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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마침내 가족 품에 안긴 고 백남기 농민, 국가는 사과하라

ⓒ 오마이뉴스



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서울 종로경찰서는 28 "유족이 부검을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영장을 재발부 받는다고 하더라도 영장 집행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우려돼 부검 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로써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317 동안 사경을 헤매다 지난 9 25 사망한  백남기 농민은 한달여만에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됐다경찰은 고인을 가족에게 인도하고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만시지탄이지만 경찰이 부검 영장 재신청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이미 고인이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에 의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경찰이 살수차 운영지침을 어기고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살수했다는 것이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서 밝혀졌고, 심지어 진상을 은폐하고 왜곡한 사실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논란이 되었던 고인의 사인 역시 경찰의 직사살수에 의한 '외인사'라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견해다사망진단서 논란이 일자 서울대 측이 구성한 특위의 위원장이었던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 교수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부상인지를 묻는 것은 '당신 한국사람이냐' 묻는 것처럼 뻔한 것이다"라며 사인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꼬집은  있다.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물대포의 가공할 위력이 공개되며 시민들을 경악케 만들기도 했다그러나 살인무기나 다름이 없는 물대포에 맞아 고인이 사망에 이르렀음에도 경찰은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었다외려 유족의 뜻을 반영하라는 법원의 조건부 영장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영장 집행에 나서며 유족들과 시민들의 공분하게 만들었영장집행 만료일이었던 25 경찰의 강제집행을 시민들과 유족들이 결사적으로 막지 않았다면 국가 공권력에 의해 고인이  번이나 유린당하는 끔찍한 장면이 연출될 뻔했다.

부검에 목을 맸던 경찰의 의지가 꺾인 데에는 시민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시민들은 지난달 28일 법원이 부검영장을 조건부 발부하자 고인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그들은 밤낮을 지새워가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의 강제 영장집행에 대비했다. 특히 경찰의 강제 영장집행이 임박했던 25일을 앞두고 시민들의 힘은 더욱 빛을 발했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한편 경찰의 시신 탈취를 막는데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그 결과 9개 중대 1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부검영장을 집행하려던 경찰은 유족들과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들의 결사적인 저항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경찰의 물리력조차 자발적인 시민의 힘을 꺽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 오마이뉴스



애초부터 명분없는 싸움이었다경찰의 부검 영장집행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명분도 없었다고인의 사인이 이미 명백히 드러난 상황에서 경찰이 부검에 집착할수록 그 저의만 의심받을 뿐이었다. 이번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으로 경찰의 권위와 신뢰는 다시 한번 무너지게 됐다. 이번 사건은 국가의 공권력 남용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될 경찰의 흑역사로 될 것이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정도를 넘어서 행사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매우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책임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시위 도중 농민 2명이 사망하자 지난 2005 12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밝힌 대국민사과문의 내용 중 일부다국가 공권력은 최후의 수단이다사용하더라도 피해를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그것도 엄격한 통제 하에 집행되어야 한다그러나 경찰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관련 규정도 지키지 않았고적절한 현장 통제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이성조차도 상실했다그 결과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다.

 

경찰이 부검 영장 재신청을 포기한 것은 그들 스스로 명분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고인이 국가폭력에 쓰러진 후 유족들은 무려 317일 동안의 병상을 지켜왔다고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지난 한달 동안 경찰의 부검 영장 강제 집행을 막기 위해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지내온 터였다국가는 지금이라도 고인과 유족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그리고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그것이 국가폭력에 의해 안타깝게 희생당한 고 백남기 농민과 유족들에게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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