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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진보진영의 노건호 비판은 정당한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노건호씨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발언한 내용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시원하다", " 말을 " 등의 옹호론자가 있는가 하면 "부적절했다", "예의가 아니다" 등의 비판론자도 있다. 이와 같이 양가적 반응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노건호씨의 발언을 두고 조금씩 이상한 흐름이 감지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부정적 논지의 언론기사들이 늘고 있다. 그것도 아주 확연하게 말이다.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고종석 작가가 노건호씨와 그의 발언에 열광하는 무리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이 기사화되는가 하면, 노건호씨를 노골적이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변희재의 조롱섞인 내용이 기사화 되기도 한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견해를 친노와 비노의 갈등과 교묘하게 엮어 노건호씨의 발언과 함께 진공포장하는 기사도 있다. 급기야 노건호씨의 발언 배후에 친노실세가 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노건호씨의 발언과 관련된 일련의 흐름들이 그의 발언을 흠집내고 이를 통해 친노와 야권 전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 대권을 향해 진격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종편과 보수언론의 지능적인 프레임이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노건호씨가 문제의 발언을 하게 배경과 전후관계는 생략한 발언 자체만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가공 포장하는 현재의 흐름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날 김무성 대표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여당 대표인 그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려 했다면 유족들과 노무현 재단 측과 사전에 상의를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이자 예의였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언론을 통해 방문사실을 흘리고 추도식에 수백명의 경찰 병력을 호위무사 대동하듯 거느리고 난데없이 등장하는 모습은 결례도 이만한 결례가 없다. 노건호씨의 '예의없음' 거론하기 이전에 예의를 먼저 무시한 이가 바로 김무성 대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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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 김무성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해 이를 악의적으로 날조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흠집내고 고인을 욕보인 공모자들 중 한사람이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고인을 모욕주거나 망언을 일삼고는 했다. 그랬던 그가 추도식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불쑥 수 백명의 경찰력을 동원하고 나타난 것이다. 그에게 오래된 앙금이 있는 유족들이 더없는 모멸감과 주체할 없는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종편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전후사정은 간과한 김무성 대표를 향한 노건호씨의 무례함만을 무차별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노건호씨를 향한 비난이 종편과 보수언론에서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진보진영에서도 노건호씨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종석 작가가 직적접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이어 진보언론들도 양비론을 내세우며 어중간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가릴 없이 노건호씨에 대해 그들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추모객에 대한 예의로 모아진다. 여기에 더해 노건호씨의 발언이 일시적인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김무성 대표의 입지만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오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전자는 의와 예를 숭상하는 동방예의지국에서나 나올 법한 고루함이며, 후자는 굳이 노건호씨의 발언이 아니었더라도 종편과 보수언론은 다른 시나리오로 김무성 대표 띄우기에 나설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모두 온당치 못하다.

노건호씨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추모객을 향한 유족들의 예의 이전에 추모객에게 과연 추모의 자격이 있는지의 여부다. 언급한 것처럼 김무성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갖은 망언과 모함을 일삼았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특히 노건호씨가 언급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경우 관련사실이 허위이자 간악한 날조로 밝혀졌음에도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는 뻔뻔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와 예를 거론하려면 노건호씨에 앞서 파렴치한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무성 대표에게 묻는 것이 먼저다.

노건호씨의 발언이 김무성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가령 노건호씨가 김무성 대표에게 날선 직언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종편과 보수언론은 김무성 대표의 통합과 파격, 그리고 화해에 촛점을 맞추어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을 것이다. 이래나 저래나 그들에게 대권을 노리고 있는 김무성 대표를 향한 노골적인 추파와 구애작전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란 뜻이다.

그랬을 경우 노건호씨를 비난하고 있는 진보 인사들과 진보진영은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아무 것도 없다. 결국 그 발언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확대 재생산하려는 너무나 뻔한 종편과 보수언론의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진보진영의 무능이 더 큰 문제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진보진영은 종편과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이번에도 놀아나는 실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나는 노건호씨의 발언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오죽했으면 저와 같은 발언을 했을까 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그는 누군가가 해야 말을 대신 했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정치인이 수도 있고, 필자일 수도 있으며 당신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유족이 이런 비판을 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건호에게 미안하고, 대통령께 죄송합니다. 포함 야권이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라는 문성근의 발언은 매우 유의미하다.

추모객에 대한 예의를 거론하며 노건호씨의 발언을 문제삼으려면 고인은 물론이고 유족들에게 무례를 범한 김무성 대표의 '예의없음' 먼저 따져 물으라. 종편과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거듭 놀아나고 있는 진보진영의 무능을 더욱 문제 삼으라. 가지가 결여된 비판과 비난은 방향과 타겟이 잘못 설정된 오발탄에 불과하. 적은 고사하고 아군의 생사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오발탄이다. 진보진영의 노건호씨 비판은 그래서 더욱 온당치 못하며 위험하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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