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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통합당의 합의 파기에 발목잡힌 과거사법 개정안

ⓒ연합뉴스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신군부의 철권통치가 극에 달했던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됐던 형제복지원에서는 불법감금과 강제노역, 구타, 폭행, 살인과 암매장 등 무자비한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그 기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사람들만 3만7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국가의 비호 속에 운영된 이 시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인도적 횡포를 견디다못해 희생 당했다. 목숨을 잃은 사람만 무려 500여명. 형제복지원 사건을 한국판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라 부르는 배경이다.

지난 5일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 무산에 항의해 국회 의원회관 현관 지붕에 올랐던 최승우씨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였다. 그는 농성에 들어간지 이틀 만인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야 상임위 간사단이 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지붕에서 내려왔다.

이날 오후 농성을 풀고 내려온 뒤 최씨가 4˙9통일평화재단 안경호 사무국장과 포옹하는 장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화제가 됐다. 기쁨과 안도의 웃음을 얼굴 가득 짓던 최씨의 표정이 끔찍했던 형제복지원 사건과 극명히 대비됐던 탓일 게다. 

그러나 최씨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이 여야 합의를 깨고 수정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20대 국회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사법 개정안은 이번 달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7일 여야는 5월 중 열리는 20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과거사법을 통과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지난 3월 여야가 만든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수정·의결하기로 전격 합의한 한 것이다.

수정안은 과거사위원회 구성을 15인에서 9인으로 줄이고, 위원회 활동기간 역시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통합당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안이었다. 원안에 있었던 청문회 규정도 통합당 요구대로 삭제시켰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민주당이 대폭 양보한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이 행안위에서 다시 논의를 해야한다고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과 수정안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행안위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의 주장은 협의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데다, 처음부터 다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 합의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행안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 이견이 충돌할 경우 법안의 본회의 상정 자체가 물건너 가게 될 수도 있다.

통합당이 여야 합의를 깨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나오는 것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국가폭력과 전횡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장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법 수정안 협의가 20대 국회 내내 공전을 거듭한 것도 그와 연계돼있다.

그런가 하면 약속과 합의를 밥먹듯이 짓뭉개버리는 통합당 특유의 몽니와 반대 행태도 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멀리갈 것도 없이 20대 국회만 해도 통합당은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최저임금 인상, 선거법 개정안 등 대국민 약속과 여야 합의를 손바닥 뒤집 듯 쉽게 깨버리기 일쑤였다.

과거사법 수정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한 입장이 몇일 만에 뒤집어진 것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이익, 공공의 복리, 시민의 인권보다 당리당략을 더 먼저 생각하는 통합당의 정치 철학이 빚어낸 꼴사나운 풍경인 것이다.

정치는 신뢰를 먹고 성장해간다. 국민과 맺은 약속과 여야간 협의한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정당이 제1야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한 이 나라 정치의 레벨업은 난망한 일이 될 것이다. 정치정당이라기보다 이익결사체에 가까운 통합당이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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