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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자방 속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걸까?

최근 정국은 누리과정예산 지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감 간의 보육비 논란과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이 불러일으킨 무상급식 논란으로 큰 홍역을 앓고 있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변질시키면서 논란은 점점 확산되고 그 결과 일선 학교와 학부모,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논란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고 , 지자체들이 2010년 지방선거 이후로 국민적 합의 하에 실시되던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못하겠다고 나오는 것도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들어오는 세수는 부족하고 나갈 돈은 많으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이 고갈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가장 손쉬운 먹이감을 타겟으로 삼아 세수보전을 하려는 것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재정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가장 먼저 그 원인부터 파악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돈이 새는 이유를 알아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재정 계획을 세우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무턱대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재정이 파탄난 근본 원인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시쳇말로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밑빠진 독에 아무리 물을 부어본들 독안에 물이 채워질 리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육비와 급식비 논란을 거론하면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MB와 그의 측근들이다. 요즘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은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동안에 사라진 100조가 넘는 국민혈세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그리고 방산비리(사자방 비리) 등으로 낭비된 예산만 무려 100조원이 넘는다. 100조원이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3에 해당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처럼 막대한 국민혈세가 증발해 버렸으니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야당이 '사자방 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막스 베버는 좋은 정치가가 되려면 남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탁월한 능력과 대중의 지지와 열망을 끌어내는 강렬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개의 덕목인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둘은 기본적으로 서로 대립관계에 있다. 신념이 없는 정치인은 무능력하고 책임감이 없는 정치인은 사회악에 가깝다. 


신념윤리에 집착하는 정치인은 대개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베버는 이를 "순수한 신념에서 나온 행위가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고 예측하더라도, 이들은 그 책임을 자신의 행위가 아니라 세상의 책임이자 타인들의 어리석음 또는 인간을 어리석도록 창조한 신에게로 돌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책임윤리는 행동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베버는 책임윤리를 가진 정치인은 "자기 행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한에서는 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은 나의 행위에 책임이 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게 본다면 책임윤리에 충실한 정치인은 당면한 현실의 각종 제약들을 극복하면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베버가 강조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는 서로 갈등하는 덕목이면서 동시에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좋은 정치가는 이 둘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한다. 정치가로서의 신념과 책임 사이에서 늘 고민하고, 열정과 균형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소명에 다가가야 한다. 그렇다면 MB와 그를 추종했던(하는) 세력들은 어떨까. 베버가 강조했던 좋은 정치가의 덕목을 그들에게 치환시켜 보면 그들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너무나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지난 12일 MB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맹형규 전 정무수석 등 15명의 측근들과 골프회동을 가졌다. 그들은 골프가 끝난 뒤 경기도 인근의 하남시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자방 비리' 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MB는 이 자리에서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동에 함께했던  한 인사 역시 "최소한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권력비리 차원에서 돈 받고 그런 건 없었다"라며 비리의혹을 일축했다. 안타깝게도 저들에게서는 독단적인 신념윤리에 대한 확신만 보일뿐 결과에 책임지려는 책임윤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베버는 정치인의 신념윤리를 거론하면서 '순수한' 신념에서 나온 행위였다하더라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저들의 행위가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믿고 있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1달러에 불과한 석유회사를 자그만치 1조원에 사들이고, 2조원에 사들인 기업은 단돈 350억원에 되파는 끔찍한 혈세낭비가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믿는다면 단언컨대 그는 바보이거나 나라살림 거덜내려고 작정한 매국노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책임윤리는 없이 신념윤리만 강조하는 정치인, 그것도 독단과 독선에 사로잡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인은 사회의 필요악이다. 우리는 MB를 통해, 그리고 그를 추종했던(하는) 세력들을 통해 우리 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 볼모의 땅에는 책임윤리를 지닌 정치인보다는 신념윤리, 그것도 불순한 신념윤리로 가득찬 정치인들이 득실거린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혀 없고 불순한 의도로 가득찬 오만한 신념만 넘쳐난다. 무려 100조원에 달하는 국민혈세가 낭비된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이 바로 이처럼 무책임하고 탐욕스런 정치인의 잘못된 신념이 만들어낸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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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하에서 부실하게 이루어진 해외자원개발의 여파로 에너지 공기업들은 수십 조원에 달하는 부채에 허덕이게 됐다. 부채에 딸린 이자비용만 1년에 1조 5천억원에 달한다. 전국의 시•도 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는 급식비를 충당할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난을 야기시킨 주된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 5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사자방 비리' 국정조사와 관련해 "사자방이고 호랑이방이고 거기 들어가면 물려 죽는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새누리당 내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를 고스란히 승계한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 자기 무덤을 파는 격인 '국정조사'에 호의적일 리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역시나 정치인의 책임윤리와는 멀어도 너무나 먼 행보다. 


정치인들에게서 책임윤리를 발견해 낼 수 없다면 그들이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각성하도록 강제하는 수 밖에는 없다.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사자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나아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목소리가 분출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게는 사자방에 들어가면 안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사자방 비리'는 100조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무분별하게 낭비된 'MB 게이트'로 불려도 무방한 사안이다. 저들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고, 이를 남용하는 정치인들이 독버섯처럼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는 물론이고 후대 세대들의 짐이자 고통으로 되물림 될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사자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우리가 그 문을 반드시 열어야만 하는 이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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