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가지가지 한다. 청와대의 세월호 희생자 '조문 연출' 기사를 접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이 정신나간 몰지각 행동에 욕지거리가 튀어나오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정상은 아니다. 제 아무리 상대가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동방예의지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웃어른에 대한 공경과 존경, 예의, 격식 등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들어 왔고 배워 왔다. 이런 결과로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과 때로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 모습에 항의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것조차 버릇이 없다느니, 가정교육이 잘못되었다느니  따위의 전통적이고 사회적인 통념에 의해 규제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하물며 상대는 대통령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어른이지 않는가. 이런 분을 면전에 두고 쌍욕을 섞어가며 감정을 마구 쏟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에 살고 있는 양식있는 사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생각을 조금 달리 해 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수백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 대참사 앞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런 구차하고 비열한 조작에 가담했을 리가 없다. 일단 그렇게 믿고, 그래도 정 못 믿겠으면 자기최면이라도 걸고 이 글을 읽어 나갔으면 좋겠다.





나는 대통령이 이 '조문 연출'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은 바로 이 부분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왜 그럴까? 몇 개월 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고백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인데 참모들이 써 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좌장으로 불리우던 사람이다. 한 때 관계가 소원해 진 적이 있었지만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동행하며 박 대통령의 정치적 철학과 비전, 스타일 등을 훤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그가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인 대선공약에 대한 고민없이 그저 참모들이 써 준 원고를 앵무새처럼 읽었을 뿐이라고. 아,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대통령에 출마한 사람이 자신이 내세운 공약의 실현가능성,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솔로몬이 죽기 직전 되뇌였던 읊조림처럼 허무하고 또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고스란히 들어난 세월호 사건에서도 이와 똑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사건 초기 침몰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밝혔다. 이 모습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안방으로 친절하게 송출되었고, 국민들은 당연히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는 줄 믿고 있었다. 아마도 박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참모들과 현장 관계자들이 일러준 대로, 보고한 대로 가용할 수 있는 물량과 인원을 총동원해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이 써 준 원고대로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읽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당연히 보고 받은데로 되어가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현장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구조작업에 동원된 물량과 인원은 최대가 아닌 최소였고, 그것도 '언딘'이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업체가 중심이 되어 온갖 잡음과 논란을 연출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이와 같은 현장의 절망적인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언론과 방송이 더 이상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 언론과 방송이 마치 대대적인 구조작업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을 부풀려 보도하고 있고, 참모들이 정확한 사태에 대해 직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 대통령의 한 켠에 조금이라도 자리잡고 있었다면 최악의 비극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문 연출'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박 대통령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나라와 국민들의 자존감은 하수구에 버려진 쓰레기와 하등 다를 바 없어진다. 이런 형편없는 사람에게 대통령의 지위를 부여한 우리 국민들의 수준도 하수구로 함께 쳐박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두에 언급한 대로 박 대통령은 이 치사하고 비열한 짓거리에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 


자, 이제 박 대통령이 '조문 연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볼 차례다.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의 실현가능성과 구체적 내용을 모르고 그저 참모가 써준 원고를 읽었을 뿐이므로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인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은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으로 수백명의 승객들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와는 무관한 것인지를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 모든 것이 결국 책임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결국은 모두 책임의 문제다. 대선공약파기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청와대의 '조문 연출'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수백명의 귀중한 목숨을 수장시킨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나는 박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국정현안의 제반문제들에 대해 스스로의 책임을 언급하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 자신이 임명한 고위공직자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말미암아 낙마를 해도, 자신이 약속한 대선공약이 파기되거나 누더기로 전락해도, 국가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국정원이 간첩사건을 조작해도, 이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 데도 박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오히려 아랫사람을 윽박지르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통수권자로서 대단히 잘못된 처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모두가 말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이 정부의 무능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워 하며 슬픔에 잠겨 있다. 정부가 무능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을 이리 허망하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무능한 정부가 급기야 무책임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 바로 당신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봐도 당신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아마도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뼈져리게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당신은 정말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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