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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선일보의 청와대 성희롱 은폐 보도...왜 지금인가?

ⓒ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이 7일 문재인 정부가 성희롱 사건을 은폐했다며 공세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때 정부부처에서 파견돼 방미단과 동행했던 공무원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희롱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실을 문제삼은 것이다.

해당 사건은 조선일보의 보도로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조선일보는 7일 '작년 9월 문대통령 訪美 때..파견 공무원이인턴 성희롱.., 쉬쉬 하며 직위해제로 매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작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때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현지 여성 인턴을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6일 알려졌다"며 "청와대는 추후에 이 사실을 보고받고 공무원 A씨를 징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사건 2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성폭력 예방 교육제도를 시행했지만, 관련 성희롱 사건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성희롱 사실을 은폐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마당이라면 대통령 순방길에 있었던 성추행에 대해서도 숨지지 말았어야 했다"며 "두 얼굴의 문재인 정권이 가진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인식은 지금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역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권성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가 성희롱 범죄를 은폐했다.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는 해명은 어설픈 궤변으로만 들린다"고 성토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시 윤창중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에 벌떼처럼 몰렸던 현 정부와 여당 세력은 그사이 탈을 바꿔쓰고 유사 사건을 덮었다"고 비난했다. 바른정당은 이와 함께 과거 여성비하 글로 논란을 빚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경질을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방미 중 파견 공무원이 성희롱 사건에 휘말린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정권을 불문하고 고위직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돼온 상황에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같은 문제가 되풀이된다는 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당시 '윤창중 사건'으로 외교적 망신을 톡톡히 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와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해당 사건이 파견 공무원의 개인적 일탈이라 할지라도 청와대가 그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한 최종 책임은 청와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수야당의 비난은 청와대가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청와대는 적어도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인 상황이다.

그러나 파견 공무원 성희롱 사건과 청와대가 관련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다. 그럼에도 보수야당은 이 두 가지를 섞어 정치 공세의 빌미로 삼고 있다.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성희롱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은폐'는 '덮어 감추거나 가린다'는 뜻으로 진실·잘못 등이 드러날까 두려워 고의로 사건을 숨기는 행위를 말한다. 군상용어로 쓰일 때를 제외하면 주로 진실이나 사건, 잘못 등의 단어와 연관돼 사용된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보수야당이 주당대로 정말 성희롱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던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청와대가 성희롱 사건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피해를 우려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사건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조사와 징계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조사와 징계절차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고, 조사와 징계절차에 대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이의제기가 없었다"면서 "사후조치가 미흡했거나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쉬쉬한 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최초 사건을 인지한 이후 청와대는 성희롱 사건을 일으킨 공무원에 대해 신속한 징계절차를 밟았고 2차 피해를 우려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요청에 따라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와대의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으로 성희롱 사건을 은폐했다는 보수야당의 주장과 상충한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5개월 전에 발생한 사건이 왜 이 시점에 불거졌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깎아내리는 비판적 논지의 기사로 유명한 조선일보가 관련 내용을 최초 보도한 것도,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미투' 운동이 사회적적 이유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성희롱 사건이 터져나온 것도 공교롭다.

파견 공무원의 성희롱 사건을 청와대가 은폐했다는 보수야당의 주장도 의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건의 전후 사정과 피해자 측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자신들이 집권당이던 시절 크고 작은 시국사건을 축소하는데 앞장서왔던 현 보수야당에게 '은폐'를 운운할 자격이 과연 있은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국정원 사건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은폐·조작한 경찰·국정원을 비호하며 진실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헌법질서와 민주주의적 가치가 훼손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현 보수야당이 당리당략과 진영논리에 매몰돼 집권당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선일보의 보도와 보수야당의 은폐 '운운'은, 그래서 참 뜬금없다. 그리고 적절하지도 않다. 같은 논리라면 서 검사 성추행 사건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으로서 이 사건을 탐문하던 임은정 검사를 호통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마땅할 터다. 그러나 최 의원에 대한 조선일보나 보수야당의 비판은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청와대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묘한(?) 타이밍에 성추행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사실을 호도해가며 은폐로 몰아가고 있는 그들의 정략적 행태를 지적하려는 것이다. 기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균형있게 작성돼야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의도(?)는 제목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피해자의 입장을 배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기사를 내보낸 셈이 됐다. 이는 보수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없이 정치공세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모습만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모름지기 비판이 공감을 받으려면 주장의 근거가 명확해야 하고, 보편타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결여되어 있으면 오히려 '역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조선일보의 기사와 사회적 이슈가 돼버린 '미투' 운동에 숟가락을 얹어보려는 보수야당의 정략적 행태가 거세게 비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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