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보수진영의 소득주도성장 때리기..노무현 정부 때와 똑같다

'기승전-최저임금', '기승전-소득주도성장'이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보수진영의 주된 화두는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타겟 삼아 집중적으로 비판에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시작한 그들의 비판은 의례 소득주도성장으로 끝을 맺는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도 2분기 가계동향조사' 는 보수진영의 '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 때리기'에 기름을 부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 기간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발표 이후 보수진영은 양극화의 책임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있다며 대여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나섰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반시장 정책이며 고용불안과 양극화 악화는 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 탓에 소상공인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대한민국의 경제가 망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진영의 공세는 고용한파, 경제위기 등과 맞물려 급속히 힘을 받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오마이뉴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야당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경제학자가 걱정하는데 도대체 잘못된 프레임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없다"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잘못된 신념에 붙들려 있는데 이는 일종의 악마의 유혹으로 여기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김무성 의원 역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연일 비판하며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김 의원은 4일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토론, 미래-소득주도성장 왜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절대로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이라며 "엉터리 좌파이념의 상징이고 민생파탄의 주범"이라고 맹비난했다.

보수언론들도 적극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조중동'을 비롯해 대다수의 보수경제지 역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노선을 비판하는 논지의 기사와 사설을 쏟아내며 경제정책의 전면 수정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서민경제를 파탄내고 경제위기를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 보수진영의 일관된 주장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내수를 살려 기업투자와 고용 증진으로 이어지게 만들자는 취지다. '낙수효과'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 대안으로 부각된 경제 패러다임이 바로 소득주도성장인 셈이다. 실제 보수정권 10년 동안 추진됐던 대기업 우선 정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수십년간 금과옥조로 여겨져왔던 수출주도 성장은 대기업 중심의 독점적 경제구조 고착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미 그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대기업 우선 정책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는 뜻이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경제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정책적 시도를 겨우 1년 만에 총체적 실패로 예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더욱이 최저임금 인상과 소극주도성장의 필요성은 보수진영 내에서도 인정했던 부분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했고, 유승민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후보는 2018년부터 매년 15%씩 인상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 후보와 함께 당시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를 강하게 역설하던 보수야당은, 그러나 정권 창출에 실패하자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맹공을 펴고 있다. 

"가처분 소득 증가 없이는 구조적 내수 부진이나 축소지향적 성장 프로세스를 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14년 7월 24일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직후 발표한 경제정책방향 내용 중 일부다.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처분 소득 다시 말해 가계 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소득주도성장론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이는 대기업이 주도해온 수출 성장의 한계를 체감한 박근혜 정부가 경제정책에 변화를 꾀하려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가계소득 증가를 통해 경제를 선순환시켜야 한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은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제기되던 문제였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시키고, 가계 소득을 증가시켜 경제를 선순환시켜야 한다던 보수진영의 주장은 이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이 민생과 경제를 망치는 '악마의 유혹', '탄생해서는 안 되는 괴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인식과 태도다. 


ⓒ 오마이뉴스


소득주도성장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올바른 처방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기대보다 성과가 미진한 것도 사실이며, 이 과정에서 설익은 정부정책과 부실한 대응이 논란을 부추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의 후폭풍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임에도 후속 조치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때리기는 도를 넘었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난 10년 동안 신기루 같던 낙수효과의 당위를 강조하기 위해 온갖 방어기제를 총동원했던 그들이 불과 1년에 불과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실패로 규정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정부정책의 성패를 가늠하기에 '1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도 의문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을 포퓰리즘이라 폄하하며 예산을 깎았던 당사자가 '누구'던가. 소상공인들의 경제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의 예산 편성을 막아선 것은 또 '누구'였나. 정부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비판 받던 이들이 과연 '누구'였냐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보수진영의 공세가 노무현 정부를 몰아세우던 과거의 행태와 무척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프레임으로 참여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집요하게 공략했고, 결국 이를 바탕으로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난 '747 공약'이 대중을 현혹시킬 수 있었던 것도 당시 한나라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공세를 폈던 '경포대' 프레임 덕분이었다. 

경제와 민생이 어려워진 이유를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는 없는 노릇일 터다. 이는 지난 수십년 동안의 구조적 문제가 축적돼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은 뚜려한 대안이나 해법 없이 모든 문제를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탓으로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반격의 실마리를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를 무너뜨렸던, 바로 그 '전략' 말이다.   



♡♡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