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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 대통령의 어록, 만약 세종대왕이 봤다면

온라인 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어록들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들이다. 대통령의 어록들은 사회 제반 문제와 현안에 대한 최고통수권자로서의 인식과 철학을 엿볼 있는 자료들로 기록보전의 가치가 매우 높다. 방대한 자료의 보고인 인터넷 상에서 해당 어록들을 찾아내 이를 엮은 작성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그들의 시간과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자료들을 후대에 보존해 주어야 의무가 있다. 애국과 애족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들 마시라. 국가지도자의 빈곤한 철학과 무지가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해악을 미치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후대에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국가 백년지대계까지는 몰라도 십년지대계는 족히 이룰 있다.





"대체 뭐라는 거야!"

"한국어가 맞는데 희안하게 이해가 안된다."

"막말했다고 까이는 대통령은 봤어도 못한다고 까이는 대통령은 첨인듯."


이는 대통령의 어록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들이다. 네티즌들이 반응은 조롱에 가깝다. 그들이 최고통수권자의 존엄과 권위를 한껏 비웃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대통령의 어록들이 온갖 비문과 해독불가의 난해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비문은 대개가 현상 자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황을 설명하려고 나타난다. 모르기 때문에 핵심을 비켜나기 일쑤고 설명이 장황해지며 중언부언하게 되는 것이다. 난해한 문장 역시 마찬가지다. 본질을 알고 있으면 어렵게 말을 필요가 없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아젠다인 '창조경제'야말로 이를 설명해 주는 비근한 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창조경제' 개념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정부부처 관계자들의 말은 하나같이 모두 달랐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조차도 '창조경제' 개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혹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운 수사가 난무하고 화려한 말의 성찬이 펼쳐질 밖에 없다. 그러나 저들이 진땀을 흘려가며 개념설명에 애를 쓴들 돌아오는 답은 하나다. "그래서? 그래서 창조경제가 도대체 뭐냐고요!" 번을 설명해도 말이 다르고 하물며 이해조차 되지 않는다는 결국 실체가 없다는 의미다.





"우리의 핵심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을 정신을 차리고 나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해낼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5 12 국무회의 발언)


"간첩도 그렇고 국민이 대개 신고를 했듯이...우리 국민들 모두가 정부부터 해가지고 안전을 같이 지키자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신고 열심히 하고..." (4 15 세월호 1주년 현안점검회의)


" 군생활이야말로 사회 생활을 하거나 앞으로 계속 군생활을 가장 자산이라 있는..." (2013 12 24 12사단 신병교육대대)


" 트라우마나 이런 여러가지는 그런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되서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된다. 그런데서부터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뭔가 상처를 위로받을 있다. 그것은 제가 분명히 알겠다." (2014 5 16 세월호 유가족 면담)


문장들에 오타는 없다. 그런데 모아놓은 어록들을 보니 비문도 이런 비문들이 없다. 문자가 아닌 구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고 봐도 정도가 매우 심하다. 특히 국무회의에서의 발언과 세월호 유가족 면담에서의 발언은 도저히 이해할 없는 난해감 자체다. 작문의 영역으로 본다면 도저히 점수를 없는 수준이고, 화법으로 본다면 낙제에 가깝다. 한국어가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도 어려운 언어인 줄은 미처 몰랐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젼차로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 이셔도 마참내 뜨들 시러펴디 노미하니라 이랄 위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 여듧 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 니겨 날로 쑤메 뼌한킈 하고져 따라미니라" 뜻을 품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나 집현전의 학자들이 대통령의 난해한 어록을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략 난감이다.





물론 말을 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국정지도자의 미덕이 수는 없다. 지금은 말만 잘하는 논리적 달변가보다는 올곧은 신념과 그에 부합하는 책임의식을 동시에 갖춘 국정지도자가 필요한 시대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집권 3년차에 이르도록 그녀가 보여준 것이라고는 오만과 독선으로 무장한 권위주의적인 리더십과 극에 달한 무책임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말조차도 못하고 있으니 네티즌들의 조롱과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주옥같은(?) 어록에 대한 네티즌들의 열띤 반응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디 화내지 마시라. 가뜩이나 웃을 없는 시대가 아닌가.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대다. 청년들도 그렇고, 장년들도 그렇고 노년들도 그러하다. 예전 어느 누군가는 말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의 스트레스가 해소될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들을 있다고. 대통령도 부디 그의 품성을 닮아 너그럽게 생각하시라. 만인지상인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본디 그런 자리가 아닌던가.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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