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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더민주의 '더컸유세단', 야권연대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야권연대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총선을 한달 앞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그저 새누리당에 반대하고 이기기 위해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조건 뭉치기만 한다고 표가 오지 않는다. 정치공학적 덧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단순히 힘을 합치는 정치공학적 연대로는 어떠한 감동도 공감도 얻지 못한다.

그렇다고 야권이 연대 없이 거대 여당과 맞설 수 있을까. '일여다야' 구도의 총선에서 야권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아니 개헌저지선을 막아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안철수 대표에게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단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야권연대를 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야권연대를 거부하며 안철수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근거가 고작 비과학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소'이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선거는 (성경의 표현을 빌자면)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는 통계이자 확률이다. 안철수 대표의 간절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역대 선거의 결과는 그의 믿음과 소망의 덧없음을 입증하는 엄연한 '실상'이.



ⓒ 오마이뉴스


결선투표 없는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유시민의 일갈처럼, 나라를 팔아먹어도 여당을 지지할 40%에 가까운 유권자가 존재하는 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여기에 영남 대 호남의 극심한 인구구성 편차와 지역주의에 기반한 투표 성향, 그리고 편파적인 언론 환경까지 더해진다면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확률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 확률보다 낮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선거 시스템에 자만해서 손을 놓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못하는 일이 없다. 갖은 교태의 수사가 뒤섞인 감언이설은 기본이고, 유권자의 혼을 쏙 빼놓는 기상천외한 공약들을 내세우기도 하며, 심지어 국가기관을 동원하기도 하고 북한이라는 상수마저 활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뛰고 또 뛴다.

느림보 거북이가 자만하지 않는 토끼를 이길 수는 없다. 아쉽게도 현실은 낭만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야권이 연대 없이 선거 승리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새누리당을 상대할 수 있을까. 과연 안철수 대표의 소망처럼 각개전투만으로도 새누리당의 개헌저지선을 막아낼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선거는 낭만이 배제된 현실이자 통계이며 확률이다.

흔히들 '연대만으로는 안 되지만 연대 없이도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연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도 있다. 연대의 본질을 규정하는 가장 명징한 표현들이 아닐까 싶다. 정말 그렇다. 야권연대가 승리를 위한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야권의 공조 없이는 이길 수 있는 가능성마저 완전히 사라진다. 새누리당에 맞서기 위해 야권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시민사회와 범야권이 강력하게 연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대와 관련해서 야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연대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같지만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공학적 셈법을 덜어낸 연대, 손이 아니라 마음을 맞잡는 연대, 총선 이후까지 생각하는 '범야권정책연대'만이 유권자의 감동을 불러 모을 수 있고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대 무용론을 주장하는 안철수 대표의 말 속에 답이 있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야권 연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요즘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더컸유세단'이 큰 화제다. '더컸유세단'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공천을 받지 못한 더민주의 전 예비후보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정청래 의원을 비롯해 김광진 의원, 장하나 의원, 이동학 전 혁신의원, 김빈 전 비례대표 후보 등으로 구성된 '더컸유세단'은 공천과정에서의 아쉬움과 서운함을 뒤로 한 채 당의 승리를 위해 의기투합하기로 결심했다.

이 장면은 커다란 울림이 있다. 그동안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탈당에 이은 무소속 출마가 관행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관망자의 시선으로 조용히 선거를 지켜보고는 했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이들은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더 먼 미래를 생각했다. 단순히 결과에 승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기 일처럼 다시 뛰기로 마음 먹었다.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기꺼이 밀알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다.

더민주의 공천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들이 얼마나 대승적인 견지에서 자기희생과 헌신을 이어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님에도 동료들의 선거 승리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은 분명히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스토리가 있는 장면이 연출되자 시민들의 감동과 공감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에 불복하는 저급한 정치문화에 익숙했던 시민들에게 '더컸유세단'의 진심이 통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야권연대가 감동을 주지 못했던 것은 그들이 정치공학에 매몰된 연대를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연대를 위한 연대, 필요에 따른 반쪽짜리 연대만을 해왔기 때문에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연대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지나친 경쟁과 네거티브,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후진 정치, 경선 상대의 당선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태도가 지속되는 한 야권 연대는 선거를 앞둔 정치공학의 산물이라는 비판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다음달 4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간다이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당대당 야권연대는 무산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남은 것은 지역별 후보들간의 개별적인 연대 뿐이다이마저도 각 당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성사가 불투명하다인천과 춘천창원 등지에서 간간히 연대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남아있는 지역에 비하면 티도 나지 않는다.



ⓒ 오마이뉴스


그런 면에서 '더컸유세단'의 존재와 의미는 상당하다. 감동이 있는 야권 연대를 이루어 내려면 '더컸유세단'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자기희생과 헌신, 대의를 위한 대승적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권이 빠른 시간 안에 지역 후보간 연대에 합의하고, 정치공학적 계산에서 벗어나 누가 되든 상대방 후보의 당선을 위해 끝까지 발벗고 협심한다면 총선 승리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이 분위기를 '범야권정책연대'의 결성으로까지 이어갈 수만 있다면 정권교체의 희망도 되살릴 수가 있을 것이다. 


시민들은 사연이 있는 스토리에 공감하고 감동한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스토리를 만들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급선무다. 자고로 내려 놓으면 얻게 되고 비우면 채워지는 법이라 했다. 야권은 '더컷유세단'을 주목해야 한다. 야권연대의 해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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