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현안을 보고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수백명의 승객들이 목숨을 잃은 국가적 대참사 앞에 여야는 이례적으로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세월호 참사는 이전에 있었던 참사들, 이를테면 'KAL기 폭파사건', '성수대교 붕괴', '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경주리조트 붕괴' 등의 사건들과 비교해 볼 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대단히 조심스럽고 죄송스럽지만) 지금껏 보지 못했던 충격적인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전파된 사건이다. 이전의 사건들이 이미 일어난 결과에 대한 인지의 문제였다면, 이번 세월호 참사는 사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죽느냐, 사느냐의 사투가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끔찍한 재난영화들과 괴기스럽고 엽기적인 호러물들이 이보다 더 공포스러울 수 있을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실은 박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해경, 승무원 등에게 승객들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데에 있었다. 눈 앞에서 승객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창문 틈으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를 보고도 이들이 현장에서 한 일이 거의 없다. 선내 진입은 애초부터 꿈도 꾸지 않았고, 그저 멀뚱하니 배가 침몰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말이다. 나는 이렇게 무섭고 괴기스러우며 절망적인 장면을 일찌기 보질 못했다. 간절히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선내에 머물러 있던 승객들, 아직 꽃피지도 못한 우리의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 갔다.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국가가 죽였다. 동의하느냐"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향해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현 의원은 묻는다. 강 장관은 "그 당시 상황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저 말줄임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 당시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없었다는 건지, 그 당시 상황이 구조가 용이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업무파악도 안된 터라 잘 모르겠다는 건지 당췌 모르겠다. 재차 "동의하느냐"고 묻는 김현 의원에게 그는 "그렇게 단답식으로 말씀하시면..."이라고 말하며 여전히 말을 아낀다. 이제야 감이 잡힌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정부에게,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발언은 삼가하겠다는 의도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정부가 이 정권의 안위는 끔찍히도 챙기고 있다. 이런 자세로 세월호 사건에 임했더라면 승객들을 그리 허망하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원들도 강 장관의 무책임한 태도와 답변이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서청원 의원은 갑자기 "잘못했다고 얘기해라. 네가 다 죄인이다. 뭐 그렇게 변명이 많냐"라며 고성을 질렀고, 이재오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저렇게 질문하면 '무조건 우리가 잘못해서 사람을 못 구했다. 죽을 죄인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장관의 태도 아닌가. 실종자가 남아 있고 이렇게 됐으면 '우리가 잘못해서, 책임자가 잘못해서 죽을 죄를 졌다'고, 이렇게 답변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친절하게도 답변의 요령까지 알려주고 있다. 


여야가 모두 합심해서 정부를 성토하는 것은 매우 보기드문 장면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정부여당은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결사체들이 아닌가. 그러나 새누리당이 정부를 대놓고 비판하는 이 기묘한 상황에 당황해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성토하고 있는 정부 책임의 최종기착지는 안전행정부이지 박근혜 대통령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청원과 이재오, 이 둘은 여론의 파고에 누구보다 민감한 산잔수전 다 겪은 정치의 달인들이다.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책임을 질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게다가 6•4 지방선거가 코 앞이다. 무책임한 정부여당의 모습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을 저들이 모를리 없다. 이 황당하고 해괴한 여당의 '분노 코스프레'는 이런 내막을 알고 본다면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수백명의 승객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이런 상황에서도 저들은 정치적 계산에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막말을 섞은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임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통수권자로서 할 수 있는, 그리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책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자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말은 절대로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의 책임이란 물질적, 도의적 책임을 모두 망라하는 개념이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 할 수 없었던 것은 해경 및 관련기관이 이후에 벌어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금, 인력, 기기 등의 인적· 물적 책임과 함께 추후 구조작업 중에 벌어질 수도 있는 각종 사건 사고 등에 대한 법리적 책임 등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이 책임을 과연 누가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야만 한다. 박 대통령이 직무유기를 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최고통수권자로서 의사결정권자로서 이 부분에 대해 관료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질 않았다. 이렇게 되면 관료들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새삼 조명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해 보자. 태안에서 발생한 기름유출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분명하게 말한다. 추후 생길 지도 모르는 법적인 문제, 비용문제 등에 개의치 말고 지금 필요한 것은 다 동원해서 기름유출 확산을 반드시 막으라고. 이렇게 대통령의 명확한 언질이 있으면 관료는 그제서야 (책임소재가 분명해 졌으므로) 움직일 수 있는 명문을 얻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은 바로 이 부분에 놓여 있다.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은 회피한 채 수하의 관료들을 나무라며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이는 그녀가 대통령의 소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거나 아주 무책임하거나 둘 중 하나다. 따라서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국가가 죽였다. 동의하느냐"고 묻는 김현 의원의 저 질문은 아주 유효하다.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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