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조선일보가 이명박을 '디스'했다

사정당국이 다스(DAS)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국세청까지 다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다스 경주 본사에 40여명의 조사관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청 '조사4국'은 검찰로 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해당하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곳이다.

검찰과 국세청이 동시에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탈세, 횡령 의혹 등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보수세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스 수사가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이라며 일제히 역공에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4일 장제원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장 대변인은 논평에서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고 노골적인 정치보복의 칼날로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은 받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대로 돌려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잔인한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검찰의 모욕주기 수사를 들고 있다"며 "이 논리대로라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주기 수사와 다스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는 정치보복의 데자뷰"라고 성토했다.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과 만나 교감을 나눴던 홍준표 대표 역시 같은 주장을 폈다. 홍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개인기업의 소유자가 누군지가 수사의 대상이 된 전례가 있나"고 반문하며 "정권의 사냥개를 동원해 보복수사를 하는 것도 모자라 두번째 세무조사를 또 하는, 복수에 혈안이 된 정권운용은 반드시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강하게 비판한 홍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640만 달러 뇌물 때문이다. 그것을 보복하기 위해 개인기업을 탈탈 터는 보복 수사는 유치하기 이를 데가 없다"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다스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역시 지난 5일 '이제 정치 보복 세무사찰도 시작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스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못박았다. 문재인 정권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복수심으로 정권의 충견들인 검찰과 국세청을 동원해 이 전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는 논지다. <조선일보>는 여기에 한술 더 떠 문재인 정부에게 훈수까지 제시한다. 정치 보복을 당했지만 정치 보복을 끊겠다고 선언해야 맞다고 말이다.


보수세력의 저항이 이처럼 가열차다. 사정당국의 수사 대상이 박근혜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까지 확대되자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정치 복수극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과연 온당한 것일까. 논의를 이어가기에 앞서 '정치보복'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질문의 답이 그 속에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정치보복인가' 아니면 '정당한 수사인가'. 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파적 위치나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르게 인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의 사설에서 정치보복의 사례가 명징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설의 일부를 옮겨본다.

"(다스 세무조사)는 태광실업에 대한 10년 전 세무조사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태광실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의 회사다. 국세청은 지난 2008년 부산 소재 태광실업을 세무조사하면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했다. 세무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 가족이 돈을 받은 자료가 나왔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여권은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정치보복이었다고 한다. 실제 정치보복이었다."

<조선일보>가 다스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얼떨결에 이 전 대통령을 '디스'해 버렸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명박 정권의 기획·표적 세무조사였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조선일보>의 사설은 '정치보복'과 '정당한 수사'를 구별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공한다.  다스와 태광실업 세무조사 사이의 차이점을 살펴본다면 보수세력의 정치보복 주장의 시비가 가려질 수 있을 것이다.


다스와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결정적 차이는 조사를 주도한 주체가 누구냐는 점일 터다. 주지하다시피 다스는 지난 10년 동안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의혹 덩어리라 불려도 무방할 논란의 회사다. 옵셔널벤쳐스(BBK 후신)의 투자금 회수 과정은 물론이고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 실소유주 논란 등으로 국민의 의구심은 점점 증폭되어 가고 있는 상태다.


다스에 대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로부터 분출되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이 세간에 대유행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고, 다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국민 운동으로까지 승화됐다. 다스의 실소유주를 찾기 위한 국민 운동인 '플란다스의 계'가 출범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10년 가까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 관심과 열망이 다스에 대한 조사를 이끌어낸 셈이다.

반면 태광실업은 다스의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조선일보>가 실토했듯이 태광실업의 세무조사는 표적수사였다는 것이 일반적이 평가다. 이와 관련 은닉 재산 프로파일러란 별칭을 갖고 있는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지난해 9월 1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이 자신을 청장실로 불러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 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해야 노무현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세무조사가 철저하게 기획된 정치보복 수사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다스는 이미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주요 관심사건으로 비화됐다.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탈세, 횡령,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2008년 특검 수사 당시 비자금 조성 정황을 확인하고도 이를 그대로 덮었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세력은 사정당국의 다스 수사를 정치보복이라 규정하며 물타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2007년 12월 5일 'BBK 주가조작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국민들은 그때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민들이 몰라서 저리 묻는 것이 아닐 터다. 그럼에도 묻고 또 묻는 이유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일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불신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이 전 대통령이다. 다스 수사가 정치보복이 아닌, '자업자득'인 이유다.



♡♡ 1인 미디어 '바람 언덕'이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