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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살인마 전두환을 기억하는 방법

ⓒ 연합뉴스

 

살인마 전두환이 온라인을 후끈 달구고 있다. 치매 질환을 이유로 그간 재판 출석을 거부해 온 전두환이 최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모습이 공개돼 뜨거운 파문이 일고 있는 것.

8일 JTBC는 전두환이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촬영한 것으로, 전두환이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광주학살에 대해서 모른다"고 말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의 분노가 봇물터지듯 터져나오고 있다. 치매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며 재판 출석까지 거부해 온 전두환이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장에 나타나 광주 학살까지 부정했으니 공분이 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전두환을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서 재판조차 받을 수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제 전씨를 강제구인해서라도 재판정에 세워야"(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

"인간의 품격과 기본적 도리마저 저버린 전두환, 광주 시민들의 고귀한 도덕심과 우리 사회의 포용력이 그에게 인간적 삶을 허락했지만 더 이상의 인내는 없다. 법과 역사의 심판에 따른 단죄만이 답"(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

"거짓되고 추악한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만큼 사법당국은 강제구인과 검찰재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더욱 엄정하고도 공정한 법을 집행해야 할 것"(정의당 유상진 대변인)

"언제까지 국민이 전씨의 이런 철면피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가, 더 이상 인내심과 관용은 사치다. 전씨를 이제라도 즉각 구속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할 것"(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

한국당은 '역시나'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국당의 정치적 뿌리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세력과 맞닿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유 있는 침묵일 터다. 시민에게 총뿌리를 겨눈 학살자를 떠받드는 정당이 이 나라의 제1야당이다. 정치-사회의 비극이 다른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리라.

지난 2010년 11월 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3년의 숨박꼭질-전두환 추징금 안 내는가, 못 내는가' 편을 방송했다. 방송에 따르면, 전 재산이 29만원에 불과하다는 전두환은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초호화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자신의 추징금을 대납할 형편이 못 된다던 전두환의 3남 1녀는 모두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인 것으로 밝혀졌고, 심지어 손자와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은 총 1000여억 원에 달한다.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재임 중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그는 아직까지 1000여억 원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가 추징금을 안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없어서다. 내고 싶어도 낼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돈이 없다던 전두환은 2012년 가을 측근들과 골프를 친 뒤 최고급 양주파티를 벌여 물의를 빚었다. 출판재벌인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은 경기 연천군에 대규모 휴양지인 허브빌리지를 만들었고, 전두환의 큰 손녀는 2012년 6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수억 원의 예식비용을 들여 초호화 결혼식을 올렸다.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은 서울 용산구의 빌라단지에 세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막내인 전재만 역시 부유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한 한남동 고급 주택가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측근과 자식들이 추징금을 왜 안 내주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그들도 겨우 생활하는 수준이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고 진술했던 전두환의 말과는 달리 그들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참회와 속죄 없이 사회 특권층으로서의 삶을 마음껏 누리면서 말이다.

치매라면서 골프장에 턱하니 모습을 드러낸 것도 모자라 광주의 아픔과 상처에 또다시 시꺼먼 재를 뿌린 학살자에게 자비와 관용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추상 같은 엄격함으로, 공정하고 단호한 잣대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하는 이유일 터다.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범죄자가 숨진 이후에도 범행으로 인한 수익을 환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끝장 환수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전두환이 사망한 이후에도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자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국가내란의 죄를 범한 죄인을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로 보호해주고 예우해주는 나라는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다. 진솔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개선의 여지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자들에게 더 이상의 관용은 무의미하다. 1원까지 모조리 추징해야 한다. 저들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낱낱이 기록해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인면수심의 살인마 전두환을 심판하는 길이자, 그의 만행을 기억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