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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당·바미당' 선거연대? 유승민·김성태의 '입'을 주목하라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페이스북


"바미당은 한국당을 청산의 대상이라 비난하며 출범했다. 그러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서울시장 안철수, 경기지사 남경필 후보 단일화 등 묵시적인 주고 받기식 선거연대를 한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바미당, 한국당은 선거연대를 부인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합당도 결국 군불 지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한국당과의 공조 및 연대! 예측은 했지만 도둑질도 너무 빠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 2월 20일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와 남경필 경기지사의 회동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의 수도권 연대설이 제기되자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특히 안철수 위원장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부인하고는 있지만 그가 결국 보수 대통합의 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은 선거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이태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이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경기지사, 인천시장 선거를 두고 한국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그건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못을 박은 것이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외려 야권연대설은 "보수야합 프레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적 발언"이라며 정치공세라고 역공을 폈다.

선거연대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 역시 단호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월 2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이름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3월 13일에는 페이스북에 "일각에서는 타당과 선거 연대를 하자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비겁한 선거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홍 대표는 특히 "지난 1996년 신한국당을 창당한 이래 당명은 바뀌었지만 단 한 번도 타당과 선거연대로 선거에 임한 적이 없다"면서 "대선도 총선도 지선도 우리의 힘으로 치렀고, 정책 노선이 다른 타당과 비겁한 선거 연대를 해 국민에게 혼란을 준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의 역사까지 거론하며 선거연대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강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의 선거연대설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지방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가능성이 점점 더 무르익어 가는 모양새다. 전통적으로 분열은 필패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데다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여당, 여기에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야권의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선거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역대 선거를 보더라도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 선거에서 이긴 경우는 거의 없다. 민주당이 과거 야당 시절 보수진영의 거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야권연대를 추진했던 배경이다. 더욱이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합리적 보수층과 무당층의 상당수가 등을 돌린 상황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민주당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애써 부정하려 해도 자연스럽게 선거연대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양댱 공히 지독한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조차 못 낼 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빅매치가 될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가 직접 영입에 나섰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비롯해 홍정욱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등이 줄줄이 출마를 고사했다. 전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전장에 나설 장수가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당 중진들 사이에서는 '당 대표가 직접 나가라'는 볼멘 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전략공천 역시 잡음이 끝이질 않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사천'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공천에 불복해 반기를 드는 모습도 속속 연출되고 있다. 급기야 29일에는 창원지역 우선공천 후보자 명단에서 배제된 안상수 창원시장이 당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당은 현재 안상수 시장 외에도 곳곳에서 공천갈등이 벌어지는 등 자중지란에 빠져있는 상태다. 당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가 이어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마이뉴스


바른미래당의 상황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조직과 세력에서 크게 열세인 바른미래당은 낮은 지지율에 울상을 짓고 있다. 통합의 컨벤션효과를 거의 얻지 못한 데다가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위한 정책과 전략의 부재를 드러내며 인재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바른미래당이 '이삭줍기'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는 안철수 위원장을 제외하면 시·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극심한 인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짧은 칩거(?)를 끝내고 안철수 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율은 여전히 한자리수에 머물러 있고, 인재 영입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안철수 위원장이 영입한 인재 역시 기대에는 못비친다는 게 중평이다. 인재영입 1호였던 정대유 전 인천시 시정연수단장은 인지도 면에서, 장성민 전 의원은 과거 국민의당 시절 입당이 불허된 인사라는 점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안철수 위원장이 두번째로 영입한 한국당 소속 전·현직 수도권 지역 지방의회 의원 7명은 '분리수거', '이삭줍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유한국당에서는 '곰팡내'가 나  뒤로 빼놨던 분들만 골라서 분리수거해 주시니 곰팡내가 없어져서 고맙기는 한데, 바른미래당에 곰팡내가 날까 미안하기도 하고 염려가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안철수 위원장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당무에 복귀한 것은 지지율 상승과 인재 영입을 견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철수 위원장의 당무 복귀에도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인재 영입도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지율 반등과 인물난을 극복해야 하는 바른미래당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연대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은 이같은 당내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여당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린 선거지형에서 과연 '보수야권이 연대 없이 지방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이 당안팎으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29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6·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과 야권연대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시당 개편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분적인 야권연대 같은 경우 당내 반발이나 오해를 극복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국당이라는 상대가 있고, 국민이 이것을 야합으로 볼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권의 연대·협력으로 봐줄지 여러 장애물이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저는 마음이 조금 열려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야권연대와 관련해 한국당 내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야당은 강력한 여권을 향해 단일대오로 맞서다가 힘이 모자라면 야권연대로 대오를 추스르는 것도 제1야당이 할 일"이라며 "못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해오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는 지지율 정체와 인물난을 겪고 있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현실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정치 역학구도 아래에서는 야권의 지방선거 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거연대의 명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양당 모두 그동안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선거 연대를 강하게 부인해온 데다가, 선거를 앞둔 정치공학적 연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바른미래당의 경우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의 반대 의사가 명확해 한국당과의 선거 연대 문제가 당내 내홍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을 따를 것이냐, 명분을 쫒을 것이냐. '지지율'과 '인물난' 이중고에 빠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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