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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대 총선, 야권은 완전히 망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20대 총선, 야권은 망했다. 이 무슨 김빠지는 소리냐고, 초를 치는 소리냐고 힐란한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근거 없는 확신보다, 부질 없는 희망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상황판단이 필요한 때다.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절대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야권에게 희망적인 부분을 단 하나도 찾질 못하겠다. 대신 야권이 완전히 망할 것이라는 징후들만 도드라진다. 이는 패배주의에 쩔어있는 비관적 푸념이 절대로 아니다.

드러나는 정황들은 야권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만약 이 모든 것들을 취합한 이후에도 당신이 나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다면 제발 그렇게 해주기를 부탁한다. 이 판단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다.



ⓒ SBS 뉴스 화면 갈무리


야권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승자독식의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선거시스템 자체가 야권에 불리하다. (그 이유를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여당과 보수세력에 유리한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한 경우는 지난 17대 총선 단 한번 뿐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탄핵 역풍의 수혜를 받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야권이 이긴 전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선거구제-단순다수제는 야권에게는 '넘사벽' 그 자체다.

깨지지 않는 지역주의 구도 역시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영남의 의석수가 호남에 비해 2배 이상이나 많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지 않는 이상 야권이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권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이기고도 과반의석을 여당에게 내주는 허탈함을 맛봐야 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총선은 전체 유권자 중 투표에 적극적인 60대 이상의 유권자가 가장 많은 해이기도 하다. 보수 여당을 떠받치는 실질적인 기둥이 60대 이상의 고령인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야권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이에 반해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대 총선의 연령별 투표율은  60대 이상이 68.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50 62.4%, 40 52.6%, 30대 후반(35~39) 49.1%, 30대 전반(30~34) 41.8%, 20대 후반(25~29) 37.9%, 20대 전반(20~24) 45.4% 19 47.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 여당에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20~30 세대의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19세부터 20~40 세대까지의 투표율이다. 이들의 투표율은 실제 총선 투표율인 54.3%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결과는 세대별 투표율 역시 야권에 불리하다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언론 환경 역시 최악이다. 지상파와 종편 가릴 것 없이 주류 언론은 야권 내부의 문제는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여권에 불리한 내용은 다루지 않거나 축소하는 편파적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나경원 의원 자녀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이다. 뉴스타파가 폭로한 이 문제는 주류 언론이 철저히 침묵하고 외면한 끝에 결국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뉴스타파는 주류 언론의 편파적 보도 행태를 작년 11 30일 자신들이 단독 보도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 사무실의 시집 판매와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주류 언론은 이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고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노영민 의원은 결국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두가지 개별 의혹에 대한 주류 언론의 대응은 이렇게 극과 극으로 첨예하게 갈린다. 이처럼 주류 언론의 편파적 보도는 가뜩이나 힘든 야권의 총선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공정성을 잃은 것은 비단 주류 언론 뿐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선거를 주무하는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선관위는 얼마 전 투표용지 사전 인쇄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인쇄시설 부족과 선거관리 지장을 이유로 몇몇 지역에서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한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는 오히려 인쇄를 뒤로 미뤘던 터라 선관위를 향한 의혹은 가시질 않고 있다.

또한 선관위는 나경원 의원의 자녀 부정입학 의혹 보도와 관련해 뉴스타파 측에 '경고' 조치를 내리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합의한 '야권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이같은 대응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4월 총선, 그리고 각종 재보궐선거 등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왔던 그 모습과 판박이다. 야당에게는 엄격하고 여당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관위의 행태 역시 야권에게는 잠재적 불안요소에 다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연대없이 선거를 치뤄야 하는 입장이다. 연대는 야권이 내세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최고의 무기였다. 그러나 야권은 힘을 하나로 모으는데 실패했고 이로써 최대 승부처이자 오차 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보여왔던 수도권에서의 궤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총선 전 설사 극적으로 정당 간, 후보 간 연대가 합의된다 하더라도 연대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데에 있다. 연대를 둘러싸고 치열한 교전을 벌여온 야권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유권자에게 어떠한 감동과 울림도 주지 못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총선을 한달이나 앞두고 연대에 합의했던 지난 19대 총선에서조차 야권은 새누리당의 과반을 막아내지 못했다. 당시 수도권에서 5% 이내로 승부가 갈린 곳이 무려 30여 곳에 달한다. 야권의 난립은 바로 이 곳의 대부분을 새누리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수도권의 몰락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과반이 문제가 아니다.



ⓒ KBS 뉴스 화면 갈무리



애시당초 야권에 불리하게 설계된 선거시스템, 변치않는 영남지역의 민심과 40%에 가까운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율, 극심한 편차를 보여주고 있는 세대간 투표율, 편파적인 언론과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선관위, 야권연대 무산이 초래한 '일여다야' 구도, 여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북한발 돌발변수와 여당 프리미엄까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총선은 야권이 질 수밖에 없는 선거다.

야권의 몰락과 선거 참패, 그리고 새누리당의 압도적인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19대 총선과 지난 대선 이후의 경험치를 활용한다면 총선 이후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두려움은  불확실성으로부터 기인한다. 그렇기에 두려움은 없다. 다만 분할 뿐이다. 현 상황이, 다가올 미래가, 그리고 통제를 벗어난 권력의 폭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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