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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교사들 조문 막는 정부, 부끄럽지도 않나!

옛 속담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뉘우치기는 커녕 오히려 불같이 역정을 낸다면 어떨까요. 아마 이런 사람과는 두 번 다시 상종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혹 다혈질의 성정을 지닌 사람에게 저렇게 행동했다간 대번에 싸움이 일어나거나 큰 사단이 일어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위의 속담처럼 안면몰수하고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관계는 깨질 수 밖에 없고 피차 간에 감정의 골은 깊어지게 마련이며, 최악의 경우로 치닫을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현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바로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미 정부는 학생들이 SNS를 통해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댓글을 달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강조하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려보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정부가 통제에 나선 것입니다. 또한 한겨레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어제(7일)는 교육당국이 교사들의 추모 집회 참가를 막기 위해 일선학교에 공문을 보낸 것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온라인 상에서의 정부 비판 여론뿐만 아니라,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조차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해 연말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안녕하십니까' 대자보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당시 정부는 일선학교에 생활지도 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화답하는 릴레이 대자보를 붙이지 못하도록 통제했습니다. 학생들이 무슨 까닭으로 이 낡은 소통방식의 대자보에 격하게 공감하고 반응하는지는 이 정부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부의 관심은 오직 하나,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질책하는 민심의 소리를 차단하는 것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정부의 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왜곡하고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체제는 다양한 견해와 사상이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며 소통한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합니다. 갈등과 충돌, 소통의 과정을 통해 민의에 부합되지 않는 견해나 사상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거나 사라지게 됩니다. 정부 당국이 몸서리를 치고 있는 '종북'이라는 것도 사실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도태되고 사라진 과거의 유물일 뿐입니다. 지나가는 사람 백을 잡고 물어 보세요. 3대 세습의 봉건적 통치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는지. 인터넷을 통해서, TV를 통해서 북한의 열악한 실상이 모두 공개되고 있는 마당에 그래도 북한의 체제를 추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대한민국을 극도로 혐오하는 반체제주의자이거나 간첩 혹은 비현실적 몽상가일 겁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무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종북주의자'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결국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부정책의 모순과 오류를 지적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종북주의자'의 낙인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그 이유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권력은 민의에 따라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으로부터 시작해서 박정희의 군부독재와 전두환의 신군부에 이르기까지 민의는 권력에 의해 늘 통제되고 억압되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어딘가로 끌려가서 모진 고초를 겪고 심지어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민주주의 보다 중요한 것이, 헌법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의 기본권 보다 중요한 것이 당시의 권력자들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 이명박 정부 이후로 얼마나 많이 훼손되었는지가 이를 증명합니다. 이는 권력자들이 다시금 국민을 통치와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은 현 대한민국의 상황에서는 유명무실한, 죽은 조항에 불과할 뿐입니다. 정부의 SNS 통제를 통한 정부비판 차단과 어제 한겨레가 보도한 교사들의 추모집회 참가 금지 지침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건 발생 이후 초동대처에서 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며 유가족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가슴에 수차례에 걸쳐 대못을 박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수백명의 승객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유가족과 국민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고압적이며 위압적입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일컬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 표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작금의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현실인식 조차 한가롭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까?'


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현 상황을 냉정하게 고려해서 답을 내놓는다면 아마도 이렇게 될 겁니다. 


"적어도 헌법에서는."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