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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내가 국민의당에 반대하는 이유

'DJ 정신'을 한마디로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한 평생을 민주화와 남북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DJ의 족적을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도 'DJ 정신'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책 한권은 족히 써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감히 'DJ 정신'을 요약한다면 단연코 '화합' '통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DJ 스스로가 누누이 강조해 온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화합' '통합'을 그토록 강조했을까. 아마도 87년 대선에서의 단일화 실패의 아픔과 상처가 평생을 따라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훗날 DJ는 자서전을 통해 당시의 단일화 실패를 자책하면서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 "너무도 후회스럽다"며 한탄해 마지 않았다. DJ의 민주화 동지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YS 역시 DJ 서거 이후 "천추의 한이 됐지. 국민한테도 미안하고..."라며 정권창출에 실패했던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DJ는 서거하기 직전까지도 야권의 분열을 우려했다. 그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야권이 절대로 분열하면 안된다. 어떻게 해서든지 힘을 합쳐서 통합해야 한다"는 유지를 남겼다. 삶이 얼마남지 않았던 그 순간에도 DJ는 야권의 분열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 FocusNews



20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야권은 심각한 분열에 휩싸여 있다. 원외정당을 논외로 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이렇게 3개나 된다.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선택지가 너무나 많은 까닭이다.

호남지역은 2파전 양상이다. 언론에 따르면 국민의당이 선전하고 있다고 한다. 광주지역에서 적어도 7개 지역은 따논 당상이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28석 중 20석 이상은 무난하다는 평가다. 한때 지지율 하락에 울상이던 국민의당은 이 여세를 몰아 수도권에서도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한껏 고무되어 있다.

현재의 흐름이 선거 직전까지 이어진다면 국민의당은 호남의석만으로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총선 이후 당의 진로를 걱정해야 했던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일단 교두보를 얻게 되는 셈이니 이만하면 성공적인 총선 결과라 할 만하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 한들 과연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설령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을 싹쓸이 한다고 해도 호남이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과연 그들이 호남정치를 복원시키고 'DJ 정신'을 계승할 적임자가 맞는가 하는 점이다. 이 의문들은 현재 국민의당이 처해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당의 가장 큰 문제는 확장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정당으로서 치명적인 결함이다. 호남을 제외하고 당선가능성에 근접한 인물은 안철수 후보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이는 국민의당이 호남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의 이미지가 굳어져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국민의당은 호남정치의 복원을 부르짖으며 창당한 정당이다. 그래서인지 당을 이끌고 있는 지도부와 조직 역시 호남 일색이다. 총선 전략에서도 호남 이외의 지역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당에 투영되어 있는 강렬한 호남색은 이 정당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성배를 들이키면 들이킬수록 호남은 고립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민의당의 정책과 노선도 생각해 볼 여지기 많다. 호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진보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며,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로 불린다. 호남의 정신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주와 진보개혁세력에게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런데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노선은 아무리 봐도 호남 정신과 맞닿아 있질 않다.

국민의당의 정치적 스탠스는 중도 보수에 가깝고, 경제적 관점과 비전은 보수 우파에 가깝다. 그렇다고 당에 포진한 인사들이 개혁적이고 혁신적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심지어 안철수 대표는 과거 민주당과의 통합과정에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5.18운동과 4.19혁명 등을 정강정책에 담지 말자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철학과 노선으로 본다면 안철수 대표가 눌러앉아야 했던 곳은 호남이 아니라 영남이어야 했다.



ⓒ 중앙일보



국민의당 인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DJ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DJ 정신'의 요체는 '화합' '통합'에 있다. 그런데 야권이 절대로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DJ의 유지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비루하기 짝이 없는 정치공학의 수사가 유령처럼 부유하고 있다. 야권분열의 주체들이 DJ의 유훈에 거침없이 난도질을 해댄다.

DJ는 야권의 '화합' '통합'을 강조했지 분열을 말한 적이 없다. 부족하더라도 포용하고 힘을 모아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남북 화해와 공존의 길을 걸으라 했지, 찢어지고 갈라져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갈등과 대립, 대결의 길을 가라고 하지 않았다'DJ 정신'은 분열이 아니라 '화합'이며 '통합'이다. 국민의당이 분열을 통해 DJ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은 자기부정이며 끔직한 기만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한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첫째, 국민의당은 정치정당의 미래가 걸린 확장성 면에서 치명적인 결함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호남에 고립되는 순간 국민의당은 결국 자민련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둘째, 국민의당은 절대로 'DJ 정신'과 호남정치를 복원할 적임자가 될 수 없다. 분열의 길을 선택한 국민의당은 'DJ 정신'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으며, 보수우파 정당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에게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당위를 발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인한 반사이득은 결국 새누리당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소선거구제-단순다수제를 선택하고 있는 현행 선거시스템 아래에서 야권은 분열된 상태로 절대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차지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그 대가로 야권은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새누리당에게 내어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권교체는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서민경제를 파탄낸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의 책임도 물을 수 없게 된다. 새누리당의 폭주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과연 이 광란의 질주를 야권이 그리고 국민의당이 어떻게 막아내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은 지난 대선의 
영락없는 클리셰다. 당시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의 존재가 그러했듯 국민의당의 존재는 야권 전체에는 비극이자 재앙이며, 새누리당에게는 꽃놀이패에 다름 아니다. DJ가 보고 있다면 땅을 치며 피를 토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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