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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측근들은 배신하고 영장전담판사는 교체되고..사면초가에 빠진 MB

검찰이 1일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다스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1월 24일 이 전 대통령의 조카 동형씨, 1월 25일 처남 김재정씨의 부인 권영미씨, 지난달 25일 아들 시형씨가 소환된 데 이어 이날 이 회장까지 소환되면서 검찰의 다스 관련 수사가 끝을 항해 가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조사에서 다스의 설립자금으로 쓰인 도곡동 땅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회장은 도곡동 땅이 자신과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씨의 공동 소유라고 주장해 온 터였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이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다스와 자신은 전혀 무관하다던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은 더욱 궁색해지게 됐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정황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막바지 보강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검찰은 이미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강경호 현 사장 ,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다스 관련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것을 입증할 핵심 증거들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면에서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 전 대통령 소환이 임박했다는 신호나 마찬가지다.

숨가쁘게 달려온 다스 수사가 사실상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세간의 관심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시기와 구속 수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말경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이 전 대통령 소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동계올림픽 기간 중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할 경우 야기될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이 전 대통령 소환은 동계패럴림픽이 폐막되는 오는 3월 18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구속 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전전 대통령까지 구속수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박 전 대통령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한편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tbs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남녀 502명을 대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에 '찬성한다'(매우 찬성 52.6%, 찬성하는 편 14.9%)는 응답이 67.5%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대한다'(매우 반대 13.1%, 반대하는 편 13.7%)는 응답은 26.8%에 그쳤다. (표본오차 95%에 신뢰 수준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오마이뉴스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이와 관련해 최근 법원의 정기인사를 통해 새로 선임된 영장전담판사들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26일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영장전담판사로 선임된 박범석(사법연수원 26기), 이언학(27기), 허경호(27기) 부장판사가 그 주인공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구속여부는 그들 손에 의해서 결정이 나게 된다.

국정농단 사건과 국정원 댓글 사건 등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적폐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이 번번히 기각돼 왔다는 점도 신임 영장전담판사들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 중의 하나다. 그동안 전임 영장전담판사였던 강부영·권순호·오민석 판사의 법리적 판단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는가 하면, 이들의 사법적 판단과 국민의 법 상식이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실제 이들이 영장실질심사를 당담하던 동안 국정농단 사건, 국정원 및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KAI 비리,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등에 연루된 피의자들의 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됐다. 이전의 영장전담판사들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의 대부분을 발부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법원이 일반 국민에게는 엄격하게 법리를 적용하면서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같은 중대범죄의 피의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대하다는 비판이 나왔던 배경이었다.

촛불정신의 요체인 적폐청산의 당위가 법원에 의해 가로막히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대의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훼손시킨 사안의 중대성과 죄질의 정도 등에 비춰볼 때 법원의 판단이 국민의 법 감정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비판은 특히 영장전담판사들에게 집중됐다. 이들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중심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임명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의구심은 더욱 증폭돼 갔다.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안고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을 전격 교체하는 등 고강도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카드를 꺼낸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원 행정과 사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주도로 판사들에 대한 사찰이 전방위적으로 행해지고,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교감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로 선임된 영장전담판사들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터다. 그동안 영장전담판사들의 법리적 판단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만큼 상식적 판결에 대한 기대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영장전담판사의 교체가 법원 내부의 개혁 기류와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핵심 측근들 대부분이 이미 등을 돌린 데다,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 역시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영장전담판사까지 교체됐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게 또 다른 악재가 나타난 셈이다. 하늘이 무너지는데 솟아날 구멍은 없는,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