로 물타기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예기치 않은 참사로 크게 상심하고 있을 유가족과 국민들을 향해 정부가 할 온당한 처신이 아닙니다.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박 대통령과 정부의 사태수습을 위한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까닭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고 있는 비극입니다. 이 끔찍한 비극은 이보다 100여 년전에 발생했던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비교해 볼 때 더욱 더 우리를 아프게 만듭니다. 그들에게는 있는 어떤 것이 우리에게는 없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러나 이는 다른 승객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씨의 살신성인의 모습으로 인해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의 문제이고 결국 인성의 문제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이 정부와 해경 및 관련 기관, 세월호의 승무원들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책임의식과 소명의식과 인성이 없었다는 것이 '세월호 참사'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입니다. 시스템 이전에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는 본연의 것들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가장 높으신 곳에 있는 앉아 있는 분부터 시작해서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 그 사람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