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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친박의 유승민 죽이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정치 세계와 조폭 세계는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다. 둘 모두 상명하복에 충실한 1인 보스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보스의 말이라면 아무리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어도 무조건 따라야만 한다. 보스의 뜻은 법이자 곧 진리이기 때문이다. 적을 무자비하게 응징한다는 점과 배신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입법을 주관하는 정치 세계가 무법천지의 조폭 문화와 닮아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우리 정치에 조폭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정당은 뭐니뭐니해도 새누리당이 으뜸이다. 그들은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고 대통령의 오더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배신에 대해서는 처절하고 혹독한 심판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통령을 향해서 충성을 다짐하고 배신자를 향해 '반드시 죽이겠다'는 살벌한 말까지 내뱉는다. 영락없는 조폭의 모습이다.



ⓒ 뉴시스



유승민 의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장면들은 새누리당이 얼마나 조폭스러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격노하자 친박들은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며 정계은퇴까지 주장했다그들은 대통령에게 충성경쟁이라도 하듯이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집단 린치를 가했다흉기만 들려있지 않았을 뿐 그들이 토해내는 말들은 조폭의 그것과 대동소이했다


위기를 직감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구했다. 이 
장면은 '대통령-원내대표'의 관계라기 보다는 '보스-조직원'이라는 설정이 더 자연스럽다그러나 배신자에게 자비와 관용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결국 만신창이가 된 채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국회법 개정안의 취지와 당위에 대한 그의 소신과 원칙이 대통령의 레이저광선 한 방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심기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여야가 심사숙고 끝에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무산되고 집권당 원내대표의 목이 일순간에 날아간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157석을 거느린 원내 다수당이 폭탄을 맞은 듯 크게 술렁이고, 공식적인 당 서열 1위 김무성 대표의 처지는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를 면치 못한다. 당 내에선 연일 눈꼴시린 '진박' 타령이 흘러나오고 누구도 감히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질 못한다

 

이 모습을 정상적인 당·청 관계로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여의도 지부라는 조롱을 받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관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권위주의에 대한 저들의 맹목적인 집착과 비민주적인 행태다. 명령과 복종에 익숙한 저 둘 사이의 관계에서 민주적 절차와 과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보스의 뜻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조폭 세계의 비민주적 구태만이 도드라지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인권이 후퇴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단과 독선적 권력에 집착하는 대통령과 당내 민주화를 포기한 집권 여당이 비민주적인 국정 운영을 하고 있는 한 민주주의와 인권이 버텨낼 재간이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현 대통령과 새누리당 하에서 민주주의의 퇴보와 인권의 후퇴는 그러므로 당연한 귀결이다



ⓒ 노컷뉴스


대통령과 친박의 표적이 된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과는 분명하게 차별되는 개혁적 이미지가 있다. 수구보수의 이미지가 덧씌어져 있는 새누리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를 대중에게 부각시킨 것은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에서의 연설이었다. 그는 야권으로부터 "우리나라 보수가 나아가야 할 명연설이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이후 그는 각종 현안에서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을 분명하게 내비치며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거칠것이 없어 보였던 그도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굴욕적인 모습으로 원내대표직에서 쫓겨 나더니 이제는 공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급기야 그는 
어제 친박실세로부터 '반드시 죽이겠다'는 섬뜩한 말까지 들어야만 했다. 


대통령의 독기어린 저주에 발맞춰 새누리당 친박들의 '유승민 죽이기'가 본격화 되고 있는 모양이다. 글을 쓰는 내내 한가지 의문에 휩싸인다. 죽어야 할 대상은 유승민 의원인가, 아니면 저급하고 저렴한 정치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낡은 정치인들인가. 곧 20대 총선이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왜 우리 정치에서 계속되고 있는지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이 볼쌍스런 장면들을 우리 정치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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