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손을 대는 것마다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일쑤다.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수단인 '장외투쟁'을 습관성 떼쓰기로 전락시켜 버리는가 하면,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진상조사와 의혹 규명이 목적인 국정조사와 특검을 졸렬한 정치공세로 탈바꿈시켜 버리기도 한다.
정국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야당의 필살기를 한국당이 소환하는 순간 명분은 물론 그 동력마저 급속히 소진돼 버리기 십상이다. 이름하여 한국당 '디스카운트'다.
얼마나 밉보였으면 한국당 주장은 일단 걸러 듣고 보게 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을까. 언론과 검찰, 야당의 찰떡 공조 속에 한달이 넘도록 조국 죽이기에 나섰음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터다. 그동안 숱하게 봐온 게 있으니 솔직한 말로 뭘 해도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 거다.
어중이 떠중이, 개나 소나 다하겠다고 덤벼드는 삭발도 마찬가지다. 삭발'(削髮)은 가진 것이라곤 거죽밖에 없는 이들의 간절함이 담겨있는 의사 표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저항의 방식이다. 삭발 의식이 비장하고 숙연한 건 그래서일 터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면 달리 방법이 없을 테니.
그러나 한국당의 삭발은 이같은 고전적 문법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코너에 몰린 약자들의 불가피한 저항권이었던 삭발이 힘 있는 강자들이 선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맞춤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언주를 시작으로 박인숙, 황교안, 김문수, 강효상·····. 약자들의 숭고한 의식인 삭발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이처럼 그 빛이 현저히 바래진다. 비장함과 간절함을 찾아볼 수 없는 가진 자들의 치기와 만용,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혹은 역겨움.
절박함이 없는 투쟁은 더 이상 투쟁이 아니다. 배부른 자들의 푸념이자 투정일 뿐. 그 때문일 것이다. 한국당을 향해 혐오와 조롱, 냉소가 잇따르는 이유 말이다.
제발 하던 대로 하라. 그대들의 '캐슬'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범인들이 사는 세상의 율법은 확연히 다르다. 바라건대 부디, 몸조심들 하라. 범인들의 세상에선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모골 송연한 속설이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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