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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도의 함정, 안철수의 착각

ⓒ 동아일보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측면이 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자기중심적이라고 해야 맞을 듯 싶다. 내 기준으로 생각하고, 내 판단이 옳다고 믿는다. 이 생각이 굳어지면 독선과 독단으로 흐르기 쉽다. 무오류에 빠져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안다. 자기가 절대선이고, 자신만이 세상을 구할 슈퍼 히어로라 여긴다. 나르시즘과 영웅주의가 만나면, 시쳇말로 답이 없다.

 

세상 답 없는 치들 중에 으뜸은 윤석열과 안철수다. 윤석열은 그동안 많이 썼으니 오늘은 안철수에 대해서 잠깐 언급해볼까 한다. 사실 안철수 역시 그동안 너무 많이 써서 또 쓴다는 게 영 식상하고 흥이 나질 않는다. 효용가치가 없는 인물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떠들어야 하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그럼에도 또 거론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하루하도 빨리 그가 사라져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안철수가 돌아왔다. (정말 궁금하다, 그는 왜 돌아온 걸까). 그런데 변한 게 없다. 진보와 보수의 틈새를 비비고 들어가려는 기회주의적 행태가 여전한 데다, 밑도 끝도 없는 공허한 말만 더 늘었다. 예나 지금이나 안철수는 진보 때리고 보수를 공격하면 정치에 무관심한 중도층이 자기를 지지해줄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는 모양이다. 중도의 함정에 빠져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으면서도 달라진 게, 아니 배운 게 없다.

 

새정치의 동력은 말 그대로 얼마나 '새로운가'에 달려있다. 자신만의 철학과 비전으로 기성정치에 만족하지 못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해야 승산이 있다. 그런데 안철수에게는 바로 '그것'이 없다. 기성정치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대중의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그 속에서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얄팍한 꼼수만 부린다. 정치철학도 없고, 그래서 당췌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안철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중도'는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표현하는 가운데 얻게되는 타이틀이지, 그것이 정치적 이념이자 이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대놓고 "나는 중도요"를 외친다는 건 "나는 생각없는 사람이요"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안철수가 실체 없는 말과 뜬구름 잡는 얘기로 사안의 본질을 비켜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기만의 정치 철학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보니 안철수는 언제나 쉬운 길을 고집한다. 양비론으로 진보와 보수를 싸잡아 비난하고, 기계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이를 중도란 말로 교묘하게 포장한다. 정치 혐오를 조장하고, 기성정치는 죄다 나쁜 것이라는 반정치 정서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린다.

안철수의 지난 8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 너희들 때문이야'로 정리할 수 있을 터다. 모든 것을 전지적 시점에서 재단하고 평가한다. 그가 머무는 곳마다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포용과 상생, 화합 대신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고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 나쁜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 탈당과 창당을 반복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안철수는 중도를 기득권 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포장시키고 있지만, 그가 말하는 '중도'는 기실 '실체없음'을 뜻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색무취가 중도일 수는 없다. 신기루 같은 허상이 중도일 수는 없다. 이도 저도 아닌, 이쪽도 저쪽도 아닌 기회주의가 중도일 수는 없다. 안철수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과거로부터 전혀 배우지 못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비난하는 건 쉽지만, 그것만큼 비겁하고 치졸한 게 없다. 안철수의 지난 8년이 그랬다. 자신은 옳고 남은 틀리다는 자기중심적 인식으로 끊임없이 상대방을 헐뜯고 공격해왔다. 안철수는 기성정치를 '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가 비판했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그 자신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사실을 안철수 본인만 모르고 있다.  안철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