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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와 유승민의 발칙한 동거는 성사될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당 사이의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 체제에 대항하는 '중도 통합'을 의미하는 양당의 통합 논의가 과연 3당 체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당의 통합 논의는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은 19일 조찬 회동을 갖고 통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모임 직후 기자들에게 "국민통합포럼이 양당의 통합을 염두해 두고 함께 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주축이 돼 결성된 국민통합포럼은 출범 당시부터 양당의 연대를 위한 전초기지라는 평가를 받아온 정책 연구 모임이다.

양당 지도부 역시 통합 논의에 적극적이다. 지난 1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만나 양당의 통합 문제를 논의했고, 18일에는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권한대행이 회동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역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도보수 신당' 구상을 밝히며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권한대행은 1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 당 통합과 관련해 많은 의원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원하고 계신다고 해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뜻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전당대회 이후 이 문제를 공식화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같은날 김수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 역시 원내대책회의 직후 "바른정당과 통합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며 오는 11월 초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번 물꼬가 트이니 거침이 없다. 양당의 지도부와 의원들이 통합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을 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던 양당의 통합 문제가 최근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양당이 처해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의 경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이 고민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안철수 대표가 전면에 나섰지만 사정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지율은 여전히 한자리수 박스권에 갖혀 있고, 당의 존립기반인 호남지역마저도 크게 고전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지지기반이 겹치는 민주당과의 호남지역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국민의당은 '호남 딜레마'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당장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최근 국민의당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비공개로 여론조사한 결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3일에서 14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양당이 통합할 경우 지지율은 19.7%로 한국당을 제치고 2위를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지역에서도 20.9%를 기록해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대단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세 이상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3.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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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것은 이번 여론조사가 안철수 대표의 주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통합 논의가 그와 맞물려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안철수 대표가 여론조사 결과를 통합 추진의 동력으로 삼고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대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면 양당의 통합은 안철수 대표의 바람인 국민의당의 외연확장과 3당 체제 구축을 위한 양수겸장의 카드가 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제2창당위원회가 시도당·지역위원의 일괄 사퇴를 제안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바른정당의 처지는 국민의당보다 훨씬 더 암울한 상황이다. 통합파의 탈당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바른정당은 당이 쪼개질 경우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것은 물론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리게 된다. 최근 잇따른 구설로 몸살을 앓고 있던 바른정당은 11·13 전당대회를 발판으로 당 재건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통합파의 한국당 복당 문제가 구체화되면서 스텝이 꼬이는 형국이다. 1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통합파가 탈당하게 되면 바른정당은 재도약은커녕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궁핍한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대선 패배 이후 권토중래를 꿈꿔온 유승민 의원의 입장 역시 난감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풍전등화에 빠져있는 바른정당의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한국당 복당을 추진하고 있는 통합파의 탈당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당대 당 통합으로 몸집을 불리게 될 경우 통합 정당은 '캐스팅보터'로서의 지위를 확실히 확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중도보수개혁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반까지 갖추게 된다. 통합 정당의 존재감이 비등해지고 그로 인해 지방선거에서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통합파가 엄청난 비난을 자초하면서까지 한국당에 복당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결국 양당의 통합 논의는 외연확장이 절실한 국민의당(더 정확히는 안철수 대표)와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바른정당(더 정확히는 자강파)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먼저 통합의 전제와 가정부터가 잘못됐다. 안철수 대표가 통합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여론조사 결과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에는 심각한 '허수'가 존재한다.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내부의 목소리, 바른정당의 분당 가능성 등이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다시 말해 해당 여론조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내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양당의 통합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안철수계와 호남 지역 의원들 사이의 입장 차이가 너무도 확연하다는 점이다. 통합 논의가 확산되자 당장 호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은 물론이고 이상돈 의원과 진보성향의 초선의원들, 동교동계 등이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바른정당 자강파 역시 통합에 무조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양당 사이의 노선 차이가 분명한 만큼 통합보다는 정책 연대를 통한 신뢰회복이 먼저여야 한다는 주장이 더 강하다.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햇볕정책의 포기와 지역주의의 탈피를 내세운 것 역시 이와 같은 당내의 분위기를 여실히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의 통합이 (여론조사 결과처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화학적 결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당의 통합 논의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불붙는 통합 열기에도 불구하고 통합으로 가기에는 양당이 넘어야 할 내외적 변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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