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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지율 하락에, 계파갈등까지..흔들리는 황교안 리더십

ⓒ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이 비상이 걸렸다.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오름새를 타던 지지율이 최근 2.27 전당대회 수준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한때 오차범위 안까지 좁혀졌던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리얼미터의 5월 2주차 주간동향 여론조사 당시 한국당의 지지율은 34.8%였다. 민주당(35.4%)과의 차이는 고작 1.6%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 조사였던 7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는 43.2%(민주당)대 26.7%(한국당)로, 격차가 16.5%포인트로 벌어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을 턱밑까지 추격하던 한국당의 지지율이 다시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잘못된 대응이 지지율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 정서와 상충되는 한국당의 일본 편들기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아베 정권이 감행한 경제보복 조치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내부에서조차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

한국당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이 아쉬운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반일감정이 솟구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와 관련해 정부·여당과 한목소리를 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지한 것처럼 한국당은 아베 정권을 비판하기보다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더 역점을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민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여행 취소 등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제 1야당인 한국당은 되레 정부·여당과 싸우는 데 더 당력을 쏟았던 셈이다. 극명해진 '반일' 구도 속에서 한국당의 이같은 태도가 결국 독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정당 지지율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컨벤션 효과가 작용하는 데다, 신임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직전 이른바 '5·18 민주화운동' 왜곡·폄훼 논란이 불거졌다.

전당대회를 20여일 앞두고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의원), "논리적으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이종명 의원),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김진태 의원) 등의 망언이 터져나온 것이다.

파장은 아주 컸다. 여론은 요동쳤고 지지율도 떨어졌다. 세간의 관심은 당권이 유력한 황 대표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집중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5·18 망언' 관련 징계 처리가 황 대표의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황 대표가 추구하는 정치적 색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의 과정은 모두가 안다.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음에도 납득할만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5·18 망언 당사자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황 대표의 방패막이 없었다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각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심대신 '당심'을 선택한 후과다.

지지율 하락에는 황 대표의 실언과 말실수도 빼놓을 수 없다. 황 대표는 취임 이후 강력한 대여투쟁을 바탕으로 보수 결집을 주도해 나갔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분오열된 내부 상황을 추스려 당을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구설에 오르는 일도 잦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과 아들 스펙 논란이다.

황 대표는 6월 19일 부산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주어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 금지가 돼선 안 된다"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다. 빈약한 노동감수성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물론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함)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하루 뒤인 20일에는 숙명여대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아들의 취업 관련 일화를 소개하면서 "학점도 엉터리, 토익 점수도 800점이었다. 졸업 후 15개 회사에 서류를 내서 10개 회사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서류심사를 통과한 다섯 군데의 회사는 최종 합격을 했다"라고 말해 연거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스펙보다 역량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이 역시 청년 세대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들이 KT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시의적으로도 부적절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신의 발언이 계속 문제가 되자 황 대표는 이후 백프리핑을 줄이기로 결정한다.

투쟁 일변도의 대여 강경 정책 역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협조적인 태도와 반대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29일 여야가 극적으로 내달 1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국회는 벌써 네 달째 개점 휴업 상태에 빠져있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각종 개혁·민생 법안들이 수두룩하게 쌓여간다.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만 해도 100일 가까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게 된 일차적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당은 추경안 처리에 갖가지 조건을 붙이며 국회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 경제 청문회, 북한 목선 사건 국정조사, 정개·사개특위 위원장 교체, 국방부 장관 해임안 등 한국당이 내건 조건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당이 국회의 당연한 책무인 법안 처리를 정략적 이해득실과 연계시키며 국회 공전을 주도하고 있는 데에는 황 대표의 책임이 적지 않다. 황 대표는 취임 이후 대여투쟁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반문' 깃발 아래 '기승전-정부 비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외투쟁을 주도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제 1야당으로서의 정책적 대안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여당의 경제·민생 정책을 걸고 넘어지면서도 정작 민심을 움직이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려 한국당은 장기간 국회 파행을 이끌며 민생과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역비판까지 받고 있다. 정책 개발과 비전을 통해 민심을 얻기보다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기대왔던 한국당의 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고질적인 계파갈등 역시 한국당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한국당은 현재 사무총장(박맹우 의원), 국회 예결특위위원장(김재원 의원), 사개특위위원장(유기준 의원) 등 주요 보직이 친박으로 채워지고 있다. 친박 색채가 강화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비박계는 내년 총선 공천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황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지도부 방침에 대놓고 반기를 들고 있다. 5·18 망언 인사 중 한 명인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직 복귀를 막아야 한다는 내부 보고서가 유출되기도 했다. 황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지 않다면 벌어지기 힘든 장면들이다.

황 대표는 관운을 타고났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그는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박 전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를 지명하면서 한때 물러날 위기에 빠지기도 했으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에까지 오르는 영예(?)를 얻었다.

정치 입문 이후에도 그는 소위 '꽃길'을 걸었다. 지독한 인물난을 겪던 한국당에게 국정경험과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황 대표는 최상의 카드였다. 당은 황 대표를 구심으로 똘똘 뭉쳤고, 흩어져 있던 지지층을 불러모으는 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1.6%포인트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황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한국당은 우경화 논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퇴행적인 역사인식과 시대착오적인 색깔론도 여전하다. 인적청산과 당 혁신도 찾아보기 힘들다. 폐족됐다던 친박이 부활하는가 하면, 총선이 가까워 오면서 고질적인 계파갈등도 재점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짝하던 지지율도 다 까먹었다. 황 대표가 한국당을 이끌기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세간에선 다시 '도로 새누리당', '도로 친박당'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다. 나날이 커지고 있는 황 대표 위기설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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