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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국정조사 특위위원장으로 맹활약하면서 '버럭 성태'라 불렸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별명이 '혼수성태'로 바뀌었다. 지난 2일 저녁 JTBC 신년특집 토론 '2018년 한국 어디로 가나'에 보수쪽 패널로 참가한 이후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진보쪽 패널이었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유시민 작가의 입심과 논리에 가로막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시대 흐름과 동떨어진 낡은 사고와 구태의연한 인식은 여전했고, 정부여당을 향해서라면 무조건 날부터 세우고 보는 공격적 태도로 일관해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근거나 팩트가 결여된 공세로 노 원내대표와 유 작가의 역공에 시달리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이 토론에 걸맞지 않는 인식과 태도로 일관한 김 원내대표에게 '혼수성태'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12일 한국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이 됐다.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의 측면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원내대표에 선출된 직후 "잘 싸우는 길에 너와 나가 있을 수 없다. 대여투쟁력을 강화해서 현 정부의 포퓰리즘과 독단, 전횡을 막아내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취임 일성을 날렸다. 14일 첫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헛말이 아니었다. 취임 이후 그는 연일 대여강경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여당을 향해 하루가 멀다하고 공세를 퍼붓는가 하면 연말 임시국회 정국에서는 개헌특위 연장 문제를 놓고 실력행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국노총 시절 다져진 노동운동권 출신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엄동설한에 버려진 들개'처럼 싸우겠다던 말 그대로인 것이다.
김 원내대표의 '들개' 기질은 해가 바뀌어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충북 제천 화재를 문제 삼고 공세를 이어갔다. 4일 제천 화재 현장을 찾은 김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망연자실한 유족들의 아픔은 아직도 끝을 모르는데, 정부당국은 어영부영 벌써부터 제천 참사를 망각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욕이라도 들어드리게 할 일'이라고 했으면서 새해 벽두부터 거제 조선소를 찾아 파안대소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방청장, 행안부 장관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건물주 한 명에게만 온통 죄를 뒤집어 씌워 책임을 끝내려 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보복에만 매달려온 문재인 정권이 정작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안전 관리 시스템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화재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행안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과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을 한 데 묶어 비판한 것이다.
제천 화재참사가 허술한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정부와 시민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그러나 제천 화재참사의 책임이 온전히 문재인 정부에 있는지는 따져 볼 일이다. 이번 화재참사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건물 구조와 미비한 관련 법규, 부족한 소방 인력과 장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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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가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은 불에 취약한 가연성 외장재인 '드라이비트'를 단열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스티로폼에 유리망과 마감재를 덧씌어 만든 이 단열재는 단열성이 좋은 데다 접착제만 바르면 바로 시공이 가능해 건축업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2011년 사용승인을 받은 9층 규모의 제천 스포츠센터가 6층 이상 건물에는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할 수 없도록 2015년 개정된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공교롭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이명박 정부 시절 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는 사실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제천 화재참사의 사고 원인을 설명하며 "이명박 정부 시절 서민주택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정책은 주차공간 확보 면적, 건물 간 이격거리, 용적률 등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심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필로티 구조로 된 중소형 다가구주택이 지속적으로 생겨났으며 이러한 건물들에는 건축비가 저렴한 드라이비트 공법이 많이 적용되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제천 화재참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이루어진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정책과 법규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인 것이다.
화재참사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인력과 장비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재 발생 초기 현장에 출동한 인력이 4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화재를 초동 진압하기에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인력이다. 노후하고 낙후된 소방 장비는 또 어떠한가.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장비 충원은 소방관들의 오래된 간절한 '화두'였다. 오죽했으면 소방관들이 그 뙤약볕에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을까.
그러나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간절한 염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현 한국당·바른정당)에 의해 번번히 외면당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공공부문의 일자리 증원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추경 예산안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 것도, 그래서 소방관과 사회복지공무원 등 지방직 공무원 7500명의 증원을 막은 것도 한국당이었다. 2018년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은 것 역시 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자신들의 대선공약을 뒤집고 소방·경찰공무원 등의 인원 확충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기가 차다. 소방공무원 증원과 노후 장비 교체,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된 처우와 복지 등 열악한 소방 현실을 나 몰라라 해왔던 한국당이 제천 화재참사를 문재인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자기 얼굴에 침뱉기'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더욱이 지난 9년 동안 국정을 책임지면서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부추겨온 한국당이 저렇게 말하는 건 '후안무치'하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오마이뉴스>는 4일 "'뭘 잘했다고 또 오냐'..제천에서 면박 당한 김성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화재 참사현장을 방문한 김 원내대표에게 항의하는 한 시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 시민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지난 9년 동안 재난 대비해 무엇을, 얼마나 했느냐. 뭘 얼마나 잘해놨기에 여기 또 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원내대표는 자신을 꾸짖은 시민이 민주당 지지자라 반박했다고 한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은 잘못 찾았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시민들이 왜 그토록 화가 나 있는지,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JTBC 신년 토론회 이후 온라인을 후끈 달궜던 노 원내대표의 일갈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그러니까 탄핵을 당했지, 이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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