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덟살이 된 우리 큰 딸의 꿈은 자꾸 변합니다. 처음에는 셰프가 되겠다고 하더니 어느 날을 선생님이 되겠다고 하고, 또 어느 날은 요즘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Fairy Book 때문인지 요정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요정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그 모습이 꽤나 진지해 보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얘야, 세상에 요정같은 건 없단다. 그건 모두 어른들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야. 좀 더 현실적인 꿈을 가지렴"이라고 말하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지금 아이는 그런 꿈에 부풀어 있을 시기입니다. 스머프와 요정과 산타 할아버지와 몬스터 하이가 진짜로 있다고 믿는 그런 시기 말입니다. 또 모르죠,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것일 뿐 요정이, 스머프가, 산타 할아버지가, 몬스터 하이가 진짜 존재할 지도. 세상은 드러난 것 보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실체가 사라지는 것이지 믿음이 있는 한 그 실체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딸 아이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세상을 알아가면 갈수록 잃어버리는 것들도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머리 속으로 시시각각 투입되는 여러 지식들과 정보들이 마음의 텃밭을 망쳐버리기 일쑤입니다. 그것이 꼭 어린시절의 동심과 순수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들 말고도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꿈, 열정, 사랑, 친구, 양심, 정의, 감성, 웃음, 여유, 자비, 그리고 궁극에 이르러 자기 자신까지. 


그것들은 모두 오랜 시간 세상을 여행하면서 이런저런 한 눈을 파는 사이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잃어버린 것들입니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요. 어느 지점에서 잃어버린 것일까요. 궁금하지만 삶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삶은 우리에게 사인을 보내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불현듯 세상 일이 덧없다고 느껴질 때, 괜시리 코끝이 찡해진다거나 가슴이 뜨겁게 요동칠 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알 수 없는 울림이 메아리칠 때. 책을 통해서 TV를 통해서, 영화나 음악을 통해서, 친구나 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 운전 중에 바라본 세상 풍경 속에서, 밤 새워 작업한 PT 속에서,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늦은 밤 집 앞의 가로등 속에서 삶은 우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 왔을 겁니다. 다만 우리가 이마저도 인식할 수 없을만큼 무뎌지거나 무감각해져 있었던 것이겠죠. 





어쩌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점점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어른의 모습이 행복해 보일리 없기 때문입니다. 


어른들과 아이들의 모습 중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보는 관점과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눈에 있다고 봅니다. 아이의 눈과 어른의 눈 말입니다. 요정이 장래의 꿈이라는 아이의 눈은 세상의 그 어떤 보석보다 투명하고 맑게 빛납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눈은 도저히 아이의 그것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단지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일까요. 


아닐 겁니다. 가끔씩이지만 나이 지극한 어른들의 눈빛 속에서도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은 맑고 영롱한 기운이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대개가 삶에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고,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인생의 여정을 통해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삶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습득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 가는 겁니다. 이런 어른들의 모습은 당연히 행복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도 덩달아 행복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꿈은 무엇입니까. 행복하신가요. 만족스럽습니까. 깊어가는 겨울, 어린아이의 눈빛을 떠올려 봅니다. 어른들의 눈빛도 그려 봅니다. 우리 사회에 어린아이의 눈빛을 가진 어른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생물학적 어른 말고 진짜 어른 말입니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상은 점점 더 살만 한 곳으로 바뀌어 갈 겁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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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umemom.tistory.com BlogIcon 김이상 2015.01.11 07:17 신고

    매일매일 설레어 잠못이루던 어린아이시절의 나를 떠올려보며, 의미없는 시간으로 오늘을 보내지말자고 다짐해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1.11 09:18 신고

      저 역시 그렇게 하루를 보내려 노력해야 겠어요. 세상에 물들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더욱 그럴 필요가 있는 시기이니까요...

  2.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5.01.11 15:46 신고

    돌이켜보면 어른이 된 순간, 적어도 세상물정에 눈을 뜬 순간부터
    세상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늘 순수하고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지금과 같은 반목과 혼란은 없었겠지요.

  3.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01.12 01:38 신고

    선함과 정의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순수함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01.12 09:55 신고

    어린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꿀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될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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