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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의 깜짝 승부수, 호남은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8일 전라남도 광주 충장로거리에서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호남지역의 '반문정서'에 맞서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호남 방문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지도부 일각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문정서'가 그 원인이었다. 더민주 지도부는 호남지역에 퍼져있는 '반문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날조된 것이든 아니면 실재하는 것이든 '반문정서'가 더민주의 호남 수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며칠 전 "호남 지지율 1위 문재인, '반문정서' 돌파하라"는 글에서 '반문정서'의 실체를 파헤친 바 있다. '반문정서'가 주류언론이 설파한 '호남홀대론'을 국민의당에 합류한 더민주 탈당파 의원들이 확전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공학의 산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 전 대표가 호남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문 전 대표가 받아든 '호남 지지율 1'의 성적표가 '반문정서'의 허구성을 입증할 근거였다.

그럼에도 한가지 마음에 걸렸던 것은 주류언론과 국민의당에 의해 광범위하게 유포된 이미지에 있었다. 대중은 언론과 정치인이 작심하고 만들어 낸 정치공학적 이미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반문정서'가 허구이자 왜곡이라 할지라도 이미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네이밍'의 강력함은 실체가 없어도 이미지는 남는다는 것에 있다. 이를 정확히 꽤뚫어 본 괴벨스의 요설처럼 한번 두번 세번 계속 되풀이하다 보면 거짓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식이 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NLL 논란'이 그 비근한 예다. 거짓으로도  얼마든지 진실을 은폐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가공된 이미지를 깨뜨리기 위한 방법은 두가지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그 하나요, 적극적으로 맞서는 것이 다른 하나다. 더민주 지도부가 전자의 방법으로 '반문정서'를 비켜가려 했다면, 문 전 대표는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인 상황에서 그는 정면돌파를 강행했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호남과 광주시민들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호남과 광주를 향한 그의 심경은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광주시민 여러분, 뵙고 싶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글에서 그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호남에 고립감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한 자신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참신하고 유능한 일꾼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더민주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민심을 왜곡해서 호남을 고립시키려는 분열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국민의당에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호남홀대' '호남차별'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자신은 절대로 호남을 홀대한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호남홀대론'이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을 이간질시켜, 호남을 고립시키려는 특정세력의 거짓말이라며 이에 휘둘리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정계은퇴' '대선불출마'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며 호남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더민주가 호남지역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미련없이 정치에서 손을 놓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한 문 전 대표의 고뇌와 고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더민주가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는 선전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호남의 지지와 성원이 보태진다면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 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발언은 그가 호남을 고립과 분열, 대립과 대결의 장이 아닌 화합과 통합을 위한 교두보로 보고있다는 의미다. 그의 인식은 호남과 바깥의 민주화 세력이 다시 손을 맞잡을 때 세번째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부분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호남정치의 진정한 의미가 그의 표현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의 호남행을 앞두고 뒷말이 무성했던 것처럼 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한가지는 그가 호남지역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남에 대한 애정과 각별함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그의 진심이 통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정치는 여백의 예술이 아니던가. 그 여백이 어떻게 채워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사위는 이제 던져졌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과 정치적 결단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호남과 광주시민들의 선택에 달려있을 뿐이다. 문 전 대표의 결단에 그들이 어떻게 화답하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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