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지금 6 플러스 알파든, 몇 플러스 알파든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최대의 적은 홍준표 대표입니다. 그 분 때문에 지금 선거가 어려워지고 있지 무슨. 지금 제1야당 대표가 굉장히 정권에 어떤 견제 역할을 하면서 무게감 있게 해야 되는데 조롱거리가 되고 있잖아요. 그래가지고 어떻게 선거를 치릅니까?"
2월 14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이 지방선거를 전망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6석 플러스 알파를 목표로 제시하자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6석 플러스 알파 달성이 힘들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그 이유가 홍 대표 때문이라고 '콕' 찝어 말했다. 진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갖은 구설에 오르고 있는 홍 대표 때문에 선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 전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최대 격전지라고 예측하면서 이 지역에서 한국당이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홍 대표가 인천과 제주를 빼고 목표치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특히 야권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홍준표는 끝난다'라는 얘기가 많이 번지고 있다"며 굉장히 약은 처신이라고 꼬집었다. 말인즉, 지방선거 이후 불거질 책임론을 감안해 홍 대표가 최대한 목표를 낮게 잡았다는 뜻이다.
홍 대표를 향한 정 전 의원의 쓴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해를 맞아 홍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자 "자유한국당이 옛날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건전한 보수 세력을 다시 모셔와야 한다. 그런데 이 세력들은 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떠나버렸다. 이 두 사람 만나서 무슨 도움이 되나. 그냥 옛날 생각대로만 사는 것이다. 지도자가 저러고 있으니 당의 미래가 깜깜하다"고 혀를 차는가 하면, 홍 대표의 잦은 막말에 대해서도 "과분한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신이 난 것"이라며 "천박하다"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의 지적은 합리적인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수준낮은 언행과 함께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홍 대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일 터다. 왜 아니 그럴까. 주지하다시피 한국당은 국정농단 사태의 공동정범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당의 미래를 위해 처절한 반성과 성찰, 뼈를 깍는 혁신과 개혁 작업에 매달려도 모자랄 엄중한 시국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태극기 세력과 지역주의에 기댄 채 과거의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정치공세와 정부여당의 실족을 틈타 기회를 엿보려는 공세적 태도도 엿보인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반성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눈 가리고 아웅'하듯 박 전 대통령을 제명시킨 것을 제외하면 인적쇄신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친박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며, 탄핵 정국 당시 보수재건의 당위를 역설하며 당을 떠났던 의원들 대부분도 슬그머니 복당했다.
도로 새누리당, 아니 한국당이 됐다. 도대체 뭐가 달라졌다는 건지, 탄핵 전이나 이후나 '오십보 백보'요, '도토리 키재기'다. 한국당의 실권을 틀어쥐고 당의 혁신작업을 이끌어 온 홍 대표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당을 재건시켜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는 홍 대표는 무엇이 그토록 신이 났는지(?) 연일 자기 정치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홍 대표의 톡톡 튀는 언행들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릴 뿐 정작 한국당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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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첫날인 15일만 해도 그렇다. 언제부터인지 페이스북 정치에 맛을 들인 홍 대표는 이날도 정부여당과 시국을 비판하는 글들을 여럿 올려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홍 대표의 현실 인식이 국민 정서는 물론이고 시대흐름과도 상충한다는 거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당 대표라는 사람이 민심에 역행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으니 정 전 의원이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홍 대표가 효자"라는 독설을 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홍 대표는 이날 "재판도 여론으로 하는 민중재판의 시대가 되었다"며 "사법부의 좌판향으로 민중재판은 이제 일상화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와중에도 좌파들의 난동과 여론 조작에 굴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지킨 서울고등법원 이재용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을 담담했던 재판부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재판부를 향해 분노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각과는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홍 대표는 "재판은 법률상 청원의 대상이 아닌데도 재판 마저도 촛불시위로 하겠다는 좌파 정권의 횡포는 앞으로 역사적 단죄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 Darkest Hour다"라고 적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를 파면 또는 감사하라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문제 삼으며 이를 좌파 정부의 횡포라고 규정한 것이다.
홍 대표의 사고에는 법은 상식의 총화이며, 판결은 국민의 법 감정을 떠나 존립할 수 없다는 기본적 인식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그런 까닭으로 국민들이 왜 이 부회장 항소심에 수긍하지 못하는지, 국민청원에 나서는지 헤아리지 못한다. 법리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법조계에서조차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좌파 타령'에 빠져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날 홍 대표가 남긴 글 중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한국은 지금 Darkest Hour"라고 적은 부분일 터다. 황당하게도, 그리고 생뚱맞게도 그는 지금이 '가장 어두운 시간'이라고 단언한다. 홍 대표가 얼마나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지가 이 짧은 글귀 속에 압축돼 있다. 그의 인식은 촛불혁명의 시대적 의미를 폄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칙과 특권, 편법과 부정으로 얼룩진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거리로 나선 촛불의 '선의'마저 철저하게 우롱하고 있다.
앞서 정 전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최대의 적은 홍준표'라고 쓴소리를 날린 이유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정농단과 탄핵사태로 국가와 국민의 자존감을 한없이 추락시키더니, 그것도 모자라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주의와 헌법가치를 일으켜 세운 다수 국민과 맞서려 하고 있으니 어찌 아니 그럴 텐가.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라면서 시대가,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여전히 과거 속에 살고 있다. 무모한건지 무능한 건지 알 길이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4개월 남은 지방선거가, 2년 남은 총선이 왜 이리 더디냐는 국민들의 아우성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태극기 세력을 바라봐서는 지지회복은 기대난망이다. 홍 대표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Darkest Hour'에 빠져 있는 건 한국이 아니라 '한국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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