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겨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함께 울고 슬퍼하고 있습니다. 특히 희생자들의 대부분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어린 학생들인 탓에 자식을 둔 부모들의 동병상련 속에 슬픔이 가시질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인지상정이며 당연한 일입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늘 한결 같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부모들은 그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한을 삵이며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요.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근근히 버티며 살아내는 것이랍니다. 이런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요.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과 애절함, 답답함과 막막함 속에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기가 힘들 겁니다. 자신의 분신이며 모든 것이었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 딸들이 한 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멀쩡이 살아있는 생명들을, 충분히 구할 수 있던 생명들을 정부와 관련기관들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허망하게 보내버린 것입니다. 


그 생명들은 칠흑같던 어둠과 추위 속에서 '기다리라'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말만 믿고 몇 시간, 몇 십시간을 절망과 공포 속에서 오지도 않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보고 있었을 유가족들의 심정은 지옥이 따로 없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가족들의 얼굴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 지옥같은 상황쯤은 차라리 견딜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실종자 중 어느 누구도, 단 한사람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왜 살아 돌아올 수 없었는 지 유가족들은 알고 싶어 합니다. 


실낱같던 희망마저 모두 사라져 버린 지금 유가족들은 이 정부와 대통령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알려달라고 애타게 외쳐봅니다. 그러나 정부도, 대통령도 아무도 답을 해 주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오히려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정부와 사회고위층의 릴레이 망언들 뿐이니 기가 막혀서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입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숨을 쉬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이며 '관재'입니다. 여기에는 그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이나 고위층의 생각은 이와는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그들의 인식과 태도는 도덕과 양심은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인성마저 의심케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80명이나 구했으면 대단한 것" (해경 간부의 발언)

"세월호는 좋은 공부의 기회, 꼭 불행만은 아니다"  (새누리당 송영선 전 의원)

"국가안보실은 재난 대처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세월호 침몰, 좌파 단체 색출해야"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의원)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 (김시곤 KBS 보도국장)


이따위 정신나간 무개념의 막말이 다른 상황도 아닌 '세월호' 참사를 두고 나왔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의 발언들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지도층의 입에서 조폭이나 양아치들도 하지 않을 망언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담하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그들에게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보듬어 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며, 나아가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요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보도된 박승춘 보훈처장의 세월호 침몰 관련 발언도 고위공직자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무책임했습니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면 미국은 단결하지만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9·11 사태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경우 9·11 테러가 났을 때 부시 대통령이 사후보고를 받은 뒤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과 경찰관들의 어깨를 두드려 줬는데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56%에서 90%까지 올랐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정부 비판과 비난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승춘 보훈처장의 발언은 앞서 언급했던 망언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지도층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거듭되는 망언 속에서 그들이 이번 사건을 '인재'나 '관재'가 아닌 '불가항력'의 재난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더욱이 박승춘 처장의 인식은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사회지도층의 인식이 얼마나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는지 명징하게 보여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IMF 사태'와 같은 국가가 초래한 위기상황, 태풍이나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성 재난, 백화점 붕괴나 기름유출 사건 등의 참사 등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세계가 감탄하는 단결력과 살신성인의 자세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그의 편향된 뇌구조를 탓해야 하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 그는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위기가 아니라 국민의 위기이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기에 발생한 일이지  9·11 사태와 같은 반정부세력이 일으킨 테러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나 봅니다. 


그는 보편적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딴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별종임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간 뒤 대통령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는 이유를 가늠하지 못할리 없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식을 마치고 나가면서 참석자들을 향해 아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놀랍게도 박 대통령은 그 시각 웃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명박이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유체이탈의 웃음을 날리던 장면과 매우 흡사합니다. 물론 지지자들을 향해 표정관리를 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면 공과 사, 해야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쯤은 반드시 분별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향한 진심어린 마음이 있었다면 저렇게 행동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참사에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그것과는 대단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과 사회고위층의 이와 같은 책임을 망각한 행동과 망언들이야말로 국민들의 분노와 비난을 유발시키는 가장 큰 동인입니다.


국가와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하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능과 무책임도 모자라 이제는 희생자들과 유가족은 물론이고,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는 국민들 마저 기만하는 망언과 망동들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불난 집'의 불을 함께 꺼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겪입니다.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참으로 오만한 '나쁜' 정부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국가 권력의 오만과 무책임은 우리에게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와 같은 권력의 오만과 폭주에 맞서 국민들의 권익과 특권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오래된 숙제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우리는 자유당 이승만의 부정과 독재를 막아낸 4.19 혁명, 전두환 신군부의 장기독재 의지를 꺾은 87년의 6월 항쟁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독선과 오만에 찌들어 있는 정치권력은 절대로 스스로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각성과 행동만이 이 오만한 정부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1. Favicon of https://wanderingpoet.tistory.com BlogIcon 너의길을가라 2014.05.11 08:15 신고

    5. 쾅! ^^* 저녁 맛있게 드셨나요?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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