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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누가 조국에게 돌을 던지랴

ⓒ 오마이뉴스

 

요한복음 8장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 온 여인의 이야기다. 간음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을 정죄하는 무리들을 향해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되묻는다. 물론 그들 중 누구도 여인에게 돌을 던지지 못했다. 여인을 정죄하던 이들 중 죄 없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조국사태'를 보면서 문뜩 요한복음의 이 장면이 떠올랐다.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을 정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율법에 따라 여인을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 예수를 골탕먹이기 위해 모의를 했던 율법학자와 바리새인들은 이 말 앞에서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한 보수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전·현직 대학교수들의 숫자가 최순실 사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의 규모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쯤되면, 조국 장관은 중죄인이다. 그것도 '최순실·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용서할 수 없는 대역죄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일개 장관 한 사람을 두고 벌어지는 이 엄청난 '소동'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

실제 조국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정국은 온통 '조국' 이슈 하나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언론 보도량은 가히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 논란이 있지만 지금도 하루에 수십개의 관련 기사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야당은 사생결단의 총력전이다. 한국당은 연일 장외집회를 열고 조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이 이어지며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함께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는 한편 조 장관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 역시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검찰은 최근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 장관 5촌 조카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조 씨는 사모펀드 운용회사인 코링크 PE의 실소유주로 지목되며 사모펀드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핵심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조 장관 딸의 입시 관련 의혹 수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앞서16일 조 장관 딸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부인인 정경심 교수 역시 조만간 소환해 표창장 위조와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언론, 야당, 검찰이 모두 조 장관 일가 의혹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한 사람을 링 위에 올려놓고 사방에서 인민재판하듯 아우성이다. 물론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의혹에 검증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며 절차다. 조 장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조국사태'는 검증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개인과 그 가족의 인격은 물론 최소한의 방어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잔인한 방식으로 사태가 흘러가고 있는 탓이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조 장관이 위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드러난 바가 없다. 부인과 딸 등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언론, 야당, 검찰은 조 장관 일가를 '확신범'이라 단정한 상태에서 단죄하듯 보도하고, 의혹 및 공세를 제기하고, 피의사실을 흘리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보도한 수많은 기사들은 조 장관 일가에게 불리한 선정적이고 부정적인 논지의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보수언론은 '단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반론권도 없이 보도하기 일쑤였다. 이같은 정황 보도는 대중들에게 조 장관 일가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게 만든다.

야당의 행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당 등 야당은 조 장관 일가 의혹 확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스모킹 건'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구체적인 물증 없이 정황만으로 조 장관 일가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가는가 하면, 무차별적인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일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 머니투데이


한쪽에서는 한국당이 맹공을 펴고 있는 조 장관 딸 입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자녀 역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 아들의 KT 입사 특혜 논란과 자녀의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논란, 나 원내대표 아들의 의공학 포스트 제1저자 논란과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이 제기되며 '내로남불'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조 장관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당 일각에서 최근 대통령 하야, 탄핵 주장이 공공연히 흘러 나오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는 한국당이 조 장관 의혹을 고리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앞으로 강력한 대정부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검찰의 행보도 심상찮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 배경으로 조 장관 일가 의혹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한 바 있다. 그러나 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부터가 초유의 일인 데다가,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 역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피의사실 유포다.

검찰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내부 유출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논란은 가시질 않고 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 장관 일가 의혹에 전방위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검찰이지만 한국당 및 야당 의원들이 관련돼 있는 사안에는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지난 10일 검찰로 넘어갔지만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감감 무소식이다.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된 나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검찰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업무상 배임 및 뇌물공여, 수수 혐의로 고발당한 최교일 한국당 의원과 장욱현 영주시장에 대한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이들을 검찰에 고발한 하승수 변호사는 18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검찰의 이중적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했다.

하 변호사는 "고발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수사를 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라며 "최근에 논란이 되는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하고 비교했을 때 너무나 현격하게 차이가 있는 부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고무줄 잣대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공수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찰 내부의 저항 기류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 수사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조국 논란은 한국 사회 전반에 두루 퍼져있는 불공정과 불평등의 문제를 겨누고 있다. 일상화돼 있는 기득권층의 특권과 특혜 관행이 '조국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지 단지 조 장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조 장관 일가를 향한 집단적 관심(이라고 해 두자)은 이번 논란의 핵심과 본질에서 한참은 비켜나 있다. 애시당초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기대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는 사회 구조와 제도의 문제로까지 논의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가 산으로 가고 있는 데에는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가로놓여 있다. 이번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진 묵직한 화두에 비하면 참으로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과 검찰이 흘리는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고 있는 언론, 인권은 아랑곳없이 무차별적 정치 공세로 일관하고 있는 야당, 피의사실 유포 논란이 생길 만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검찰 등도 이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자신들의 '스카이캐슬'에서 특권과 특혜를 마음껏 누려온 사람들이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것처럼 조 장관 일가를 융단 폭격하는 것은 낯 뜨겁다 못해 비겁하고 졸렬해 보인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2000년 전의 일침이 아직까지도 유효한 이유일 터다.

아직까지 조 장관이 의혹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공정의 가치를 부르짖던 조 장관의 언행불일치와 이중성을 비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번 논란을 그와 그 가족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하는 것에는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짓눌러온 구조, 곧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