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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기식과 조국, 그리고 윤미향

ⓒ뉴시스

 

한 사람이 있었다. 오랜 기간 정치권과 기업, 금융계 등의 불법·편법, 불공정 관행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대표적인 시민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그를 사람들은 금융계의 저승사자라 불렀다. 그의 이름은 김기식.

그는 누가봐도 금융감독원장이 제격인 사람이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보여준 행동들은 말해주고 있었다. 재계와 금융계에 만연해있는 부정과 불공정 관행을 개혁할 적임자가 바로 그라고.

그러나 금감원장에 임명된지 보름 만에 그는 자진사퇴했다. 2014년 3월 한국거래소 예산으로 우즈베키스탄과, 2015년 5월 우리은행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원으로 각각 중국과 미국·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이 발목을 잡았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김기식이 떨떠름한 재계 등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당시 정무위원이었던 그가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을 문제삼고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후의 과정은 모두가 안다. 재계와 금융계의 잘못된 관행과 풍토를 개선시키기 위해 했던 김기식의 노력과 열정은 누더기가 됐다. 심지어 보수야당과 언론은 해외출장 당시 여비서와 동행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그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김기식이 도마 위에 오르자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언론 역시 이 문제를 집중조명하며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김기식을 죽자고 물어뜯던 보수야당 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가 여당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막상 그가 사퇴하자 해외출장 이슈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국회 차원의 전수조사 얘기도 자취를 감췄다. 그때 그 난리를 치던 보수언론, 그리고 어중이 떠중이 보수야당 의원들은 어디로 사라졌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의 합작품인 이른바 '조국사태'는 김기식 논란의 판박이다. 자녀의 스펙논란이 어디 조국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인가. 나경원이 그랬듯 소위 있는 집들이 모두 알음알음 해오던 관행 아니던가.

그런데도 보수야당은 자신들은 깨끗한 척, 자기 자녀들은 안 그런 척 조국 가족에게만 돌을 던지고 침을 뱉었다. 인민재판하듯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짓밟으며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버렸다.

혐의 입증을 위해 전대미문의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나, 그런 검찰과 한통속이 돼 수사과정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한 언론 역시 이 저주스런 굿판의 주역들이다.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검찰, 확인 안 된 추측성 기사와 검찰발 피의사실을 그대로 옮겨적은 언론. 그러나 그들이 물고뜯은 것 중 범죄로 밝혀진 것이 대관절 무엇인가.

나라가 떠날갈듯 난리법석을 떨던 것을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멱살잡이를 해야 할 판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촉발시킨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자를 향한 마녀사냥도 김기식 논란, 조국 사태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수구보수세력의 표적이 된 윤미향은 자그마치 30년 동안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노력해온 인물이다.

일본제국주의의 만행과 반인도적 행위를 폭로하고, 일본의 책임있는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주도해왔다. 수요집회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전세계에 환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도 그다. 그것만으로도 정의연과 윤미향은 모두의 귀감이 된다고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같은 30년의 노력을 폄훼하고 왜곡하기 위해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다. 김기식과 조국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한 개인의 삶을 비토하고 저주하고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저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토록 뜨겁게 반응하고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엔 단어코 없다. 아니 관심은커녕 외려 일본 극우세력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박근혜 정권이 졸속 추진한 위안부 협정을 두둔하고 정당화시키는 등 반민족적이고 반인도적 행태를 고수해오지 않았던가.

그랬던 그들이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빌미로 위안부 문제와 여성인권 문제를 공론화시키는데 힘써온 정의연과 윤미향을 앞다퉈 매도하고 폄훼시키고 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N번방 개설자 문형욱이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불을 켜고 달려드는 꼴이다.  구질구질하고 꼴사납기가 이를 데가 없다.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건 윤미향 같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언론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정의연과 윤미향이 그동안 묵묵히 해온 것이다. 그것만으로 그들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위안부 문제에 단 한 번도 뜨거웠던 적이 없었던 이들이, 일본수구세력의 논리에 동조해오던 이들이 한 사람의 삶을 또다시 짓뭉개뜨리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과정의 오류가 있었다 한들 그들은 찬사와 존경의 대상이지 비난과 폄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기식과 조국의 아픔을 또다시 겪지는 않으련다. 정의연과 윤미향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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