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칼럼을 쓰기 시작한 이유로 고민이 하나 생겼다. 머리카락, 그 중에서도 머리 윗 부분의 탈모가 시작(?)됐다는 점인데, 난감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사실, 소싯적부터 머리숱 많기로 동네에서 유명했던 터라 더 그렇다. 대학교 다닐 때까지 출입했던 미용실 아주머니는 머리숱 하나만 따진다면 누구도 이 동네에서 당할 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다. 그 많던 머리숱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으니 세상사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요즘 다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효리'의 말에 의하면 스트레스나 신경쓸 일이 많으면 화가 머리 가운데로 집중돼 그 부분의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고 한다. 듣고보니 그럴 듯 하다. 아닌게 아니라 칼럼쓸 때 너무 신경을 쓰기는 한다.
가끔씩 아내에게 오타나 문장을 훑어달라고 부탁할 때가 있는데, 내 보기에 어색한 문장이나 단어가 아내 보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참고로 아내는 나보다 가방끈이 긴 문학전공자다). 아내는 너무 세세한 것까지 신경쓰는 것 아니냐고 조언을 한다.
정말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다듬는다. 칼럼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정치칼럼은, 내게,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준다.
암튼, 고민이다. 거울로 언뜻언뜻 비치는 휑한 윗머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눈치없는 큰 딸은 어제 아빠의 남모를 고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빠, 대머리되는 거야? 이유~챙피해'라며 아픈 곳을 또 찌른다. ㅡ,.ㅡ;;
그러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내게는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치열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고민하고 있다는
뜻일테니까. ^^*
더 좋은 칼럼을 쓸 수만 있다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칼럼을 쓸 수 있다면 그깟 머리카락 빠지는 것이 무슨 대수이며, 대머리가 된다 한들 뭐가 문제이랴(딸이 창피해 할라나?). 나는 기꺼이, 머리카락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
지난주 휴가의 여독이 아직이다. 몸은 무겁고 당달아 머리도 탁하다. 밀린 업무도 상당하다. 덕분에 이번주는 칼럼을 세 편밖에 쓰지 못했다. 그나마 세 편 모두 평판이 좋아 다행이다. 다음주부터는 일상으로 복귀한다. 휴가 기간 동안 다잡았던 마음을 잊지 않겠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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