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었나.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마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때가. 정확한 동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 떠날 때 생긴 울분과 분노, 자괴감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일 수도, 본디부터 갖고 있던 글에 대한 연민과 욕망이 떠민 것일 수도 있다.
그땐 정말 무식하게 썼다. 하루에 두 편, 많게는 세 편도 썼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다소 거친 주장이 가미된 글이었지만 거침없이, 막힘없이 조금 과장하면 '일필휘지'처럼 써내려간 것 같다.
너무 좋았다. 글을 쓰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글에 호응하고 공감하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오프라인에서도 만났다. 그들 중 몇몇은 지금도 소통하며 지낸다. 이런저런 도움도 많이 받고 있고. 언제 실현될지 모르지만 혁명(?)도 꿈꿨고.
지금껏 몇 편의 글을 썼을까. 세어 보지 못해 정확히는 모르겠다. 평균적으로 1년에 250편 정도 잡고 9년 정도 썼으니 약 2000편은 족히 넘을 것 같다. 아마 더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만 지난 3년간 약 700편 가까이 됐으니까. 그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글을 썼기 때문에 어쩌면 3000편에 근접할 수도 있겠다.
가끔 지인들로부터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다. 글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고, 지금껏 쉬지 않고 달려온 것에 대해서는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 피곤과 나태, 안주, 자기 합리화의 경계 속에서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오고 있었으니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매일매일이 사투다.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정말 피곤한 줄을 모르고 글을 썼다. 주체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가 샘물처럼 용솟음쳤다고 생각한다. 업무량이 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일 하면서 글을 쓰는 건 똑같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고, 글을 쓰는데 적어도 4~5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거의 14~15시간 가량 정신적·육체적 노동을 하는 셈이다.
그렇게 9년이다. 한 우물을 10년 가까에 팠음에도 늘 아쉬움과 허기가 스민다. 솔직히 옛날 글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하면 관련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 나오곤 했다. 요즘엔 그게 잘 안 된다. 뭔가 막혀있는 듯한, 마치 병목 현상처럼 머리 속 회로 가운데 특정 부분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생각하기론, 신문 기사에 적합한 문장과 단어, 구성 등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싶다. 오래도록 일과 글을 병행해 온 탓도 있을 테다. 한편으론 잘 하고 싶다는 바람과 당위, 부담감이 외려 더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하는 것을 수도 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쨌든 분명한 건 지금껏 그래왔듯이 어느새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송고하면서 지금껏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은 것 같다. 단 두 가지만 빼고. 하나는 글 1000개를 송고하면 수상하는 '명예의 전당'이고, 다른 하나는 그 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기자에게 주는 '올해의 게릴라상'이다.
뭐든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라, 내년에 한 번 도전해 보려 한다. 일단 거기까지. 그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이 '목표'가 오래 될 이 여정의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껏 해온 것들에 대한 작은 선물을 주고 싶다.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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