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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마스크가 문제? 박근혜 때는 열감지기도 설치했는데...

ⓒ 뉴스1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15년 6월 4일 청와대 본관 출입구에는 청와대를 출입하는 사람들의 열을 감지하는 열감지기가 설치됐다. 한국-세네갈 정상회담이 열렸던 이날 청와대는 대당 1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열감지기를 본관 출입구에 설치하고 출입자들을 철저히 통제했다. 청와대는 열감지기를 통해 출입자들의 체온을 꼼꼼히 검사했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체온계를 동원해 한 번 더 체온을 측정했다.

그에 앞서 3일 청와대에서는 박근혜가 주재하는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가 열렸다. 메르스가 발생한지 1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회의가 끝난 후 청와대는 "아직 무차별 지역사회 전파가 아니라 의료기관 내 감염이므로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메르스로 인한 불안이 고조되자 청와대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긴급'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15일'과 '긴급'이라는 수식어 사이에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사이만큼의 괴리감이 있다. 통상 이럴 땐 '긴급'이라는 수식어 대신 '뒤늦은', '때늦은', '뒷북' 등의 말이 더 시의적절하다. 15일 만에 부랴부랴 대통령이 주재한 첫 회의를 가졌으면서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이 대게 이랬다.

때늦은 회의를 통해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호들갑 떨지 말 것'을 주문했다. 당시 청와대는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거나 불안해 하고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세간의 판단은 그와 달랐다. 나사 풀린 방역시스템 탓에 격리 대상자가 급증하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늘어가는 상황, 각계로부터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각계에서 정부의 무능과 국가위기관리시스템 부재에 대한 비판이 솟구치던 그때, 청와대는 사과나 반성 없이 '호들갑 떨지 말라'는 어처구니없는 브리핑을 했더 셈이다.  


그런데 황당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국민들 앞에선 동요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던 청와대는 혹여 높으신 분들이 메르스에 노출될까 1천만원에 달하는 열감지기로 체온을 측정하고, 그것만으로는 불안했는지 귀체온계를 이용해 한 번 더 체크하는 치밀함을 드러냈다. 자기 살자고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 거짓말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곤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도주한 이승만 같다고나 할까.

초기대응만 잘 했어도 당시 겪었던 국가적 대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그런 면에서 화를 키운 건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였다. 그랬던 저들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해 거품 물고 달려들고 있으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특히 박근혜와 청와대를 적극 옹호하며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엄호하고 비호하는 데 앞장섰던 미래통합당의 행태는 눈꼴이 시릴 지경이다. 저들에게서 정략과 위선, 무책임을 빼고 나면 과연 뭐가 남을지 궁금하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내내 '아니면 말고' 식의 묻지마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곽상도가 문 대통령이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의 구입 경로와 청와대 비축 분량에 의문을 제시하며 악질적인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들은 마스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청와대가 필요 이상의 분량을 구입해 되레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논리다. 막 같지도 않은 저열한 정치 공세를 보고있자니 왜 이 'XX'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지 알 만하다.

평생을 권력의 주구로 살아온 공안검사의 뇌 속에는 시국사건을 조작하고 날조해온 그 때의 DNA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무도한 권력을 위해, 일신의 영달을 위해 한 개인의 인격과 삶을 송두리째 짓밟아 버렸음에도 그 어떠한 사과도 없다. 어디 이 'XX' 뿐이랴.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 가담했던 이들 대부분이 승승장구했다.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한 인물은 강신욱 서울지검 강력부장이었다. 그는 이후 서울지검 2차장을 거쳐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고 2000년 대법관으로 영전했다.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2007년 박근혜 캠프에서 법률지원특보단장을 역임하는 등 법조계의 영향력있는 인사로 자리잡았다.

강씨의 구속영장을 직접 청구하며 수사를 일선에서 이끌었던 신상규 검사는 이후 서울지검 3차장을 지냈고, 2009년에는 광주고검장까지 승진했다. 2013년 7월에는 무죄확정 사건 중 검사의 과오를 살피는 대검찰청 산하 사건평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팀에 있던 검사들 중 남기춘 검사는 검사장까지 지낸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2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산하 클린정치위원장을 지냈으며, 곽상도는 2013년 대통령인수위원회에 발을 딛은 후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을 거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뒤 지금은 통합당의 대정부 스피커로 맹활약하고 있다.

1991년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담당했던 서울형사지법 노원욱 부장판사는 2000년 특허법원장을 지냈고, 상고심을 맡았던 대법관 중 윤영철 대법관은 2000년 헌법재판소장까지 역임했다. 사건 당시 법무부장관이 김기춘이었으니 더 말을 해 무엇하랴.

국가폭력의 피해자였던 강씨는 이후 헤어나오기 힘든 수렁으로 빠져들었지만, 이 악랄한 날조극을 공모했던 자들은 국가요직을 두루 거치며 영화를 누렸다. 우리사회의 수준과 민낯을 보여주기에 이만한 대비도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더욱 기막힌 건 저들 중 자신의 과오에 대해 참회하거나 사과하는 이가 단 한 'XX'도 없다는 사실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이런 나라에 살았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부의 대응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통합당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기까지 했던 박근혜 정부 당시 집권당이었던 통합당, 날조와 조작질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던 곽상도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 당시의 무능과 무책임, 유서대필 사건의 저열함을 상기하면 어불성설이다.

인간이 다른 종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양심과 염치 등의 인류보편적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고 믿는다. 사람이 아닌 것들이 사람이랍시고 정치판에 자꾸 기웃거리니 이 나라 정치 꼴이 이 모양 이 수준인 게다. 개울에서 썩은내가 진동한다면, 청소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이제는 바꾸자. 상식과 인격을 갖춘 이들이 정치를 하는 토양을 만들자. 명색이 사람이 개만도 못한 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맞겨서야 쓰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