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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명분론과 현실론 사이..연합정당은 출범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미래한국당이 촉발시킨 '비례 위성정당' 논란이 4·15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지난 2월 5일 비례대표를 위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시킨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의 구도대로 총선이 치뤄질 경우 미래한국당이 25~27석 정도의 비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약 6~7석을 얻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보다 무려 20석 가까이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다.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원내 1당이 절실한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금껏 민주당은 비례정당 창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비례용 위성정당이 선거제도 및 정당 정치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지난해 말 '4+1협의체'가 주도했던 선거법 개정안과도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 캡 30석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20석 가량을 가져가고, 득표율에 따라 병립형 비례대표 17석 가운데 7석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발과 서울 강서갑 '조국 대리전' 논란,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각종 잡음과 논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민심 악화로 원내 1당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이 지역구에서 선전하고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에서 27석 안팎을 획득할 경우 원내 1당은 물론이고 과반에 가까운 의석수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추진해왔던 검찰개혁 등 각종 개혁과 정책들이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통합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탄핵 국면으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상상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비례정당 창당에 선을 그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진보진영이 미래한국당에 맞설 비례대표용 '정치개혁연합'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개혁연합이 지난 1일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고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선거연합정당 창당 준비에 들어간 것. 이들은 3일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태세다.

정치개혁연합은 미래한국당에 대응하려면 범진보진영에서도 비례대표를 위한 연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통합당이 원내 1당이 유력한 만큼 선거제도의 왜곡을 막고 정치개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연합정당 창당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당내 인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우상호 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은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위성정당을) 직접 창당하면 '꼼수에 꼼수로 대항하냐'는 비판을 이겨내기 어렵지만 연합정당은 당 구성원이 아닌 분들의 제안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에도 맞다"며 "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통합당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면서도 "작은 정당들이 해보자고 한다면 그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직접 비례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연합정당이 추진될 경우 참여할 수 있다는 뉘앙스다.

민주당 지도부의 구체적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중앙일보는 "탄핵 막으려면···'민주당 5인 마포서 비례당 결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의 핵심 인사 5명이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음식점에서 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 체제에 맞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은 민주당의 기류가 비례정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연합정당 합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 방안이 비례정당 창당에 따른 역풍을 최소화하고, 통합당의 비례의석 싹쓸이를 저지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원내 1당을.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범진보진영이 추진하는 연합정당 움직임에 민주당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의 한 축인 정의당과 민생당 등은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연합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규정하며 참여 불가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렵게 만든 연동형 비례제도가 미래한국당에 의해 도둑질당한 것은 고통스럽지만 위헌적인 비례 위성정당으로 맞수를 두는 것은 잘못됐고 효과적이지 않다. 위헌적 위성정당의 배에는 몸을 실을 수 없다"며 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다.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3당 연합체인 민생당 역시 연합정당 창당에 부정적이다. 정의당과 민생당 측은 명분이 취약하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연합정당이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돕고 사표를 줄이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데다, 유권자의 혼란과 중도층 이탈, 진보진영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범여권의 분열은 민주당의 총선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라는 분석이다. 위성정당을 창당한데 이어 보수통합까지 성공시킨 통합당에 비해 민주당은 잇딴 악재들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대형 태풍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연합정당 창당 문제로 정의당, 민생당 등과 갈등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연합정당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의당과 민생당 역시 총선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특히 선거법 개정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던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이 창당된 데 이어 민주당까지 비례정당 합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독자 노선을 고수할 경우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진영 일각의 연대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연합정당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그동안 비례정당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당원들이 연합정당 합류에 비판적이라는 사실 역시 부담스럽다. 당세가 약해지면서 사실상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민생당 역시 정의당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이처럼 범여권이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찌감치 전열을 정비한 통합당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위성정단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래한국당을 연착륙시키고 보수 통합에 성공하더니, 공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는 등 총선 담금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범여권, 그 중에서도 원내 1당이 목표인 민주당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4·15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비례 위성정당과 관련해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범여권의 선거연대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명분과 실리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거제도의 헛점을 파고든 통합당에 맞서 범여권이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가 관심사다.

범진보진영은 과연 연합정당 창당에 성공할 수 있을까. 범여권의 총선 전략과 방향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