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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존경한다더니 막말하는 의원들, 왜들 그러시나!

오마이뉴스


지금 국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국정감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지난 12일 시작된 국감을 위해 여야는 일찍부터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정책 질의를 준비하는 등 구슬땀을 흘려왔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도 많은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특근과 밤샘 작업을 하며 국감 준비에 힘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흔히들 국감을 일컬어 의정활동의 '꽃'이라 부른다. 이는 국감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비유일 터다. 실제 국감은 스타 의원들을 탄생시키는 요람이며, 국민의 삶을 진작시키는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산실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정책적 변화를 초래한 사례들도 상당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국감은 입법부인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 정책과 예산은 물론이고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행정부와 사법부, 공공기관 등을 감사하고 견제하는 자리다. 그런 만큼 국감에서는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여야의 정략적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게 보통이다. 국감이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닌 정쟁의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국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작 전부터 여야는 각각 '적폐청산국감'과 '무능심판국감'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였온 터였다. 특히 이번 국감은 정권교체로 여야의 공수가 뒤바뀐 데다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보수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유례없는 정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국감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여야가 격렬하게 치고받는 난타전이 거듭되고 있다. 막말과 고성은 기본이고 몸싸움 일보직전의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해서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감 첫날이었던 지난 12일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정인 특보를 "망나니"라고 언급해 여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 과정에서 발언의 수위와 내용을 놓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석영 한국당 의원 사이에 반말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13일 헌법재판소 국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여야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거취 문제로 설전을 펼쳤다. 김 권한대행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버티는 야당과, 적법하게 선출된 권한대행의 업무보고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여당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이날 국감은 결국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막말과 억지 공방이 오가는가 싶더니 급기야 야당의 보이콧 선언으로 국감은 시작도 못해보고 연기됐다. 고성과 반말이 한바탕 격렬하게 국감장을 휩쓸고 간 뒤였다.

같은날 열린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도 한차례 소동이 빚어졌다. 청와대가 공개한 세월호 참사 관련 상황보고 조작 논란에 대해 여야의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이날 설훈 위원장이 "살릴 수 있었는데 보고가 늦어서 못 살렸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 언쟁의 불씨를 키웠다. 한국당은 설 위원장이 "보고 시간이 조작된 것은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발언을 이어가자 집단 반발했다.  결국 이날 국감은 격한 고성이 오간 끝에 2시간 동안 정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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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도 일촉즉발의 장면이 연출됐다. '사회적경제'를 다룬 중학교 교과서가 발단이 됐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교과서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섬뜩하다", "악랄하다", "이따위 짓", "정신이 나갔나"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나갔다.

여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장 의원이 흥분을 가라않히지 않으면서 분위기는 이내 달아올랐다. 같은당 의원인 유재중 위원장의 만류와 제지에도 장 의원의 고성은 국감 내내 멈추질 않았다. 결국 장 의원은 "동료 의원 질의 때 품위를 지켜 달라"는 유 위원장의 경고를 받아야 했다.

국감이 시작된지 나흘. 이처럼 의원들 간의 막말과 고성, 반말과 비아냥, 심지어 몸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는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려 시간이 갈수록 그 수위와 횟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감이 시작되기 전 뜨거운 정쟁이 펼쳐질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이 모습은 우리에게 대단히 낯익은 풍경이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적 현안에 여야 의원들이 '박터지게' 싸우는 장면들은 굳이 국감이 아니더라도 이미 숱하게 봐왔던 '클리셰'이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우리 정치의 씁쓸한 현주소가 대개 이러하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것은 서로 얼굴 붉혀가며 핏대를 세우는 의원들도 정작 상대방을 호명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존경하는'이라는 극존칭을 붙인다는 사실이다. 평소의 행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닭살 멘트 뒤에 막말과 고성, 경멸의 언행이 잇따른다. 언어의 전복이자 기괴하기 짝이 없는 촌극이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막말 국감이라 비판받는 이번 국감에서도 사정은 달라질 줄 모른다. 의원들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수식어를 참 잘도 갖다 붙인다. 일반인의 시선에선 차마 꺼내기 힘든 입에 발린 소리를 어쩌면 저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가지 확실한 건 '존경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언행들을 그들이 서슴없이 남발하고 있다는 거다. 일반인은 "어디서 삿대질이야", "뭐하는 거야 겁도 없이, 지금", "막가파 대감", "완장질 하지 말아라" 등과 같은 막말과 고성을 존경하는 사람의 면전에서 말할 엄두를 감히 내지 못한다.

세상에나. 존경한다고 해놓고 대놓고 막말이라니. 살면서 이처럼 해괴망측한 경우가 또 없을 터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는 일반인이 사는 세상의 윤리와 상식에 어긋난다. 원래부터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바닥이 사람을 그렇게 변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모습은 보면 볼수록 요지경이다.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국감이 또다시 화제다. 정책 국감이 되어야 할 국감이 정치공학과 당리당략이 난무하는 정치 국감으로 변질되면서다. 그 중심에 존경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존경'의 의미를 한없이 희화화시키고 있는 의원들이 놓여 있다. 진짜 궁금하다. 존경한다면서 도대체 왜들 그러는 것인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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