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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통령의 시크릿,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

ⓒ 오마이뉴스


카운터 펀치는 없었다. 드라마 시청률에 버금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마음 을 가눌 수가 없었다. 결정적인 무엇인가를 기대했던 탓일 게다. 그럼에도 의미는 있었다. 그날의 행적과 연관지어 볼 수 있는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고 진실을 향한 간절함을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토요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에 대한 이야기다.

몇 주 전 <그것이 알고 싶다>팀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미스터리한 행적에 대해 방송하겠다고 예고하자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대중들 사이에 본방을 사수해야 한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퍼져나갔고, 이에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시사프로그램으로는 경이적이라 할 수 있는 시청률 19%를 기록했다. 이는 <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지난 10년간 방송 중 최고 시청률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사회적 관심과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는 논쟁적 주제였다. 기록적인 시청률은 방송 내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여실히 입증한다. 당연하다. 수백명의 자국 국민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는 동안 국정 최고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지 않은가.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일들 역시 이해 불가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야 할 비서실장조차 그 시각 박 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날 박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대면보고조차 받지 않고 사적 공간인 관저에 머물며 서면과 유선보고만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긴급회의조차 소집하지 않았다. 국가위기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이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방법이 없다.

21일에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오랜 세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던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세월호의 심각성을 알리며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가야할 것 같다는 내부보고를 무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한겨레21>에 따르면 당시 정호성 실장은 "갑작스런 외부 방문 일정을 꺼리는 대통령의 스타일을 알지 않느냐. 대통령의 방문이 외려 구조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박 대통령에게 직접보고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호성 실장이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했거나 아니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거나 둘 중 하나다.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것은 그날 오후가 되어서였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박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4시 10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조차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재했다. 그 시각까지 대통령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박 대통령은 그날 오후 5시 15분 중대본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서 박 대통령은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황당한 발언을 한다. 그동안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숱한 의문과 추론을 이끌어낸 바로 그 문제의 발언이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그러나 그보다 더 기이한 장면은 그 이후에 벌어진다. 안전행정부 차관이 "갖혀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하자, 박 대통령이 "아, 갖혀있어요?"라고 대응한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그 시각까지 세월호 참사의 상황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의문은 바로 이 부분에서 증폭된다.

청와대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박 대통령이 7시간동안 15차례에 걸쳐 국가안보실 및 정무수석실 등으로부터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중대본에 도착해서 사태 파악이 전혀 안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하고 무엇을 보고받았다는 것일까.

의문은 박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 그 시각까지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느냐에 집중된다. 그 시각 사태의 심각성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국정 최고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은 그 시각까지 사태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이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장면이다. 세간에 박 대통령과 관련된 풍문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이와 관련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에서는 세간의 풍문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지난 2010년 박 대통령이 줄기세포 주사를 여러 차례 맞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이 비용지불도 하지 않은 채 불법시술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이것이 줄기세포 관련 규제완화 법안 발의로 이어지고, 차움병원과 김영재 의원의 특혜 의혹과 불법 주사제 대리수령, 청와대 성형시술 의혹 등과 겹친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행동은 호미를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 그대로다. 애초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사태수습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의 무능과 태만에 대해 유족들과 국민에게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고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터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선지 보편적 상식과 이성을 벗어난 행동을 고집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머뭇거려 왔다. 이는 박 대통령에게 밝혀서는 안 되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부추기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시민사회와 언론의 의혹제기와 진실추궁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당시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를 둘러싼 온갖 비상식적 일들과 복잡한 퍼즐의 중심에 박 대통령의 사고 당일의 행적이 놓여 있다. 그리고 이는 의혹에서 점점 '확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는 이와 같은 국가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시스템을 운용하는 위정자들의 막중한 책임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이는 인류보편적 가치인 '정의'와 관련된 일이다.

언론이 집중 조명하고 있고, 특검과 국정조사에서도 이 문제를 조사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진상규명의 끈을 놓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을 둘러싼 7시간의 미스터리는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밝혀질 것이다. 어둠이 빛을 몰아낼 수 없고 불의가 정의를 이길 수 없듯이,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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