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잇따른 악재에 신음하는 한국당..이러다 '도로 새누리당' 될라

ⓒ 뉴스1


호사다마라 했던가. 최근 지지율 상승세로 고무돼 있던 한국당이 잇따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2월 27일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지지세를 확장하고, 보수통합의 동력을 마련해 내년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 암초에 부딪힌 것이다.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가 비상을 꿈꾸던 한국당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보이콧을 예고했던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이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월12일 결국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전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까지 포함하면 당권주자 5명이 대거 이탈한 셈이다.


앞서 이들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2월 27~28일)과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해온 터였다. 이들은 일정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전당대회를 보이콧 하겠다며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당대회 일정 연기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1일 비대위회의에서 "전당대회는 미북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인 27일에 예정대로 치르는 게 옳다"고 밝혔고, 박관용 선관위원장 역시 "결정을 두 번 하는 경우가 있나. 보이콧하는 건 그 사람들 사정이지 우리와 관계없다"며 강행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지도부와 선관위가 전당대회 강행 입장을 고수하자 당권 주자들은 공언한대로 불출마를 결정했다. 11일 홍 전 대표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가장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하루 뒤 나머지 주자들 역시 중도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당초 일정 연기를 촉구했던 당권주자 중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오 전 시장 한 사람뿐이다.

이로써 한국당 전당대회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 전 시장, 김진태 의원의 3파전으로 치뤄지게 됐다. 당권주자들의 보이콧 의사에 반쪽짜리 전당대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당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모독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에 따라 최악의 경우 전당대회는 '황 전 총리-오 전 시장' 간의 2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역시 전당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간의 시선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으로 쏠리게 돼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주자들의 대거 불출마는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을 더욱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5·18 민주화운동 모독 파문 역시 한국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실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계로부터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한국당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사태가 심상치 않자 한국당 등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자성과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 원내대표, 김무성 의원,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이 앞장서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권영진 대구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황당한 웰빙단식·국민 가슴에 대못 박는 5·18관련 망언·당내 정치가 실종된 불통 전당대회 강행·꼴불견 줄서기에다 철지난 박심 논란까지.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하니 오만, 불통, 분열의 고질병이 재발한 것인가"라고 날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지도부의 안일한 대처가 파문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과 나 원내대표는 논란이 됐던 문제의 발언을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대응하는가 하면,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그제서야 징계 절차에 들어가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2일 김 위원장이 공식 사과했지만 이 역시 성난 민심을 감안하면 너무 늦게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경선 룰과 일정 등을 둘러싸고 수면 위로 떠오른 고질적인 계파갈등 역시 한국당의 상승세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전당대회에 황 전 총리가 출마하면서 당내 '친박-비박' 갈등은 이미 예견된 터였다. 본래부터 친박색이 짙은 황 전 총리를 향한 경쟁주자들의 견제와 비판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터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는 이른바 '배박'(배신한 박근혜 세력) 논란을 야기시키며 잠자던 계파 갈등을 끄집어냈다.

오 전 시장은 8일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좋아하는 진짜 친박 아니냐의 논란 속에 빠져든 황교안 후보, 이것이 황 후보의 한계"라며 "황 후보는 앞으로 이런 식의 논란으로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비판했고, 홍 전 대표 역시 9일 8일 페이스북에 " 이번 전대는 배박, 구박의 친목대회가 될 뿐"이라며 "진작 청산되었어야 할 부패, 무능 보수들을 데리고 정치 하기가 참 힘들다"고 각을 세웠다.

황 전 총리의 반박도 이어졌다. 9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일 때 1차 조사를 마치니까 더 조사를 하겠다고 해서 이 정도에서 끝내자 라고 하고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도운 일화를 소개했다.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을 위한 조치였다는 뜻으로, 배박 논란을 의식한 황 전 총리가 본격적으로 '친박 구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던 당권주자들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한국당 전당대회는 황 전 총리(친박)와 오 전 시장(비박) 간의 계파 대결 양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이는 망령과도 같은 '친박-비박'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보수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당의 앞날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당권 도전 뜻을 접은 홍 전 대표가 12일 페이스북에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으로 계속 머문다면 이 당의 미래는 없다"고 쓴소리를 날린 것도 이같은 당내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정서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색깔론,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이 되풀이된다면 한국당이 '도로 새누리당', '도로 박근혜당'이 되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바람 언덕이 1인 미디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