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기준으로 6석 플러스 알파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를 공개할 수도 있는데, 공개하면 당 내부 전략을 수립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며 "트렌드는 6 플러스 알파"라고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홍 대표가 언급한 6석은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그리고 여기에 경기·인천 등 수도권 1석을 더한 수치다. 한국당은 영남권 5곳과 경기·인천, 그리고 제주까지 모두 8곳을 석권했던 지난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보수지지층이 사분오열된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당이 6석을 수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권 2년차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여전히 60~70%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더불어민주당 역시 50%에 가까운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지속적인 정치공세에도 불구하고 10~20%의 박스권에 갖혀있는 중이다. 보수표를 두고 바른미래당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도 부담스럽다.
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한국당은 지독한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출마를 선언했거나 저울 중인 후보군이 넘쳐나는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경쟁력을 갖춘 후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전통적 강세지역인 부산·경남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구도 위태롭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당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에서 한국당 소속 서병수 현 시장이 김영춘 해수부 장관과 오거돈 전 장관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경남 역시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넉넉히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한국당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대구조차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할 경우 어렵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한국당의 궁색함은 영남권을 벗어나면 더욱 도드라진다. 당장 서울시장만 해도 한국당은 누가 나올지 후보군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역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민병두·박영선·우상호·전현희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 중량감과 파괴력을 갖춘 인물들이 즐비한 민주당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세훈 전 시장의 재등판설을 비롯해 홍 대표 차출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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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여타의 광역자치단체장을 압도한다. 서울은 대한민국 유일무이의 특별시이며 인구 1000만에 25개 자치구와 424개에 달하는 행정동을 갖춘 메가시티다. 1년 예산만 해도 31조 8천여억 원(2018년 기준) 에 달하는가 하면,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위상 또한 대단히 높다. 달리 서울시장을 '소통령'이라 부르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 최대의 격전지로 통한다. 그런데 이처럼 중차대한 선거에 한국당 후보군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현재까지 이름이 거론된 인사는 오 전 시장과 홍 대표 외에 황교안 전 총리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황 전 총리는 탄핵 선거를 우려해 홍 대표가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며, 김 교수는 중량감이나 인지도 면에서 민주당 후보에 떨어진다는 평가다. 오 전 시장 역시 출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만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의원, 원희룡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 여러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후보 품귀 현상을 겪으며 달라진 처지를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야권 일부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연대 가능성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야권 분열 상태로 선거를 치르게 될 경우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두루 퍼져있는 데다가, 인물난에 시달리기는 바른미래당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시나리오는 서울시장 후보를 매개로 한 연대설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한국당은 경기지사 후보를 내는 방식의 야권 연대 가능성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김민석 원장 역시 이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향후 보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총선 이후를 생각하면서 명시적 연대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면서도 "그렇지만 선거의 현실적 필요와 정치적 생존을 위해 암묵적, 묵시적으로 연대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선거에 임박해 판세가 여의치 않을 경우 선거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표면적으로는 선거연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19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들이 먼저 연대를 꺼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집권여당의 견제를 위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말 그대로, 먼저 연대를 제의하지는 않겠지만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연대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집권당 시절 새누리당은 야당의 선거 연대에 대해 "영혼없는 선거연합", "정치적 야합·불륜" 등의 원색적 표현을 섞어가며 맹비난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미니 정당과의 연대는 없다"며 연대설을 단호히 일축해오던 터였다. 그랬던 그들이 상황이 불리해지자 슬그머니 연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제 코가 석자라는 방증일 터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한국당은 명색이 제1야당이다. '미니 대선'이라 일컬어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당의 체면은 고사하고 정당의 존립 이유를 심각하게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제1야당이면서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낼 만큼 정당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차라리 간판을 내리는 게 낫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권이 단일후보로 박원순 변호사를 내세우자 한나라당(현 한국당)이 민주당을 한껏 조롱하며 내뱉은 말이다. 인물난에 빠져있는 한국당이 새겨들어야 할 뼈있는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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