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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 성남시장이 뜨고 있는 이유

오마이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의해 피의자로 입건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음에도 요지부동이다. 후안무치한 박 대통령의 행태에 국민적 분노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과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규정한 것이다.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박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내 말을 뒤집었다. 검찰 조직을 쥐락펴락해왔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수사를 거부하겠다며 억지를 부린다.

개탄스럽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람에게 국민의 권력이 위임되었다는 사실이,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 원칙과 기준을 마음대로 바꾸고 국민과의 약속 또한 밥먹듯이 어기는 사람이 최고통수권자라는 사실이, 이처럼 무도한 권력자를 물러나게 할 방법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분하고 또 분하다.

벌써 수주째 백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오는 26일 주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이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음에도 그는 막무가내다. 오히려 자신을 탄핵하라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믿었던 검찰이 돌아서자 지리한 탄핵절차에 기대 시간을 벌겠다는 심산이다. 당장 내려오라는 국민과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대통령.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세다.

박 대통령의 생떼가 계속되자 야권 대권주자들의 분노가 빗발치고 있다.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안희정, 이재명(가나다 순). 그들은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치적 셈법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으나 박 대통령에게 더 이상 국정을 이끌 자격이 없다는 것에 그 누구도 이견은 없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단일대오를 형성한 야권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은 시국의 엄중함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이들 중 눈에 띠는 사람을 꼽으라면 더불어민주당내 대권잠룡 중의 한사람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손꼽힌다. 박 대통령을 향한 직설적이고 과감한 언사로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비상하고 있는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의 차기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22.1%)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8.1%)에 이어 3위(10.9%)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재명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달 말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자 야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박 대통령의 하야와 새누리당의 해체를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야권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두고 엇박자를 낼 때에는 "이제 하야가 아니라 탄핵하고 구속할 때"라며 강력한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박 대통령을 향한 이재명 시장의 발언에는 도무지 거침이 없다. 그는 21일에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 대통령의 명예퇴진과 관련, "무슨 명예퇴진이냐,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바로 구치소로 보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미 박 대통령을 조직범죄의 두목으로 규정한 그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국가공권력을 남용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한 조직범죄라고 단정했다. 이어 "구악들은 작살을 내야 한다.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편적 상식과 이성을 허무는 박 대통령과 그 주변세력들의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에게 이재명 시장의 발언들은 답답한 속을 확 뚫어주는 청량감 그 자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재명 시장을 향한 시민들의 지지와 격려가 잇따르고 어느새 그는 대권주자 후보 '빅3'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시민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촛불은 단순히 박 대통령 한사람 때문에 타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이 사회를 휘감고 있던 부조리와 모순, 사회경제적 불평등, 기득권 세력에게 집중돼 나타나고 있는 부정·비리 등에 대한 내재적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열기의 기저에 바로 '정의'에 대한 뜨거운 목마름이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열망,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활화산처럼 폭발한 것이 우리가 목도하는 100만 촛불의 본질이다.

이재명 시장에게는 기성 정치인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정의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신념이 엿보인다. 교과서에나 볼 수 있는 활자화된 정의가 아닌 구체화할 수 있고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동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체화한 보편 타당한 진짜 '정의' 말이다. 시민들은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의와 부정, 비리와 부패 등을 단호히 배격하고 이를 아예 '작살'낼 수 있는 강단과 신념있는 정치인을 갈망한다. 그런데 이재명 시장이 시민들의 간절함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을 학살했던 이승만, 군사쿠데타하고 인권침해를 했던 박정희, 광주에서 수백명을 학살했던 전두환 등 다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느냐. (박 대통령이) 이걸 보고 배운 것"이라며 "70년 동안 이렇게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다보니 기득권자들이 교만을 넘어 간이 배밖으로 나온 상황이 됐다.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 꼬집었다.

그는 해방 후 나라를 팔아먹고 분단시키고, 쿠데타했던 세력들을 단호히 '구악'이라 단정짓는다. 이들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친일파 척결과 독재, 부패 청산을 반드시 이루어내겠다 공언한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은 친일파와 독재부역세력에 대한 단죄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이재명 시장의 일성은 정의를 실현하고 동시에 뒤틀린 대한민국 현대사를 바로 쓰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이미 이재명 시장은 보편적 복지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으로부터 "좌파들의 편향된 포퓰리즘", "무상파티", "재정파탄" 등으로 매도당했던 무상급식을 지켜냈으며 무상교복,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청년배당 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복지정책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는 이재명 시장이 "낭비와 부정·부패만 하지 않아도 정부살림은 엄청 좋아진다"는 평소의 지론대로 시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한 덕분이다. 2010년 취임 이후 그는 전시성 토목공사를 줄이고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막는 한편 30대 청렴 과제를 선정해 실천하고 공정한 인사정책을 시행하는 등 투명하고 청렴한 시정운영에 전념해왔다. 그 결과 성남시는 지방자치단체의 모범으로 시민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재정파탄 위기의 성남시를 전국이 부러워하는 복지정책의 메카로 만들어낸 행정가로서의 면모에 부정· 부패에 대한 단호한 원칙과 정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까지 엿보이니 그에게 시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잇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 대통령과 그 주변세력들의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재명 시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재명 시장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아직까지 확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고 거침없는 언사가 불안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벽도 높다. 그러나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지지율에서 나타나듯 그를 향한 시민들의 기대는 점점 뜨거워지는 추세다.

그는 과연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참된 '정의'를 이 땅에 구현하려는 그의 결기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정과 불의를 종식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정의'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이 잠룡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하늘로 비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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