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문득 바위틈 사이에 작은 풀꽃
하나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딱딱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있는 게
신기해서 잠시 가던 길 멈추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 작지만 섬세한 꽃술과 꽃잎, 꽃받침까지
모두 갖추고 오가는 길손에게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왜 그동안 이 녀석을 모르고 지나쳤을까?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이렇게 몇날 며칠을
손 흔들며 인사하고 있었을텐데...
미안해!
너의 친철한 인사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어...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나봐...
사람에 치여서, 시간에 쫒겨서,
너희들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나봐...
고마워...
너희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전에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에 취해서
그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아름다움을 발하는 생명 자체가 모두 신비이고,
신의 축복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
푸르름이 흘러넘쳐 더욱 아름다운 계절,
여름에만 꽃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숨죽여 안으로 안으로 숨어지내는 계절
겨울에도 이렇게 생명은 찬연히 숨을 쉬며
나그네를 위해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하게 폼나는 명분보다
화려한 꽃 뒤에 숨어 있는
작은 풀꽃을 소중히 보듬는 마음,
힘센 자들의 아우성에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 한 마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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